남해펜션 아라클럽/ 어떤가 몸이여! 김사인 시인

남해펜션아라클럽의아침

사람이사는것중좋아하는무엇하나쯤은포기하지않고살아야한다고믿는사람입니다.

그래서올들어가장춥다는날에따뜻한남족남해에서는어울리지도않을옷을

둥둥챙겨입고,가?말아?가?말아?남편눈치도보며몇번을망서리다

한시반버스하나는놓치고결국외간남자만나러가듯서둘러두시반차를타고

가슴을설레며갔습니다.

‘깊이묻다’

텅텅빈바다,후두둑가을비내리는대숲,퍼렇게날이선조선낫하나

내가슴에있는것이시인의가슴에도있다는것이더더욱친근감있어서

늘그렇듯’깊이묻다’시하나를깊이가슴에묻어가지고갔습니다.

두시간떠난중간에함박눈에펑펑,길은막히고결국늦게도착했지요.

사카의분위기는참으로따스했습니다.

이미시인은시한편을읽고그에따른시이야기를

부드럽고나직하게하고있었습니다.

그분의이야기에빨려들어가구석자리에앉아눈물을글썽이기도합니다.

김사인시인,그분을만난건’노숙’이란시를읽은지한참오래전일입니다.

좋은시를만나면그시인과일면식이라도하고싶은욕망입니다.

그분에게최소한의예의는지켜야해서,시두편쯤은외워야한다고

정해두었더랬습니다.

세상의아픔을가만히지켜만볼수없었던,

언어로만이라도그냥지나칠수없었던시인.‘노동해방문학’이란80년대

이름만들어도불온한문학지의발행인을맡았다가필사적으로도망다니며살아낸,

따뜻하고작은리얼리즘안에깊은은유와환유,그리고섬김의철학이담겨있는시.

제법긴시간을쫓겨다녀야만했던시인의전력에비추어보면,

소외된세상의한귀퉁이에마음이머물고,우리들의가여운몸까지고안아줍니다.

‘좋던날도아주없지는않았다만

네노고의헐한삯마저치를길아득하다

차라리이대로너를재워둔채

가만히떠날까도싶어네게묻는다

어떤가몸이여’

그러나이시는아무래도울것같아외울수가없었고

‘깊이묻다’시한수만오신분들에게들려주었습니다.

누군가시를지을때우십니까?묻습니다.

한번도운적이없다고,술을마실땐더러울어보았다고.

끝난시간에도사람들은남아맥주잔을부딫칩니다.

가만히좋아하는시집엔가만히좋아하는시가없는데한번써보시면좋을것같아요.

또누군가말을합니다.

무리한요구도할수있었던분위기.

시집안에시인이쓴욕을헤어보는이도있습니다.

욕도시어로만들어내는시인,

선물로내가드린유자스무단지,향기로운내마음의선물이었으면합니다만,

함께나누는일이소중한일이라

시인의말처럼섬기는일에동참하는일이라

좋은시한수는만들지못할지라도함께하고자한것입니다.

나는끝나지않은자리에서가만히일어나남해행도삼천포행도없어져서

진주행막차라도타고와야했습니다.아라클럽고단한내일터로….

아침상을차려드려야하는손님이있었기때문입니다.

그러니그모든일이행복한일이라고믿을수있게이번낭송회참가는

남이무어라해도잘한일인것맞습니다.

요즈음의내화두같은

가만히떠날까도싶어네게묻는다.

어떤가몸이여’

속으로중얼거리며전철에서졸다가세역이나지나쳐까딱했으면

그막차마저놓칠번하면서그렇게밤중에남해펜션아라클럽까지왔습니다.

만났던모든분들참으로감사하고반가웠습니다.

새해에는성취하는모든일이잘되기를빕니다.

<소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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