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펜션 아라클럽/ 옛날 옛적에….

사량도에서나오는일출이너무사랑스럽습니다.
새벽에일어나대구탕을끓입니다.
손님각자에게주는두껑덮인일식계란찜은아라클럽의품위입니다.
진저드레싱얹은양상추샐러드는유기농으으로청정한물만먹고자라
상큼하고고소한맛을냅니다.
녹차가루마카다미아를넣은와플은203호
아침식사주문을하지않은손님이데리고온
아기에게선물로줍니다.야채죽도듬뿍한그릇…

아라클럽옆에는냉천이라는마을이있습니다.
군에서운영하는갯벌체험장이있지요.
아라클럽에오시는젊은부모들은아이들에게
무슨체험이라도시키고싶어합니다.
오늘인터넷기사중에어린이집의부모참여수업
-특히아버지참여는퍽고무적입니다.

참여수업은엄마아빠와케이크만들기,
아이들율동자랑,영어와음악(코앤코뮤직)시간함께하기
순으로진행이되었겠지요.

엄마아빠들은아이들과케이크를예쁘게만들고,
아이들이춤추며노래하는모습을보며활짝웃었을겁니다.
영어수업시간이어떻게진행되는지도보고,
아이들과함께둘러앉아악기를두드리며동심으로돌아가기도했을겁니다.

어떤아빠는피곤해보였을것이고,
어떤아빠는어색해보였을겁니다.
어떤아빠는신나보이기도하면서이렇게
요즈음아빠들의어린이집생활에대한관심도는매우높아보입니다.

저는아버지쉰살에태어났습니다.
지천명의나이에막내를낳으신아버지는
저를학교에넣어놓고거의날마다학교에참관수업을오셨습니다.

선생님들은환장을할지경이었을겁니다.
제친구들은
"태무야,니네할아버지오셨어."
하얀도포자락펄럭이며학교운동장을들어오시는날
저의가슴은새가슴이됩니다.
콩닥콩닥,콩닥콩닥…..

친구들의아버지가입는양복대신펄럭이는도포도그렇고
친그들아버지가쓰지않는모자대신갓도아닌훈장모자도그렇고…
지금아이들은아빠가오시지않으면속상하다는일인데
나는자주학교에오시는내아버지가
너무나부끄러웠습니다.

지금은아버지의글씨,아버지가쓰시던측량기구들,
아버지가새기신주렴,제각현판의서각글씨,
아버지가새기신낙관들을보면그리움으로가슴이먹먹합니다.
먼시간으로다시되돌아가,
"아버지매일매일제교실뒤편에서계셔주세요."
외치고싶어집니다.
그시절이있었기에그나마조촐한오늘의제가있는지도모를일입니다.

그고리타분한할아버지는뒤에서계시고,
저골통노인의딸이얼마나잘하나어디보자
선생님은그런마음으로제게질문공세를퍼붓습니다.
저는친구들앞에서,아버지앞에서창피를당하게될가봐안까님을썼었습니다.
친구들은가지않는도서관을들락거렸고
오빠가읽는책을몰래훔쳐보기도했습니다.

동네앞골목으로돌아오면길에서춥다고가방을받아달라고
울면서골목어귀에서서기다리던어리광쟁이가
학교에선그런말을듣지않기위해
일부러도도한척,큰아이처럼굴었습니다.

따뜻한남쪽에도오늘은바람이차갑습니다.
오늘은유난히아버지,어머니오빠가그립습니다.
동짓날팥죽을끓여놓고겨우내살얼음이잡힌팟죽을
장독간오지물동이에서꺼내동치미와함께먹던생각이납니다.
어제가동짓날이어서더그러한지도모릅니다.

어디선가찹쌀떠억!하고외치는소리도들려오는듯합니다.
마당귀에세워둔솔잎단에서잎들이우수수흐르는소리
그옛날의소리들이마구들려오는밤입니다.

옛날옛적에…
이제는이런이야기들이다옛날옛적에…풍으로읊어야만할
아득한옛이야기가되었습니다.

<소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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