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남긴 것

9/17태풍삼바가11시에지나갔다

나는10시에카페에나와있었는데정신없이바람이불고파도가

솟구치고있었다

높이높이너울이지는바다를보면서

이걸가슴아프게생각하지않기로했다.

과수원을가진사람,벼가물에잠길까.

집이떠내려갈까를걱정하는분들만해도너무널려있으니까

아무도움도되지않으면서내일을걱정하는건우습지.

비닐하우스가벗겨지는데,

볼라벤때넘어진나무울타리를겨우손질했는데

이딴것생각하면너무기막힐것같았다.

아,바람불어도국화는살아있고

그리고바람불어도항아리의수련에서꽃대가올라오고

난초는향기를잔뜩머금고이슬방울을매달고있다.

일년에,아니몇년만에오는태풍을온몸으로받으면서

그걸나중에이야기할수있는이야기거리도생긴다.

마침동영상도찍어두었으니

예림이랑예서랑리나가오면

태풍삼바는이렇더라보여줄수도있겠네.

아,그때할아버지는너무급해서

할머니바지를끼어입고비닐을뒤집어쓰고바람부는테라스로나갔지.

아라클럽은명당자리야

단단한암반위에지어졌어

봐,태풍이휩쓸고흙을쓸고간자리를봐

다바위잖아단단한바위.

기염을토하면서자랑질을하시더라.

뭐이런이야기가얼마나아이들에게우습게들리겠어?

할머니바지를끼어입을때의극한상항은희극으로비쳐지면서말이야.

지난볼라벤때이런날에오셨던손님이태풍구경잘했다고

후기를올렸더라만

이번엔다행하게도아무도안계셨어.

보통사람들은이런날이다무섭게느껴지거든.

아라클럽은단단히지어졌으니창문이덜컹거리지도않고

창문을통해서무섭게올라오는태풍때의누런황토파도를구경할만도하지.

바깥으로나오면짭조롬한비바람

신나게얼굴을때리고지나갔지

그런일도잠깐이었어

바람이지나가더니금세해가반짝비쳤거든

우리삶도이런걸꺼야

그냥여전히삶은이어지고잠깐씩

태풍이몰아치긴하지

그러다잠잠해지길바라면서살아가는거야.

지금내게닥친쉽게낫지않는다는병도몸져누워있지않아도되니

얼마나다행인가말이야.

"우리엄만다른엄마에비해처녀라했더니엄마도별수없네."

아들은좀슬픈어조로말했다.

난초는잔뜩향기를내품으며피어나고있다.

내삶도향기로운삶이었으면…

그럴까?

누가내게그렇다고말해주면행복하겠다.

내가아무리구질구질하게살지언정….

<소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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