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큰 여자
틀린것은바로잡히면서인류는가야할길을가고있을겁니다.

대통령이든도지사든,

사람들은그런것에연연하지않고

몇몇사람목숨을걸고나서는사람외에는

다의연히제길을가게될겁니다.

아무것도생각하지않고그냥하루하루살고있는

저는주책스럽게도옛날이야기가자꾸만생각나네요.

마산살때의이야깁니다.

남편의선배님들이마산살때이야기를해보라해서

그때이야기를그분친구들이오신아침에들려드렸던건데,

그분들중누가도둑맞은이야기를했던것같아요.

그래서저도그경험을이야기했지요.

요즘사람들은너무나생소한이야기지만

그때초등학교에서는2부제수업을했더랬어요.

학교바로앞에다가집을짓고살아서

종치는소리를듣고달려가도되는집이었지요.

시어머니가몸이불편하여일하는사람이있어도

급한일이있으면제가달려가야했기때문에

일부러그런곳에자리를잡았지요.

여선생님들은오며가며우리집을자주들락거렸어요

제삿밥은그분들과늘나누어먹는다고많이했지요.

제삿날이되면그분들이먼저알아요.

“하선생,제삿밥먹게되겠네.”

어떤때는제가깜빡잊었는데그분들때문에

부랴부랴시장을간적도있거든요.

남녘엔11월말경에야김장들을하지요.

김장날이었는데친한여선생님들이

하선생집김장김치를먹어야한다는겁니다.

오후수업이라잠깐근처시장엘가서굴을사야지,

그리고굴을사다집에들러

마침김장을도우러와계신친정어머니께부탁하려고했지요.

열려있는대문을지나현관문을여는순간

세상에,복면을한어떤젊은이가그대낮에친정어머니의목에

칼을들이대고있는것이었어요.

기겁을할일이었는데정신을차려야지,

속으로심호흡을크게하면서마음을가다듬었지요.

문옆에,뒤꼍으로가는문에,한놈씩이또그렇게서있었어요.

“그칼치우고내게로와,할머니에게무슨돈이있다고…”

그는나를앞세우고제일큰방으로가서장롱을열어보라했지요.

시어머니의장롱속에무엇이들어있겠어요?

가난한부부교사의집은그날이봉급날이고

김장을담그느라돈을다써버린날이었지요.

그놈들이참재수가없었던겁니다.

저는뒤에칼을대고있는놈에게차분히이야기를했어요.

“오늘밤에오너라.무슨사연인진모르지만

니가돈이급하게필요한모양이니오늘은장롱을다뒤져도돈이없다

내말이거짓으로들리거든저기교사자격증이들어있으니

그걸찾아봐라.지금은조용히가고

밤에오거든내가얼마간돈을마련해주마.

지금김장하는것보이쟎느냐?

김장하느라남은돈다쓰고오늘이봉급날이란다.“

그때는봉급날에직접월급봉투를주었거든요.

통장으로주는게아니라….

뒤에칼을들이대고있지만그놈의얼굴이보이지앟으니

그냥겁은났지만태연한척이야기를했어요,

그놈은다시나를일어나라고하더니

작은우리방을가보자고했어요.

남편의겨울외투와,겨우마련한제가죽잠바를걷어갈까

마음을졸이면서장롱문을열었지요.

서랍마다다열어보게하더니

그세놈들을불러저를큰방에서밧줄로묶는겁니다.

묶어놓고가려했는지저녁이다시오려고했는지는잘모르겠어요.

저를밧줄로묶는순간그놈들의시선이제게다와있었을때

우리어머니는,아,우리어머니는,

저놈들이내딸을강간하려고그러는구나,

사생결단으로

엉덩이로살살기어서뒷문을열고뒷집과의경계인높은담을넘으며

“불이야!불이야!"

큰소리를질렀어요.

그놈들은혼비백산하여저를묶던손을놓고

도망을가버리고말았지요.

그동안우리시어머니는아무것도모르시고목욕탕에서

목욕을하고계셨지요.

우리어머니는발목을삐어한참을고생했고

사람들이신고해서저는경찰서로여러번불려갔어요.

작은도시에그것도사건이라고

기자들이연일왔는데저는문을잠그고대꾸하지않으려했어요.

교장선생님은선생들집에도둑들이봉급날다가게생겼다고

제게웃으며나무랐어요.

한동안거리에서그만큼의젊은이를보면다그놈들인것같아

너무무서웠어요.

그런데그놈이경찰에잡혔어요.

확인해야한다고저는경찰에또불려갔어요.

복면을했을때그진한눈썹…

그놈이틀림없었지요

저는모른다고했어요.

“제가얼마나당황했는데그사람이얼굴이보였겠어요?“

경찰은자세히보라는걸저는그놈얼굴을볼수가없었지요.

그놈은자기가먼저

“아,아줌마,검정바탕에노란장미무늬우단윗도리입고있었지요.

김장한다고,돈이없다고말씀하지않았어요?

거실에서할머니가김장하고계시고….“

저는우물우물

“그건맞는데얼굴은기억못해요.”

간큰여자는그후로신경쇠약증세로한동안

병원을들락거리며불면의밤을한참이나보냈어요.

제작은놈이그놈들을보지않기너무잘했지요

그놈은학교를다니지않았을때인데

피아노학원에갔다가그놈들이다가고난뒤에왔거든요.

“엄마,왜전홧줄이끊어져있어요?“

그놈들은전홧줄까지끊고일을시작했던거지요.

그놈형님이와서탄원서를써달라고…

아버지의병원비를마련하려고그랬다고…

저는아무말도않고탄원서를써주었어요.

제성의를다해서….

그가잡힌이유는술집에서

“아,간큰여자봤어,돈없다고밤에또오라고하는사람처음이야.”

그런말을하다가들은사람이신고했다네요.

그런가요?

간이큰여자….

도둑이오면당황하지말고차분하게대처하면적어도목숨은살게될거라고.

목숨보다돈이필요한사람들일테니까.

<소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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