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너를 어찌하랴?
사진은아라비치의이모저모입니다.

11월6일다산(정약용1762-1836)은

동암의청재에서혼자자고있었다.

꿈에예쁜여인이찾아와함께놀자고유혹을했다.

젊은다산역시그여인이마음에들었다.

그러나그는군자되고자공부하는학자,

극기를생활화하는유학자였다.

자신을이기고그여자를돌려보내면서

절구한수를지어주었다

그는그꿈이너무나선명하고인상적이어서

서문형식으로시제를적고시를써내려갔다.

설산심처일지화(雪山深處一枝花)눈덮인깊은산속한송이꽃이

쟁사비도호강사(爭似緋桃護絳紗)붉은비단에싸인복사꽃만하리

차심이작금강철(此心已作金剛鐵)내마음이미금강철인데

종유풍로내여하(縱有風爐奈汝何)풍로가있다한들너를어쩌나

이7언절구짧은한구절을

길게한번풀어본다.

깊은산속,새하얀눈밭매화꽃한가지를만났다면

얼마나아름다울까

그아름다움에얼마나마음이끌리겠는가

그황홀경에빠지고그경이로움에감탄을금치못할것이다.

그러나꽃은꽃일뿐가질수있는것이아니라

관념세계의꽃일뿐이다.

그런데지금당장에보이는꽃은

붉은비단에살포시싸인복사꽃!

산속매화꽃보다더매력적인꽃!

복사꽃처럼고운

다홍치마입은아리따운여인이바로눈앞에섰다.

고혹적인자태로지금내앞에서서나와함께놀자고한다.

아,내마음은스산하고가슴은쿵쾅거리며흔들리고있구나.

숨이가빠온다.함께놀고싶다.그러나

나는성인의도를가고있는사람이다

나는군자의길을걷고있는사람이다.

눈을꼭감으며나스스로다짐을한다.

그래,내마음은금강철

설사그대가무쇠를녹이는화로라해도,

그대가갖은교태로나를유혹한다해도

내마음은흔들리지않아

절대로흔들리지않아

그대를어이할거나,어이할거나.

그대,그냥잘가시게.

내가그대에게줄수있는건,

다만이시한수뿐이라네.

다산은꿈속에서도자신의강철같은마음을지키기위해

여인을매몰찬말과행동으로돌려보내는것이아니라

자신의것은지키면서그여인에게도

부드러운말과시한수로무안하지않게돌려보내는

도덕적풍모를엿볼수있다.

이시에서는쟁사(爭似)라는수사법이쓰여졌다.

먼저것과뒤의것을비교하여뒤의것이더낫다

그러니까산속꽃과붉은비단에싸인

복사꽃처럼아름다운여인을비유하는비유법

당연히비단옷입은고운여인의자태가

더아름답다는것을말하려했다.이런수사법을

한시에서는쟁사의기법이라한다.

그대를어이할거나奈汝何는

항우가사면초가를당하였을때해하성에서지은

해하가(垓下歌)속의비탄과연민의정이가득담긴

우혜우혜내약하(虞兮,虞兮,奈若何)에서보이는내약하와같은어조이다.

힘이산을뽑는기세라도때가오지않으면

오추마도가지않는사면초가의때를당해

패왕은애첩우희와이별의순간을맞이해야만한다.(패왕별희

항우의안타까움에겨워부르짖었던내면의외침!

다산이꿈속에서그여인과이별하며

극기하는내면의외침이이와같았을까?

오랫만에한림원에서배웠던싯귀하나를

옮겨보면서비오는토요일저녁,

어떤그리움에목이메인다.

소리울,소리울,내여하,내너를어찌하랴!

<소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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