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치에스국립공원에서의 추억

금년남해에내린눈은여러가지로의미가깊다.

기상청이생긴이래로제일많이눈이내렸다한다.

위지방이야겨울이면의례히눈이오니별다른느낌이없겠지만

남해에는눈이땅에머물러있는시간이얼마아니기때문에

남해사람에게눈은희소식이고아름다운풍경이며즐거운소식이다.

홍콩에사는필자의손녀들이때마침왔었다.

폭설로쌓인눈이녹기전에눈사람을만드느라

손발이꽁꽁얼도록눈을뭉치고뭉치며즐거워했다.

눈이야기라면참으로할말이많다.

미국유타주에는국립공원이많이모여있다.

여성적인브라이스캐년,캐년랜드,남성적인자이언캐페탈리프등은

신이만든오묘한자연경관이다.

그공원들을다보고거대한붉은바위에동공이크게생겨

커다란아치모양을하고있는형상이아주많은

아치에스국립공원을여행할때의일이다.

낮에남쪽공원을다구경하고시간이모자라북쪽산을구경하지못했다.

아쉬운마음에아침일찍잠깐동안만북쪽산을오르기로했다.

슬라이드필름한통만호주머니에넣고

지도한장도물한병도,차에가득실어둔오렌지한조각도

가져가지않은채산을오르기시작했다.

잠깐입구만보고사진몇컷만찍고오기로한것이었는데

산을오르면오를수록붉은바위를덮은눈덮인경치가숨막히도록아름다웠다.

점입가경은아마도그런풍경을두고말했을것이다.

간밤에눈이얼어서토끼가팔짝거리고

뛰어가도발자욱하나생기지않는순수자연의모습앞에

우리는돌아서서다른곳으로갈수가없었다.

점점앞으로나아갔는데우리는‘쉬운길‘과’위험한길’을선택해야했었다.

더아름다운경치가벌어질것이라는기대로우리는일부러위험한길을택했다.

아침일찍이고너무추운날씨라구경꾼은단한사람도없었다.

길이라고는바위위에작은돌몇개가띄엄띄엄놓여있을뿐이었다.

그런데책꽂이처럼세워진바위끝을걸어가는데

갑자기길을안내하던돌이없어져버렸다.

아래로보니20-30미터도더넘어보이는언덕아래에

다시돌들이놓여있고언덕위우리가서있는곳엔미끄러져내린흔적이있었다.

시간은얼마를지났는지배도고프고목이말랐다.

청정지역이니눈을퍼먹었다.

그런데침을뱉으니입안에서하루종일계속붉은침이나왔다.

붉은돌가루가눈속에배어있었기때문이었다.

깨끗해보이는순수백색의눈속에미세먼지가숨어있다는걸그때알았다.

스켓치북을든남자한사람이구세주처럼나타났었다.

그분에게주차장까지가는길이얼마나남았느냐니까한시간가량걸어왔다고했다.

우리는그높은언덕에서미술가아저씨의도움을받고언덕을미끄러져내려갔다.

그이후부터는눈밭을계속주저앉아미끄럼을탔다.

그날이후캄차카의아바친스키산위에서도,

이란하마단의간지나메에서도

눈만있는언덕에서는미끄럼을타게되었다.

실크로드의명사산모래언덕에서도미끄럼을타고내려왔었다.

눈많이온날밤아라클럽에오신손님들이시킨닭튀김배달온아저씨는

언덕아래로내려오지않으려했다.

언덕을올라가서닭튀김을받아손에들고그냥주저앉아미끄럼을탔다.

얼마나편안하고안전하게내려왔는지…

손녀들에게그이야기와아치에스공원에서의경험을이야기해주면서

미끄럼을타게했더니신이나서어쩔줄을몰라했다

아직도그늘이짙은곳에는눈이녹지않고있다..

언제다시이렇게많은눈을남해에서만나게될수있겠는가?

남해의유명한금산,망운산용문산등의비탈길에서신나게눈썰매를타도좋을번했다.

손녀들이굴리다만커다란눈사람몸통이다녹고한줌얼음덩이만남았다.

아름다운눈이무섭기도하고아름다운추억의한장면이되기도한다.

<소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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