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때 누운 섬 피난지의 추억

남편은6.25당시초등학교4학년이었다합니다.

6,25때의피난이야기는남편의이갸기메뉴제1호입니다.

누운섬으로피난을갔었다고.

소가누워있는형상이라고누운섬이라고했다는군요.

아버지의무역선을타고고성의유지들을태우고,돼지까지실어

피난을갔는데돼지다리가부러져그걸잡아먹고배탈이났었다는이야기,

인민군과국군이싸우는총소리대포소리가밤이면더요란했고

도깨비불빛처럼대포에서쏘아대는불빛이왔다갔다하더라는이야기

그곳까지인민군이온다는소문에고성유지들은

부산쪽으로다시피난을떠났다는이야기

누운섬의고구마가발갛게너무맛있었다는이야기

어장막틈새로날아나오는새들을잡으려고날마다새집이있나뒤졌다는이야기.

그러면서늘누운섬을그리워하였습니다.

사람들은어렸을적아픈과거가늘그리운가봅니다.

드디어오늘남편은그한을풀었습니다.

성당에서나오다가제가고성쪽으로드라이브나가자고했습니다.

누운섬으로갈계획은아니었지요.

남편에게는고성사람이라도누운섬이어딘지모른다고했었다는군요.

저는어느어부에게부탁해서날마다남편이말하는그곳이어떤곳인지

궁금해서먼저가본적이있거든요.

동화마을이라는곳으로들어갔더니두어부부부가어구를손질하고있었어요.

남편이누운섬이어디냐고물으니한어부가손가락질을하며

"누운섬이라고말하면지금은아무도몰라요.지도에와도라고적혀있거든요."

남편은이번에도그리운곳이면서도한번가볼엄두를내지못하다가

제가

"선장님,저희를저곳까지데려다줄수있어요?

저는한번가보았는데남편은60년의소원이었어요.와도에보는것이."

그분은선뜻그러마고했습니다.

죽은사람소원도푸는데산사람소원을못들어주냐면서

왕복한시간이면다녀올수있다고합니다.

비가부슬부슬뿌리고있었어요.사량도가잡힐듯보였고

출렁다리까지보였어요.

부인이안가겠다는걸제가이야기도할겸놀러삼아따라가자고하니

얼른배에올라탔습니다.

그배는장어를잡는배였는데한창여름에잘잡을때엔200킬로를잡는데

킬로그램당7만원을할때도있었답니다.

그래서그동화마을포구에는집들이너무아름답고현대식으로지어져있습니다.

"그래도힘이많이들지요?"

그랬더니

"안힘든일이있나요?

그래도이일은자유가많아요.안나가고싶으면안가도되고바람불고비오면쉬고…"

행복한웃음을흘립니다.

남편이또그피난시절스토리를녹음기틀듯틉니다.

"호랑이담배피우던시절이야기네요.우리는태어나지도않았을때이야기."

부인은웃으면서남편의이야기를다들어줍니다.

"가보아야집몇개그것도다통영으로나가고빈집만있는걸요."


그렇게이야기를하는동안통통거리며배가와도의부두에닿았습니다.

지난번태풍때에몇안되는집도다날아가몇남지않았다합니다.

학교가어디인지그때제가갔을때에만해도크게보였는데

고작서너채의집이있는그중간에다허물어져가는퇴락한

삼산초등학교분교라고써붙인곳이있습니다.

에둘러싸인충무공이순신동상이우뚝서있습니다.

낡아가는벽화가참으로쓸쓸해보입니다.

그런데한집에서젊은여인한분이얼굴을뾰쪼롬히내밀다가

그냥숨듯들어가보립니다.

말이라도한번붙여볼까했는데말입니다.

담장이넝쿨만무상한세월을노래하며생명력을자랑합니다.

덩그렇게태양광발전소는바닷가에새건물로들어서있었습니다.

담장이덩굴이설기설기정신없는빈집장독대엔

깨진장독과작은장독들이옛사람의정을담고남아있습니다.

고구마도고구마밭도없고정말외롭고쓸쓸한고도였어요.

잠간그곳을둘러보고-둘러볼것도없는작은포구였지만-

선장부부와우리는그냥그곳을나왔습니다.

선장의배는깃발을달아놓아바람에연신펄럭이고있더군요.

바다에야릇한구조물이있었는데바다공중화장실이었어요

약간의수고비를쥐어주며기름값이라도하라니까한사코뿌리치며

"우리도부모가계십니다.60년소원이라는데우리도좋은일한번해야지요."

기어안받는걸두부부가나가서점심한끼사드시라고던져주고나왔습니다.

맑은바다에서는숭어가펄떡펄떡뛰어오르고비는계속흩뿌리고있었습니다.

<소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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