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소을비포성지(所乙非浦城地)의 두레박

<소을비포성지>

우연히들어간마을이아름답다면그날은재수가아주좋은날입니다.

한국의가톨릭성지를다돌아다닌우리부부는

성지의팻말을보고고성에이런성지는없었는데.

한글로써둔표지판만보였기에성지한군데찾았다며

‘소을비포성지’를복권당첨된듯이찾아나섰어요.

聖地-성스러울聖은발음이장음이고,성곽을말하는城은

발음이단음인데한글로는구별이안되는맹점이있습니다.

그런데성지聖地처럼생긴곳은하나도없고멋진성이둘러져있고

성루구조물이예사롭지않았습니다.

동화마을갯벌체험장에서만난아낙에게

"저성이름이뭡니까?"

하니

"소을비입니다."

라고말합니다.

포(浦)는물가를말하는보통명사인셈이었지요.

이포구에만들어진성루는세종실록에처음나오는

외적을막아낸국가차원의보루였습니다.

나중에한문으로된표지판을읽고서야모든것이이해가되었습니다.

그런걸소을,비포,성지라고무식하게읽고무슨뜻인가궁금해했다니…

소을비의뜻은

1,소나무의솔,

2,숲의고어솝,

3,좁다라는경상도말의솔다라는말이변천해온

지명이라고합니다.

옛날엔소나무가많았고숲이있었으며

이아름다운포구는좁다는것을지금도알수있습니다.

여기서남편은뜻을하나더답니다.

"갑을병정의차례를매길때갑이최고이니까

所乙非,즉을이아닌甲의장소.

최고의장소라는뜻도되겠지?정말최고네.

아라클럽만최고인줄알았더니…"

그런데골목을휘돌아나오도록한사람도만나질못했는데

그속에서정겨운풍경을만날수있었습니다.

눈을찡그리며홍보석을깨물던달콤새콤석류알이

동글동글달린풍경.

동백꽃붉은열매…

오래된기와지붕,

감나무담밖으로나와자라는모습

호박이새파랗게달려있는돌담

골목입구담벼락에걸쳐서있는우물

‘앵두나무우물가에동네처녀바람났네..’

노랫소리들리듯두레박이내동댕이쳐져있고고무세숫대야도놓여있고

비누곽도놓여있고두런두런여인네들이나누던수다소리들리는듯한..

우물속을들여다보니하늘을동그랗게넣어둔

우물속에일렁일렁두그림자만일렁이네요.

작은게한마리가나왔다들어갔다

풀이무성한돌벽을기어다니는우물속

긴대롱은집에서편히퍼올리는모타펌프용인가봅니다.

꽃분홍꽃이지고나면봉곳하니맺힌씨방에서

하얀분가루를모아아낙의분을만드시던

그리운아버지의손길이느껴지는분꽃

참,그꽃을얼마만에보았는지모르네.

"누구요?"라고

묻는사람하나없는뜨락에밤송이만쌓여있고…

<아라클럽>에서30분거리,고성군동화마을에서의

고즈넉한하루…

돈을발라잘지어진박물관건물도아닌,

화려한전시품그림들이모여있는곳도아닌,

그러면서귀하고자연스런예부터사람사는모습이고스란히담겨진,

그곳을빠른시간안에다시가보고싶습니다.

더정겨운풍경들을담고그속에사는사람들도담고파서…

<소리울>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