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묘비명

성당반모임의데레사님의시어머니가96세에돌아가셨습니다.

서울서비슷한시기에내려와한동네에살게되었고

친하게지내던분이라세번이나연도해드렸고장례식에참여했습니다.

96세

사람들은모두호상이라합니다.

부모님의죽음에호상이란없다고생각합니다.

제가스물아홉에79세의아버지가돌아가셨습니다.

수업을하고있는데급히연락이왔습니다.

저는울면서교장선생님께가서

아버지가위독하시다니가보아야할것같다고말씀드렸습니다.

몇이나되셨는데?"

저는79세라고말씀드렸습니다.

"호상이구만,울일이아니야."

순간그교장선생님이참으로비정한사람같아보였습니다.

부모의죽음.

100세이든120세이든자식에게는하늘을잃는슬픔입니다.

저는그슬픔을알기에장례식까지열심히연도를해드렸고

아는분에게연락을해드렸습니다.

장례식장에서신부님은마리아할머니의죽음의모습을잠깐말씀하셨습니다.

신자들에게는사람의죽음은곧부활로가는길입니다만

이별의순간이슬프지않는일이있겠습니까?

저는용인천주교묘역,김수환추기경님건너편에

이미죽어누울자리를마련해두었습니다.

묘비명을보면그사람의삶을조금은짐작할수있을것같습니다.

김수환추기경님의묘비명입니다.

“주님은나의목자아쉬울것없어라.”

모든것을초탈하고죽음을맞이한성자의죽음을보는듯합니다.

그리스의크레타섬에갔을때유재원교수님과

카잔차스키의무덤에서간단한제례를드린바있습니다.

희랍인니코스카찬차스키의묘비명도매력적입니다.

“나는아무것도바라지않는다.

나는아무것도두려워하지않는다.

나는자유다.”

마치최선을다해살다가죽음을맞이한영혼을보는듯합니다.

"우물쭈물하다가내이럴줄알았다."

죠지버나드쇼의묘비명입니다.

이승의삶을얼마나열심히살아야함을말해주는듯합니다.

숭고한삶앞에죽음또한마지막이아닙니다.

지금붉은단풍잎이서서히떨어지고있습니다.

이화려한죽음이후에새봄이되면

파릇파릇새로운생명이솟아납니다.

생존소멸이우주의역사이고진리일진대

지금이순간의삶을열심히살아야할것입니다.

<소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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