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작업 전통한지를 찾아서..
지난해지은흙방을가지고아직도남편은씨름을한다.
흙방바닥에대자리를깔고잘도지냈건만
불을때면연기나나온다고그걸다때우더니
정식으로장판을깔자고
한지만드는곳이유일하게남아있다는신반으로가잔다.
절대로이길수없는남편의집착때문에그냥따라나넜다.
물어물어찾아간곳
눈물나는이한지만드는전통기법은정말하나하나가다수작업이었고 더이상은힘이들어젊은이는할수없는일이라며 허리꼬부라진신현세노인이고독하게이일을이어나가고있었다. 그장인정신하나로자존심을지키느라 장판지한장에엄청비싼돈을부르고도단1원도,단한장도 에누리는없다고잘라말한다. 우선벽에붙일살구색한지한장에천오백원을주고서른장만샀다. 장판은좀더생각해보자고..

​예부터우리의한지는중국에서도조공품으로가져갈만큼품질이우수했다. 송나라손목()이지은『계림지(志)』에는"고려의닥종이는윤택이나고흰빛이아름다워서백추지라고부른다"고하였다.『고반여사(事)』에는"고려종이는누에고치솜으로만들어져종이색깔은비단같이희고질기기는마치비단과같은데글자를쓰면먹물을잘빨아들여종이에대한애착심이솟구친다.이런종이는중국에는없는우수한것이다"라고적혀있다고한다. 그래서비단처럼질기고윤택이나니까중국사람들은누에고치를재료로만든종이인줄로알았을정도이다. 우리나라에서현존하는가장오래된종이는신라시대에제조된『무구정광다라니경』(국보제126호,704~751년제조)으로중국에서말하는’백추지’이다

천주교박해시절’백지사’라는형벌은밀도가좁은한지를얼굴에겹겹이대고물을축여숨을못쉬게질식사시키는형벌이었다. 얼마나밀도가좁으면종이몇장에숨을끊을정도였겼는가? 참으로안타까운한지의역사이기도하다.

이낡은공장건물속에서우리는한지만드는모든눈물나는과정을볼수가있었다. ⓐ닥나무채취ⓑ닥나무껍질벗기기ⓒ닥나무껍질삶기ⓓ닥나무껍질씻기ⓔ닥나무껍질두드리기ⓕ닥나무껍질에닥풀풀기ⓖ한지뜨기ⓗ한지말리기의그모든절찰르한눈에볼수있었다.
먼저,깨끗이다듬은닥나무의껍질을벗겨건조시키면흑피가된다.다음으로10시간정도흐르는물에담가두었다가껍질을벗겨내면백피가된다.메밀대나콩짚대를태워만든재로잿물을내어서4~5시간삶는다.

좋은날을택하여삶은닥은맑은물에여러번씻어서잿물기를제거한다음,남아있는티를일일이골라낸다. 낡은공장한쪽에서일하는여인한명이일일이티를골라내고있었다.

그다음,넓적한돌판위에올려놓고40분에서1시간정도떡메로고해(=두드리기)한다.그리고고해된것을지통에넣고뜨는데,이때’황촉규(속칭닥풀)’라는식물뿌리의즙을진윤제로섞는다.이닥풀은날씨가더워지면삭아버리는성질이있어서종이는여름철보다는서늘하고건조한가을이나겨울철에뜨는것이좋다.

닥섬유와닥풀을섞을때는종이의용도에맞추어서경험이많은사람이적당히혼합한다.혼합할때골고루풀어지라고대막대기로휘젓는데,이과정을’풀대친다’고한다.풀대질을한다음에는대나무세초발을발틀에얹어서섬유를고르게떠낸다.이것을’물질한다(초지())’고하는데,종이를만드는사람(지장)의숙련된솜씨가가장잘드러나는중요한과정이다.닥풀의혼합정도와물질하는솜씨에따라서종이의두께가결정되는것은물론,종이바닥의곱고거친정도가결정되어종이의종류와품질이좌우되기때문이다.

이렇게한장한장떠낸종이를습지라고한다.습지는하룻밤동안무거운돌로눌러놓아서서히물기를뺀다음건조시킨다.건조방법은옛날에는진흙담이나온돌방바닥에습지를붙여건조했는데,이러한건조방법은습기가천천히말리면서고르게말라종이가질기게된다.요즈음은대부분불에달군철판위에서건조하고있고이곳에서도건조기에서연신한장씩건조된종이를걷어내고있었다.


우리가본종이는판화지라고하는데닥을사주고누가일을시킨것이라했다.다마른종이는다시도침(다듬이방망이질)을하여곱고윤기나게다듬음으로써재래식방법에의한종이는비로소완성된다는데방망이질의과정은볼수가없었다. 한지전시장에서볼수있는곳은한지제조과정을볼수있는구조물을만들어둔곳인데문은닫혀있었고잘볼수없었다.
단지신현세님의낡은공장에서그눈물나는과정을보며안타까운심정으로그동네에서입맛돋구는고기구이냄새에끌려점심한그릇사먹고나왔다. 옛날의령학교에서한십리떨어진마을가례불고기집을생각하면서…

분홍색나는종이가바로닥풀로만든전통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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