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삶이란 근원적인, 가망 없는 외로움. 취미로도 묵상으로도
피정으로도 해소 못할 끝없는 고독감.
소외감에 젖었다가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쯤, 상해 사나흘 여정에 오릅니다.
큰 대자가 구세주였습니다. 서울서부터 모임회비가 남았다고 대부모님과 여행을 가고 싶다고 주선한 것.
때는 부활 주일. 하루에 열 번 웃는 일을 억지로라도 만들자 결심했던 날들. 열 번 웃는 일이 생기는 건 여행을 떠나는 일이지요.
잘 다녀오세요, 작은 아들의 인사말,
큰 아들이 예약해 준 남산 하이야트 호텔에는 아들 이름의 카드 한 장이 1808호 방에 과일 한 바구니랑 책상 위에 놓여 있네요.
이만하면 괜찮은 인생이 아닌가
끝없는 갈등과 집착을 멀리하자.
안분지족(安分知足). 앉은 자리가 꽃자리이니라.
머리를 짓누르는 집착에서 벗어나게 될 것입니다. 여행의 효과.
나가면서
홀린 듯 나선 여행길. 사랑하는 대자부부 함께여서 행복했었네.
삶의 찌꺼기는 계속 머리에 남아 차를 마시듯 내밀한 가슴 속을 씻어 내리자. 차를 마시듯 흘려 내리자.
토 일 상해 항주 세 시간, 다섯 시간 길에서 보낸 시간, 아깝기도 한 강행군이었었지.
그래도 유네스코 자연경관 서호를 보았네. 아름다운 서시가 오지도 않았는데 물고기는 물속으로 숨어 들었네. 늘어진 수양버들 보며 소동파 시 한자락 외울 만 할 때, 밤중을 달려 화려한 빛의 쇼 서호의 역사를 보았지.
길고도 긴 버스 길 가까스로 상해로 가서 가슴 아픈 상하이 탄 뮤지칼을 보았네. 서러워도 아파도 사랑이야 아름답지. 그래 아름답지. 행복한 결말을 기다리는 마음들.
물처럼 흐르면서 물처럼 겸손하게 오래된 물의 도시 주가각을 배웠네. 아버지 전상서 손 편지 썼던 시절. 내 부모님께 손 편지를 부칠까? 간절한 그리움이 하늘에 가 닿을까? 청나라 우체국이 그곳에 있었네. 수상도시 주가각, 중국의 베니스.
서울 3D 예술의 전당에서 홀라랑 벗어도 보고, 조각달을 타고 하늘도 오르고, 천사가 되어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가우디도 만났네.
깔깔대며 웃었던 몇 분의 시간,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스트레스가 날아가 버렸네.
화려한 상해, 높디 높은 뾰족탑은 조심조심 아슬아슬 걸으며 마음속 내밀한 탑 하나를 세우자. 그래 나 자신을 위한 탑 하나 세우자.
언제나 시작, 새로운 도전
새로운 꿈 하나 가슴에 담고
새로운 인연들 얻어 계속 이어갈 사람 이야기
속초, 음성, 남해, 서울 사람 이야기
다양하고 향기로운 사람이야기
여행보다 더 좋은 공부는 없었네. 여행보다 더 좋은 공부는 없네.
데레사
2016년 3월 31일 at 8:19 오전
훌쩍 한번 바람쐬고 오면 막혔던 속도 풀리고 삶의 활기가
나죠. 나도 늘 경험하거든요.
잘 다녀오셨다니 반가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