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쇄원
불현듯 소쇄원이 가 보고 싶었습니다.
집을 보아 줄 사람 있을 때 가 보리라고 서둘러 나섰습니다.
성균관에 다닐 때 임간수업으로 교수님들과 갔었던 곳.
중종 시절 뿌리깊은 사화의 언저리에 조광조선생이 있었고 그 제자 양산보가 있었습니다.
앞뒷산이 막혀 답답한 듯한 골짜기에 대나무 숲이 우거진 한국 정원의 진수.
이 막힌 산 때문에 양산보님은 다시 정가로 나가지 않고 이 소쇄원에서 달과 바람을 벗하며 일생을 보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월당, 광풍각. 본채와 사랑채는 위아래로 나란히 비숫한 크기로 앉아 있습니다.
정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하늘을 보고 치솟은 대숲이 시원한 느낌을 줍니다.
담벼락에 구멍을 뚫고 계곡물이 흘러내리게 한 멋스러움,
연못에는 산그림자. 나뭇잎들이 함께 들어앉아 수런수런거립니다.
잘 생긴 멍멍이 한 마리, 오래된 석류나무 한 그루도 이 정원에서는 한 폭의 그림입니다.
일본의 학자들인지 한 패의 사람들이 구경을 합니다.
통역하는 아가씨가 우리의 역사를 잘 말해 주려는지 슬며시 걱정됩니다.
그들은 제월당, 광풍각의 주춧돌 하나도 눈여겨 보지 않고 후다닥 설명 한 판 듣고 후다닥 일어서 나가버립니다.
인공으로 만들어진 일본식 정원에 비하면 격조부터 다른 우리의 정원에 질려버리기라도 했을까요?
그랬다면 다행입니다만 …
설명하는 남자도 광풍각이 본채이고 제월당이 사랑채라고 거꾸로 말하고 있었습니다.
제월당 툇마루에 앉아서 한판 구수한 설명을 하던 문화해설사는 그들에게 밀려 슬며시 일어서 자리를 비껴 주었는데 제가 다 화가 나려했습니다.
“이봐요, 문화재는 그렇게 보는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하지만 어쩝니까?
사무라이가 선비정신을 알기나 하려구요. 까짓것들.
칼든 놈들은 칼로 망하리라.
journeyman
2016년 6월 28일 at 5:47 오후
대나무숲 사진을 보니 몸도 마음도 시원해지는 느낌입니다.
cheonhabubu
2016년 6월 28일 at 8:45 오후
네 고맙습니다
manager
2016년 6월 28일 at 5:50 오후
안녕하세요, 위블로그 운영자입니다.
사진을 올리실 때 인위적으로 사이즈를 조정하시면 해상도가 떨어지는 일명 뭉개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사진이 작게 올라갔을 때는 아래의 방법처럼 해주시면 깨끗한 사진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위블로그 이용안내: 사진이 작게 나올 때 조치 방법
http://blogs.chosun.com/mblog/355/
좋은 글로 위블로그를 빛내주셔서 감사합니다.
cheonhabubu
2016년 6월 28일 at 8:49 오후
익숙한 것이 아니면 잘 안되기 때문에 훈련이 필요한데 지금 훈련하기엔 너무 힘들어서 그럽니다.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해 달라고 할 수도 없고 이것 말고도 신경쓸 일이 많으니 여기에 전력투구할 수도 없어서 기분이 좀 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