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다니, 애들은 죄없소… 오래산게 죄지”” [펌]

[동아일보]

《12일오후6시29분.경찰이112신고를접수했다.“서울중구주교동방산시장입니다.

전경비원인데요.할머니한분이여기앉아계세요.”

길을잃은것으로보이는짧은백발의할머니옆엔

요구르트한병과옷가지몇벌이조금씩나뉘어담긴쇼핑백2개가함께놓여있었다.

경찰은자그마한체구의할머니(82)에게서“아들둘에딸둘이있다”는말을듣고연락을취했지만

이들의휴대전화는모두꺼져있었다.집전화도받지않았다.

일단이날밤경찰은갈곳없는할머니를따뜻한방이딸린인근경찰지구대로옮겨재워드렸다.》

이튿날아침에서야경찰은가까스로큰딸(50)과연락이닿았다.

딸의첫마디는“왜오빠를부르지않고날불렀느냐”는것이었다.

다시작은아들(53)에게연락을취하자그는“여동생을불렀다니난안가겠다”고말했다.

결국경찰관3명이집까지찾아가아들을임의동행해온끝에아들부부와딸부부가경찰서에모였다.

할머니는20여년전남편과사별하고병으로큰아들마저잃은뒤딸둘과작은아들의집을전전해왔다.

정정한편에정신이맑았던그였지만자식들은늙은어머니를서로모셔가라며책임을떠넘겼다.3년전부터는다툼이더욱심해졌다.

급기야12일,지난해11월부터노모를부양해온큰딸은이날오후3시40분경노모의옷가지를챙겨들고방산시장에있는작은오빠의가게로찾아가노모를맡겼다.

그러나10분도지나지않아작은아들부부는노모를다시여동생의가게로되돌려보냈다.

재단사인작은아들의가게는역시재단사인큰딸가게와50m떨어져있다.

여동생은다시노모를데리고오빠를찾아가“어떻게이럴수있느냐”고따졌다.

견디다못한노모가작은아들의가게를나와바깥을떠돌던중

아들과딸부부는모두오후6시경가게문을닫고퇴근해버렸다.

갈곳을잃고경비실앞에쪼그리고앉아있던노모를이날오후경비원이경찰서로보낸것이다.

이들남매는세련된옷차림에손가락엔번쩍이는보석반지를끼고있었고,

경찰조사결과모두서울에번듯한아파트도보유하고있었다.

경찰에서이들은“서로가모셔갔을거라고생각하고집에간것이지어머니를버린게아니다”고해명했다.또뒤늦게서로“어머니를모셔가겠다”고주장하기도했다.

그러나경찰은작은아들과큰딸부부4명을존속유기혐의로불구속입건했다.

13일오후5시경경찰조사는끝났다.하지만이들은마지막까지도서로에게“어머니좀잘모셔라”며욕설과함께목소리를높였다.

작은아들의아내는시누이에게“유산을나눌때는아들딸구별이없더니어머니는왜아들보고모시라고하느냐”고언성을높이기도했다.이들이어떤유산을얼마나받았는지는확인되지않았다.

노모는경찰서의자에앉아이모든상황을말없이지켜봤다.

다가간기자에게그는“내가오래산게죄지애들은아무죄없다”고말했다.

“버리다니.자들은내보고이래가라저래가라안했심더.

아무일도없심더.자,이보소.이것도애들이넣어준기라.”

할머니는쇼핑백속에들어있던요구르트를손에쥐고달게마셨다.

임우선기자imsun@donga.com

오늘아침신문을보고서

착잡한생각을지울길없어작년에올린글을다시옮겨봅니다.

경찰서에불려와서도서로’네탓’하는남매보고

"버리다니,애들은죄없소…오래산게죄지"

자식들이할머니를버렸는데도

할머니는애들이죄없다고끝까지자식들을두둔하십니다.

생활도넉넉한자식들.

서로"모셔가라"싸움질에

노인네가집을나간사건입니다.

어머니의사랑


난지금도시장길을지날때면시장구석진자리에서

나물을팔고계시는할머니를보곤한다.

예전에는이시장길을지나는것이고통이었다.

하지만이젠나에게이곳을지날여유도없다.

어쩌다가끔씩들려보는이곳시장터.

난이곳에서장사를하는한분의고귀한사랑을받고자랐다.

"엄마시장갔다올테니,밥꼭챙겨먹고학교가거라"

난장사를가시는어머니의모습을보고도잠을자는척했다.

이지겨운가난.항상난이가난을증오했다.

그리고언젠가는벗어나고말리라는다짐을굳히곤했다.

내가학교가는길시장저귀퉁이에서

나물을팔고계시는어머니의모습이보인다.

난어머니가나를발견할까봐얼른도망친다.


우리부모님은막노동을하셨다고한다.


일하는도중철근에깔리신어머니를구하시려다아버지는사망하고

어머니는한쪽다리를잃으셨다고한다.

일을가시지못하시는어머니는나물을캐서팔곤하셨다.

난항상들판에절뚝거리시며나가시는어머니가싫었고

밤새다듬으시는모습도싫었다.

더더군다나시장한귀퉁이에서쪼그리고앉아

지나가는사람들에게구걸비슷하게장사를하는것도맘에들지않았다.

집에돌아오니퉁퉁부은다리한쪽을주무르시며나물을다듬고계신다.

나를보자어머니는기쁜낯으로3,000원을주신다.

난그돈을보자화가치민다.

"난거지자식이아니란말이야이런돈필요없어!"

그리고는밖으로나와버린다.

다음날아침난어머니가시장간틈을타

집에가서책가방을들고학교에간다.

학교길약수터에서간단히세수를한다음물로배를채운다.

난비록풍요롭게먹고입지는못했지만공부는악착같이했다.

그래서부잣집자식놈들보다공부는항상잘했다.

하지만그자식들에게사는미움도만만치않았다.

그날4교시가끝날무렵아이들이갑자기웅성거린다.

복도를보니어머니가절뚝거리시며교실로들어선다.

선생님드리려고장사하려고다듬은나물을한봉다리들고서…

어머니는내가어제들어오지않자걱정이되셔서학교에오신거란다.

선생님과의면담을끝내고어머니가돌아가시자아이들이한마디씩한다.

"야!이민석너네엄마병신이었냐?"

그놈은그잘난부잣집아들현우였다.

현우는어머니의걸음걸이를따라한다.

무엇이우스운지반아이들은웃어댄다.

난화가나서그놈을정신없이두들겨줬다.

그리고서는교실을나와버렸다.

저녁무렵집에가니집앞에잘차려입은여자와현우가어머니에게

소리를지르고있었다.

"아니애비없는자식은이래도되는거야?못배우고없는티내는거야뭐야.

자식교육좀잘시켜,

어디감히우리집귀한자식얼굴을이렇게만들어놓느냔말이야.

응!어머니라는작자가병신이니자식정신이온전하겠어?"

어머니는시종일관죄송하다는말뿐이다.

난그러는어머니의모습이싫었다

.
집에들어가도어머니는아무말씀없으시다.난어머니에게한마디한다.

"다시는학교에오지마알았어?챙피해서죽는줄알았다말이야."

"그래미안하다난민석이가걱정이되어서……"

"난차라리엄마가없었으면좋겠어"

난해서는안될말을해버렸다.

슬픔을보이시는어머니를못본척하며자는척했다.

"난꼭성공할꺼야."

밤새이렇게외쳤다.

다음날아침수업료라며엄마가돈을쥐어주신다.

얼마나가지고계셨는지너무도꼬깃하고지저분한돈이었다.

학교에가니선생님이부르신다.적어도선생님만은내편이셨다.

어머니께잘해드리라는말로나를위로하신다.선생님께서나물맛있게

먹었다고어머니께전해달란다.난그러마했다.

하교길에길모퉁이배추가게쓰래기통에서배추잎들을주어모으시는

어머니를본다.난모른척얼른집에들어와버렸다.

그날저녁배추국이밥상에올라온다.

"이배추!"

난소리를질렀다.

어머니께선아무일도아니라는듯

"배추가게아저씨가팔다남은거라고버리기아까우니가져가서

민석이국끓여주라고하더구나"

어머니의말에난또화가나기시작했다.

정말로난거지자식이되어버린것만같았다.

나를이렇게비참하게하는어머니가너무도싫었다.

나중에안사실이지만그날이어머니생신이셨다고한다.

~~~~~~~~~~~~17년후~~~~~~~~~~~~~~~

난의사가되었다.가정도꾸리고병원도장모님께서개업해주셨다.

난너무도풍요로운생활에어머니를잊고살았다.

돈은꼬박꼬박어머니께보내드렸지만찾아가본적은없었다.

아니어머니라는존재를잊고살려고노력했다는해석이옳을지모르겠다.

그런어느날…..

퇴근길에우리집앞에

어느한노인과가정부아주머니가싸우고있는걸봤다.,

다가서니그노인은내가가장잊고자하는어머니였다.

전보다더야윈얼굴허름한옷차림그리고여전히절뚝거리는다리……

어머니는나를보자기뻐하신다.

"민석아많이좋아졌구나."

난어이없다는듯

"사람잘못보셨습니다."

난차갑게한마디한다.

뭐가모자라서나에게온단말인가….

그동안생활비로도모자라단말인가?

민…석….아….어머니의떨리는목소리.

"전민석이가아니라최영호입니다."

난이한마다를끝으로집으로들어가버린다.

가정부가애써돌려보낸후

별노망든할머니가다있다고푸념을늘어놓는다.

그후한달동안난악몽에시달린다.

할수없이난다시는되돌아가기싫은

시장이있는우리집으로발길을돌린다.

시장한귀퉁이에여전히나물을팔며

기침을하시는어머니의모습이보인다.

난가만히곁에가서지켜본다.

나물을사려는한아주머니가묻는다.

"할머니는자식이없나요?"

"아니여우리아들이서울큰병원의사여.

자꾸나보고같이살자고하는디내가싫다혔어.

내가살면얼마나산다고자식신세를져.

요즘도자꾸올라오라는거뿌리치느라고혼났구만.

우리아들같은사람세상에둘도없어.

우리아들이효자여효자."

어머니는자식자랑에기분이좋았는지나물을많이도넣어드린다.

그런어머니를뒤고하고난예전의집으로향한다.

아직도변한게없는우리집

거의쓰러져가는데도용캐버티고있었다.이런곳에서살았다는게

생각에없을정도였다.난방틈으로돈봉투를넣어놓고는돌아선다.

1년이지난후,

난어머니의사망소식을고교담임선생님으로부터듣게되었다.

그래도무슨이유에서인지내발길은어머니의집으로향하게되었다.

시장에는어머니의모습이정말로보이질않았다.

도착한곳에는선생님이혼자집을지키고계셨다.

나를알아보신선생님아무말씀도없으시다.무거운침묵…….

"민석아내옆에와서잠깐앉아라."

선생님이처음으로하신말씀이셨다.

선생님께선낯익은보따리를나에게주신다.

바로어머니가가지고다니시던나물보따리셨다.

이보따리에밤새다듬은나물들을싸서시장에팔러가시곤하셨다.

"풀러보거라"

선생님의말씀대로난보따리를풀렀다.

"돈아닙니까."

"그래돈이다네어머니가너에게주시는마지막선물이다.

그동안네가돌아올까봐서그리고혹시나네가성공하지못하면

다른사업을할수있도록모아두신돈이란다.너하나믿고무슨미련인지

이곳을떠나지못하고너를기다렸다.

너에게잘해주지못해항상미안해하셨다.

내가가끔네어머니의말동무가되어드렸단다.

그래서나에게네어머니의유언을전하도록부탁하셨다.

그리고네가모르고있었던사실들도함께말이다."

선생님의얘기는나에게충격으로다가왔다.선생님의얘기는이러했다.

내가아주어렸을적나를키워주신부모님은

퇴근길에쓰레기통을뒤지고있는

나를발견했다고한다.자식이없던터라나를데리고가서키웠다고한다.

늦게얻은자식이라얼마나기뻤는지모른다고한다.

어린나를집에혼자둘수없어

항상나를공사판에데리고다니셨다고한다.

그런어느날무너지는철근밑에있는나를보고

어머니가뛰어드셨다고한다.

그리고아버지도어머니와나를구하기위해몸을던지셨다고한다.

그사고로아버지는돌아가시고어머니는한쪽다리를잃으셨다고한다.

그러니까난아버지의목숨과

어머니의다리로살아난운좋은놈이라고한다.

혼자가되신어머니다리마저불편하신어머니께주위사람들은나를

고아원에보내라고하셨단다.

하지만어머니는나를자신의목숨보다소중히

여기셨기에나를버리시지않고키우셨다고한다.

그후어머닌아버지를잊기위해이곳으로옮기셔서나물을팔며

나를키워오신거란다.

내가대학다닐때암인걸아신어머니는

자신의몸보다내학비를마련하기위해

병원에도가지않으셨다고한다.암전문의로명성을날리는내가

내어머니를암으로돌아가시게하다니…..

어머니는마지막으로나를한번보고자물어물어서울까지오셨다고한다.

그런어머니에게난가슴에못을박고말았다.

자신이낳은자식도아닌데

자신의목숨보다소중히여기셨던어머니를버린

자신을용서할수가없었다.

하지만나를조용히내려보시는

어머니의사진이잔잔한미소를보이고있다.

이런자식마저도어머니는사랑하시나보다.

내어머니사랑하는내어머니….

그후난시간이날때마다가끔씩이곳을들른다.

혹시나어머니가나물을파시고계실것같은착각에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