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눈물은 기록되며 헛된 수고는 없다.

모든 눈물은 기록되며 헛된 수고는 없다.

‘이건희의 서재’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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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여름 북경에서 열리는 국제약리학술대회(IUPHAR)에 참석차 중국을 방문하면서 호남성(湖南省)의 장가계(張家界) 관광을 하게 되었다. 7월 1일 정오쯤 십리화랑(十里畵廊)을 둘러보고 난 후 이동한 금편계곡(金鞭溪谷) 입구에서, 흑룡강성 출신의 조선족 가이드가 옆에 있던 돌산의 감실(龕室)처럼 생긴 구조물을 가리키면서 “중국에는 장량(張良)의 묘라고 알려진 곳이 200여 곳이 있는데 이곳도 그 중의 하나”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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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패왕 항우를 멸하고 한나라의 고조가 된 유방(劉邦)은 한신(韓信)을 초왕에 봉했으나 후에 역적으로 포박 당하자 한신은 분개하여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교활한 토끼를 사냥하고 나면 좋은 사냥개는 삶아 먹히고(토사구팽, 兎死狗烹), 하늘 높이 나는 새를 다 잡으면 좋은 활은 곳간에 처박히며, 적국을 쳐부수고 나면 지혜 있는 신하(臣下)는 버림을 받는다고 하더니 한나라를 세우기 위해 분골쇄신한 내가, 이번에는 고조에게 죽게 되었구나.”하고 탄식하였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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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본 장량은 후에 산천을 떠돌며 몸을 숨기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한나라 명문 출신으로, BC 218년 박랑사(博浪沙: 河南省 博浪縣)에서 시황제(始皇帝)를 습격했으나 실패, 하비(下邳: 江蘇省 下邳縣)에 은신하고 있을 때 황석공(黃石公)으로부터 태공병법서(太公兵法書)를 물려받은 이야기(네이버 백과사전 참조)를 그때 가이드로부터 듣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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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리뷰를 쓰게 된 ‘이건희의 서재’의 서두에 나오는 장면이다.

저자는 장량처럼 자기 삶을 바꿀 수 있는 책을 얻기 위해서는 “책을 얻을 수 있는 태도와 알아볼 수 있는 눈과 그 책으로 자신을 훈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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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태어나 글과 책이 귀하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뼈져리게 느끼며 자라서 일까? 아직도 아이들이 낙서한 종이조차도 함부로 버리지 못하고 망설이게 된다. 또한 고교시절부터 부모님의 슬하를 떠나 고독한 밤과 밤을 지새우며 번민 속에 지내야 했고 홀로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고 처리해야 했던 지난날의 경험들을 돌이켜 보면서 어린 시절부터 일본에서 유학하면서 겪었을 이건희 선생님의 삶과 그로인해 형성된 삶의 양식에서 많은 교훈과 위로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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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도 밝히고 있듯이 독서의 가장 큰 즐거움 중의 하나는 평소에 인식하고 있던 자신의 문제나 습관들과 같은 생각이나 모습을 한 사람을 책 속에서 만나면 쉽게 공감이 가고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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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에 나온 장량이나 한신의 삶이나 이 책에서 인용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삶을 보면 삶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으며 교언영색이나 비굴한 변명으로 엮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어린 시절부터 몸소 겪어서 체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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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에서 풍기는 통속적인 관심 이상의 깊이와 삶의 처절한 진리를 매우 솔직하고 설득력 있게 기술하고 있으며 특히 약 5년간 외항선의 기관사로서 해상근무를 하고 다시 의학을 공부했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지금도 전선의 누전이나 배관의 누수, 온수 파이프의 손상, 벽의 균열, 순환펌프의 교체 등을 수리공을 부르기 보다는 스스로 수리하고 해결하기를 즐기는 처지에서 보면 이건희 선생님의 삶과 행동방식에 깊은 공감과 동지애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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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때일수록 자신을 존중하라. 오직 스스로의 힘만 믿으라. 밑바닥부터 시작하라. 화이부동의 길을 가라. 기록은 기억을 보장한다. 주도권을 장악하라.

이 모든 것이 단순한 허장성세가 아니라 오랜 실천과 인고 속에서 배어난 삶의 지혜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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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젊은이들에게 다음과 같이 일갈하는 것 같다. “배낭을 메고 일면식이 없는 이방의 거리를 헤매어 보라. 홀로 일엽편주를 몰고 대양의 폭풍 속을 지나가 보라. 그리고 산더미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문제들을 몸으로 부딪쳐서 스스로 해결해 보라. 장량처럼 되지 못할 재목이라면 이 책을 들지 말라.”

그리고 한마디 더 보탠다면 “정말 삼성이 미래를 생각한다면, 삼성에 bioengineer가 몇 분이나 계시는가?” 묻고 싶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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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27일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이 대 희 드림

뜻의 아름다움은 마음의 여백에 있다.

뜻의 아름다움은 마음의 여백에 있다.

‘명상을 위한 마음의 등불’을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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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무르익어 여명 속의 뜰에는 풀벌레 소리가 영롱하고 새들도 흥에 겨워 지저귐이 요란하다. 색동호박의 어린 싹들은 어느덧 이층 베란다를 향하여 줄기를 뻗어 올렸고 수반에서 자라던 올챙이는 벌써 앞다리가 나와서 아이들은 개구리가 되면 뜰에다 내놓기로 한 약속 때문에 조바심을 내는 눈치다. 해질녘의 숲 속은 귀뚜라미 소리도 간간히 들려서 가을 또한 멀지 않았음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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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겨울 친구를 따라 단양의 한 산사를 찾아서 며칠 동안 수행을 한 적이 있었다. 어느 날 저녁 석공을 마친 후 좌선을 하고 있는데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짐승처럼 쫒기는 삶을 살지 말라.”는 한마디의 말씀이 그대로 뇌리에 깊숙이 꽂혔다. 심연의 밑바닥을 들여다 보던 적적한 상태라 비수처럼 날아든 그 한마디는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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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유강진 선생님께서 낭독하신 ‘명상을 위한 마음의 등불’을 받아서 틈날 때마다 듣고 있다. 그 중에서 특히 마음에 와 닿는 한 장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두 장의 CD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뛰어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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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은 거기서 일어나니.

탐욕은 거기서 일어나니 귀나 눈을 단속하지 않으면 탐욕은 거기서 일어나나니 이것이 고통의 종자이고 거기서 냄새나고 액이 새어 흐른다.

수행자로서 닦아 익혀야 할 것은 잘 설해진 성자의 길이거니 여덟 가지 다른 길을 깨달아 알면 두 번 다시 윤회하지 않으리라.

욕심은 물거품처럼 허망하다. 욕심이란 더럽기가 똥 덩이 같고 욕심은 독사 같아 은혜를 모르며 욕심은 햇볕에 녹는 눈처럼 허망하다.

욕심은 예리한 칼날에 바른 꿀과 같고 쓰레기 터 속에 꽃이 피듯 욕심은 겉으로만 그럴 듯하게 보이며 욕심은 물거품처럼 허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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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과 번민은 사라지리라.

애욕아 나는 너의 근본을 아노라. 뜻으로 말미암아 생각이 생기나니 만일 내가 너를 생각하지 않으면 너는 나에게 있을 수 없노라.

애욕이 있어 번뇌가 생기고 애욕이 있어 두려움도 생기나니 애욕을 버려 자유로우면 두려움과 번민은 사라지리라.

처음에는 달다가 뒤에는 쓰디쓴 과일처럼 애욕 또한 그와 같아서 뒷날 지옥 고통을 받을 때에는 한없는 세월 동안 불에 타리라.

어리석은 사람은 스스로 탐욕의 포로가 되어 피안의 기쁨을 찾지 못하고 재물 쌓는 것만을 즐거움으로 아니, 남들을 해치면서 자기 또한 얽어매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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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열여덟 줄 정도의 글이지만 반야심경의 지혜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깊이와 자비의 절절함이 느껴진다. 누구든 젊은 시절 한때의 사랑의 질곡에서 허우적거리던 기억을 갖지 않은 사람은 드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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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라고 쉽게 말하지만 과연 그 내포(connotation)를 체득한 선지식이 얼마나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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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지 이 한 장의 말씀에 담긴 공덕과 가피가 무한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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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17일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이 대 희 드림

세월의 지혜가 돋보이는 그림 이야기

세월의 지혜가 돋보이는 그림 이야기

‘좋은 그림 좋은 생각’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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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내리던 장맛비가 잠시 그친 아침 공기가 풋풋하다. 인터넷으로 뉴스를 검색하다가 중증근무력증으로 고생하시는 어느 분의 사연을 읽어 내려가면서 떠오르는 상념들로 만감이 엇갈린다. 무엇보다 많은 도시인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이 분의 전철을 뒤따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집념에 떠밀린 과로와 육신을 쥐어짜는 스트레스가 이처럼 많은 질병을 키우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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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에는 제주대학병원에 출장을 갔었다. 공항으로 마중 나온 승합차에 오르면서 오랜만에 서울에 계신 한 선생님을 만났다. 시내를 지나가면서 마음수련이라는 간판을 보면서 아는 지인이 5년 전부터 저런류의 수련을 하고 있다고 모두를 꺼내면서 “자신은 검도를 배우고 싶은데 특히 검을 앞에 두고 바라보면서 수련을 하고 싶다.”고 했다. 리뷰를 쓸 생각으로 책갈피를 꽂아둔 한 페이지에 있던 검선도(劍僊圖)를 떠올리게 되었다. 나는 “마음을 바라보면서 하는 수련도 괜찮다.”고 한 마디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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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하루 중에도 수없이 많은 자극과 갈등에 노출되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 결과 우리들의 내면은 항상 떠오르는 상념들로 번잡하다. 이번에 읽게 된 조정육 선생님께서 쓰신 ‘좋은 그림 좋은 생각’은 바쁜 일상에 찌든 우리들에게 마치 이웃집의 누님 같은 푸근함으로 우리들의 마음을 감싸준다. 작가 본인이 너무도 솔직해서 부담 없이 나의 고민을 풀어 놓을 수도 있는 분위기의 글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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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모든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무력감, 열등감 그리고 고뇌에 조금씩은 힘들어 하는 경향이 있다. 이 글들은 그러한 자신의 한계를 가감 없이 끌어안고 보여주는 매우 진솔한 책이라는 인상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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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허 스님의 수월관음도를 세소지(淺草寺)에서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할 수 있게 된 연유와 고교시절 국어 교과서에도 만날 수 있었던 추사의 세한도를 서예가이자 서화수집가였던 손재형 선생이 일본인 후지스까씨로부터 되받아온 사실을 보면서 모든 일의 추이와 물건의 주인은 따로 있다는 평소의 생각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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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129 쪽의 “아무리 치장하고 꾸민다 해도 글 속에서만은 어쩔 수 없이 속살을 보여 줄 수 밖에 없다.”는 작가의 자세는 사치와 허영과 겉모습에 온통 정신이 팔린 우리들에게 많은 위로와 시사하는 바를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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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식 선생의 성재수간(聲在樹間)을 소개하는 글도 매우 고전적인 아취가 있다. 한마디 더 보탠다면 성재심간(聲在心間)이라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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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상 선생의 송하수업도(松下授業圖)를 해설하는 글에서 가르침이 “손상되지 않도록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가 받을 만한 사람이 나타나면 신중하게 전해주어야 된다.”는 내용도 매운 깊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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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아들이 고교를 자퇴하고 몇 달이 지나서 “학교 다닐 때는 몰랐는데, 아침에 애들이 학교 가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어요.”라고 실토하는 모습을 보고 나 자신 어릴 때의 치희를 떠올리며 숙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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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린 그림 중에 강희안 선생의 고사관수도(高士觀水圖)는 세속을 벗어난 한가로움에 모두 부러워하는 모습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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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되고 싶어 불문과를 지망했다는 저자는 “거장들이 책속에 일궈 놓은 따뜻한 시선과 긴 호흡 존재의 순수성을 향한 절절한 갈망에 공감할 수 는 있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니었다.”는 독백은 매우 마음에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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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봉채 선생의 ‘물소리 바람소리’라는 작품은 사실적이면서도 영혼을 울리는 역작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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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벽 선생의 고양이 그림을 소개하면서 인용한 송나라 때의 학자 심괄(沈括)이 지은 몽계필담(夢溪筆談)의 내용 중 “이것은 정오의 모란이오. 꽃은 활짝 피었는데 색이 말라 있는 것을 보니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의 꽃이요. 고양이의 검은 눈동자가 실낱같은 것도 정오의 고양이 눈이지요.” 라고 평하는 모습은 배움과 깨달음의 세계가 결코 겉치레의 허례허식으로 얻어질 수 없다는 엄연한 진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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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림 해설서 정도로 생각했으나 작가의 말처럼 “책이 그러하듯 그림 또한 그림을 보고 있는 사람의 삶 속에 걸어 들어가 삶의 질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는 저자의 생각이 잘 녹아들어 있는 글들이라고 여겨진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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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10일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이 대 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