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대하는 지혜와 용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대하는 지혜와 용기

 

-브레네 브라운의 ‘완벽을 강요하는 세상의 틀에 대담하게 맞서기’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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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리뷰를 쓴지 어느덧 1년 6개월 정도의 시간이 지난 것 같다. 참으로 오랜만에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고 좋은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어제 이 책의 부록으로 실려 있는 ‘나는 이렇게 연구했다.’를 읽으면서 서두에 나와 있는 에스파냐 시인 안토니오 마차도( Antonio Machado)의 시 한 구절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Caminante, no hay camino, se hace camino al andar.”

 

나그네여, 길은 없다네, 그대가 걸어 갈 때 비로소 길이 만들어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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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보는 에스파뇰을 해석하기 위하여 서가에서 사전을 꺼내 들었다. 문득 옛 생각이 떠올라 안쪽 표지를 펼치니 1985년 3월 1일이라는 날짜와 서명이 있다. 5 년간의 외항선 기관사 생활을 마치고 다시 의학을 공부하기 위하여 수험 준비를 하면서 제2 외국어를 에스파뇰로 하기로 했었다. 그전에 2년 정도 멕시코와 카리브 해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다소 보탬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올해로 꼭 28년 전의 일이었고 그 오랜 여정의 한 모퉁이에 모교의 약리학교실 교수로 변신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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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집사람이 근무하는 영도의 병원 앞에서 가족 모두 점심을 먹고 태종대로 산책하러 가면서 한국해양대학교 옆을 지나게 되었다. 딸아이에게 “저 해양대학을 갈 생각으로 부산에 왔었고 그때 내가 처음 바다를 보았다.”고 말하였다. 그때가 1977년 겨울이었다. 그러한 인연으로 시작된 약 5년간의 해기사 생활을 마치고 1987년 봄에는, 이제 모교가 된 송도의 고신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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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참으로 파란만장한, 고뇌와 좌절과 형극의 길이었으나 정말 보람 있고 즐거운 나날들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후회없는 삶을 살 수 있었던 핵심적인 요소는 바로 불완전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감싸 안고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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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서두에 소개된 내용이다.

“취약성 그것은 약점이 아니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감수하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감정을 타인에게 노출한다. 따라서 우리에겐 자신의 취약성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용기가 생기고 삶에 대한 목적의식도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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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우리들은 자신과 타인을 비교해 보고 스스로 열등감이나 수치심에 빠져서 괴로워하면서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보려하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회피하거나 또는 상처를 덮어 두고 제대로 근본적인 문제를 끄집어내어서 해결해보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내면적으로는 결핍감과 불만이 쌓여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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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러한 현대인들의 문제점들, 상심과 배신 열등감과 수치심등의 내면에 드리워진 짙은 그림자들에 대하여 분석하고 연구한 결과를 총 정리한 것으로서 우리들이 숙명적으로 피해 갈 수 없는 많은 사회생활과 개인의 문제들에 대하여 매우 섬세하고 친절하게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으며 자신의 오랜 연구 경험을 매우 진솔하게 기술하고 있어서 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을 연구하시는 분들에게도 연구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매우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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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에 도입된 미국 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연설 ‘공화국의 시민’에 등장하는 한 구절이 매우 인상적이다.

“…진짜 중요한 사람은 경기장에 서 있는 투사입니다. 그는 얼굴이 온통 먼지와 피땀으로 범벅이 되도록 용맹하게 싸우다가 실수를 저지르고 단점도 드러냅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노력하고 있다면 실수를 하기 마련이고, 단점 또한 드러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는 부단한 열정으로 온 마음을 다해 싸웁니다. 성공하면 다디단 결실을 맛볼 것이요, 설령 실패한다 해도 적어도 ‘대담하게 맞서다’ 쓰러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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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주 전쯤 작은 아이의 운동회가 있었다. 5학년이 다 끝나갈 무렵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아이는 1학기에 거의 매일 손들고 무릎꿇기나 걸상 들고 있기 등의 벌을 받았는데 “자신은 다른 관점에 대한 질문을 하거나 눈치가 없이 굴었다고 왜 사소한 일로 벌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또 손을 들어도 결코 발표를 시켜 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도 아이는 별 탈 없이 5학년을 마쳤고 이제 6학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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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온 마음을 다하는 육아 성명서’의 한 구절이다. “우린 함께 울고, 두려움이든 슬픔이든 함께 맞설 것이다. 진심으로 너의 고통을 덜어 주고 싶지만, 대신 곁에 앉아 고통을 느끼는 방법을 가르쳐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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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의학과 1학년 약리학 강의가 시작되고 있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자신과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하여 그리고 커가는 아이들과 가족들을 대하는 자세에 대하여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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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요사이 논문 대필이나 표절 등이 심심치 않게 지면을 달구고 있는데 이 책을 꼼꼼히 읽어 보면 연구의 주제를 정하고 진행해 가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연구주제를 수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무엇보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학문적인 성과와 발전이 있는 연구를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매우 진솔하고 심도 있게 기술하고 있어서 많은 연구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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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3일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이 대 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