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무게는 그대로 우주다.

침묵의 무게는 그대로 우주다.

조제프 앙투안 투생 디누아르 신부님의‘침묵의 기술’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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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고요함에서 얻는 지혜는 살갑다. 또한 숲속의 산책에서 맞는 침묵의 언어 또한 정겹다. 지금은 쓸데없이 불필요한 말들이 소음 수준으로 너무 많다. 시도 때도 없이 삑삑거리는 문자 정보 그 내용이라야 어설픈 광고나 유희수준의 짤막한 글들이다. 단지 관심을 끌고자 하는 경박함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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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7세기의 이름을 알 수 없는 어느 짧은 편지글에 살을 붙인 18세기 조제프 앙투안 투생 디누아르 신부님(1716-1786)의 글이다. 현대인들에게 이 글은 다소 따분하고 때로는 진부하며 고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무미건조하고 얄팍한 말장난으로 삶의 대부분을 허비하는 우리들에게 침묵과 고요의 가치에 대하여 그리고 강의나 대화에서 침묵의 중요성을 웅변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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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14가지 법칙 중 몇 가지를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 침묵보다 나은 할 말이 있을 때에만 입을 연다.
  • 말을 해야 할 때가 있듯이 입을 다물어야 할 때가 따로 있다.
  • 침묵은 편협한 사람에게는 지혜를, 무지한 사람에게는 능력을 대신하기도 한다.
  • 침묵이 필요하다고 해서 진솔함을 포기하라는 뜻은 아니다. 어떤 생각들을 표출하지 않을지언정 그 무엇도 가장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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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침묵을 열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신중한 침묵, 교활한 침묵, 아부형 침묵, 조롱형 침묵, 감각적인 침묵, 아둔한 침묵, 동조의 침묵, 무시의 침묵, 정치적 침묵 그리고 신경질적이고 변덕스러운 침묵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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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우리들의 생각과 의지가 드러나게 된다. 이 책 106페이지에는 로마 제국의 콘스탄티누스와 테오도시우스가 백성들에게 미친 영향을 이야기 하고 있으나 사실 325년 니케아 종교 회의에서 윤회를 주장하던 아리우스파는 이단으로 축출되고 그 이후 오랜 세월에 걸쳐 이들은 잔혹하게 도륙되었으며 지금도 사복음서의 많은 부분은 그때 삭제된 ‘없음’이라는 절이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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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소 종교적인 편견이 엿보인다. 그리고 이 편견에 대한 생각은 각양각색으로, 모두 자기의 취향에 따라 편한대로 해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박하고 저속한 언어의 유희와 난무하는 소음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침묵의 가치와 고요의 여유에 대하여 깊은 성찰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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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禪師)들은 침묵(良久)을 가르침의 도구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러한 침묵의 깊이는 우주와 시공간을 넘나든다. 비록 처음의 기대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바쁜 일상으로 놓치고 있는 침묵의 깊은 의미와 가치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양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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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24일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이 대 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