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자유부인이 되다 -.-;;;

막상이사를준비할려고보니까화초를어떻게하여야할련지…

오랜동안정성을기울여서키워왔던크고작은화분들이20여개가되었거든요.

아리조나주로이사짐화물트럭이가는데에만4~5일이걸리기때문에화초는안된다고하였습니다.

제일먼저에니카아빠에게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흔쾌하게자기가다가져가겠다고하여서제마음이놓였습니다.

화분을가지러왔던날에같이따라왔던에니카입니다.

많이컷지요?

약간쌀쌀한날씨였기에핑크빛세타를입은모습이귀엽습니다.

에니카아빠가말하기를에니카가다니고있는프리스쿨에서

에니카는피스메이커라고하였습니다.

아이들끼리놀다가다투면그두사람을화해시키고

나중에는서로악수를하게한다고하면서아주자식자랑을크게하였습니다.

하하하…사랑을많이받으며자라나고있는에니카는그사랑을베풀줄도아나봅니다.

9월말에이사짐은나갔고,짐을내보낸다음에는에니카집에서출퇴근을하고있습니다.

혼자서덩그러이호텔방에있는것보다는

조금이라도더에니카가족하고있고싶기때문입니다.

오늘은제차를보냅니다.

10월6일까지이곳에서근무하고그다음날인토요일새벽에떠나기때문에

그때까지는렌트카를사용할것입니다.

아리조나의회사에는10월9일이첫출근일입니다.

지난주까지는아들문제로한참동안씨름을하였습니다.

또이사짐내보는것때문에도바뻣고…

이번주부터는그동안미루어온사람들을퇴근후에만나고있습니다.

오늘저녁퇴근후에는작은딸집에서지낼것이고,

내일저녁에는저와같이가지않고남아있는아들이묵을집을방문합니다.

그리고모레는에니카가족,작은딸과아들하고전부모여서저녁식사를하고,

금요일저녁에는성당에서추석미사를봉헌한후에친구들하고만남의시간을갖고,

토요일새벽에시카고를떠날것입니다.

지난토요일한국학교의마지막날에신부님을잠깐뵈었습니다.

전마악은행에갈려고성당문을나서는참이었고,

신부님께서는장례가있어서장지에서돌아오시는길이었습니다.

2주일동안서울방문을하시고오셔셔첨뵙는신부님께서는

저보고이사준비가잘되고있냐고여쭈어보셨습니다.

한낮의한가롭고햇빛이푸근하게내려비추는파킹랏에서신부님을바라보며말하였습니다.

"신부님,결국저혼자가게되었어요."

그러자신부님께서는흔쾌하게말씀하셨습니다.

"잘됐네요.이제정말로자유부인이되었네요…."

"아이참..신부님도…."

신부님의뜻하지않은말씀에한참을하늘을올려다보면서웃다가끝내는입시울이일그러질려고했습니다.

"신부님.전지금부로큰하트란말이예요."

"어어…울지말고..클라우디아씨.전처음부터아리조나로간다는이야기를들었을때부터느낌이좋았어요.

걱정이하나도안되었구요.아들은…다컷잖아요.

어차피대학교에가면떨어지게마련인데8개월일찍떨어지는것뿐이잖아요.

아들을소유할려고하지마시구요.떨어져있어도아들을위해서기도를많이하면되잖아요.

그곳에가셔셔도지금처럼씩씩하게…용감하게…잘살도록해요.

물론클라우디아씨가충분히그럴줄알고있지만요."

처음에선뜻엄마를따라서같이가겠다고한아들은갈수록고민이되는것같았습니다.

친구들하고헤어지고싶지도않고,8개월만있다가다시시카고에돌아와서대학교에갈것인데

굳이자기가그곳까지갈필요가없다는쪽으로마음이바뀌었습니다.

저도아들의마음을이해는하였습니다.

이곳에서태어나서유치원부터같이다니면서지금껏붙어다니고있는친구들이여러명있으니까요.

그래도전많이섭섭하였고…또그만큼마음이아펐습니다.

두딸들도아들의의견이맞다고하면서자기들이옆에서잘지켜보아줄테니까

걱정하지말고엄마혼자서가라는것이었습니다.

또성당의제친구들도고등학교시니어인아들을데리고갈려고하는것은제욕심이라고하였습니다.

이렇게하여서아들은친구집에서남아서학교에다니기로하였습니다.

제가그동안여러가지로바뻐서글을올리지못하여서

여러이웃들에게걱정을많이끼쳐드렸습니다.

지금회사에서점심시간에잠시제가건강하게잘있음을알리는글을씁니다.

제안부게시판에안부의글을남겨주신분들을일일이찾아뵙지는못하지만

아리조나에안착을하고정리가된다음에인사를드리도록하겠습니다.

며칠전출근길이었습니다.

새벽에비가온흔적이보인아침의공기는맑고청명하였습니다.

깊어가는가을을말하여주는것처럼나무잎새가노랗게물들어있는왼쪽으로는

늘다녔던도서관이있습니다.

똑같이차안에서찍은것인데하나는디카를살짝들었더니유리창의선탠으로인하여서

하늘색이더짙게보입니다.

아마..모든세상의이치도이렇지않나싶습니다.

어떻게바라보느냐에따라서달라보일것입니다.

두딸과아들을…그리고어머니와에니카를시카고에남겨두고서떠나는마음때문에

막막하고허전한가슴을부여잡아본날이매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떨어져있다고사랑이식어가는것이아니고,

어쩌면떨어져생활하기에더욱절절한그리움과보고픔으로아이들을생각하면서

새로운아리조나주에서의생활이시작될것입니다.

들풀처럼살라.
마음가득바람이부는
무한허공의세상
맨몸으로눕고
맨몸으로일어서라
함께있되홀로존재하라.

과거를기억하지말고
미래를갈망하지말고
오직현재에머물라.
언제나빈마음으로남으리

슬픔은슬픔대로오게하고
기쁨은기쁨대로가게하라
그리고침묵하라.

다만무언의언어로
노래부르라.
언제나들플처럼
무소유한소유로남으라.

들풀/류시화

SweetPeople-LaForetEnchantee(마법의숲)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