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 내 여행의 끝일까?

"제가늘저지르겠다고협박했던짓을드디어결행했습니다.

갑자기뉴욕이지겨워져서남아메리카로달아나지난한주동안리마에사는사촌집에머물렀고,

오늘밤에는부에노스아이레스로가려고합니다.

저는파타고니아내륙에서크리스마스를보낼작정입니다.

거기서저자신을위한이야기를쓰려고합니다.

늘쓰고싶어했던글을."

1974년11월,

<선데이타임스>의편집장에게페루리마의소인이찍힌편지한통이날아들었는데

그신문사에서예술및건축담당기자로일하던브루스채트윈이보낸편지였다.

알라딘에주문한세권의책을받았지만

이번주중에는회사일의바쁜관계로집에늦게돌아와책을제대로읽어볼수가없었다.

그러다어제토요일,산에가는것을포기하고책을집어들었다.

1972년,브루스채트윈은93세의건축가이자디자이너인아일린그레이를인터뷰하던자리에서

그녀가그린파타고니아대형지도를두고대화를나누다가

고령인자기대신파타고니아에가줄수있느냐는제안을받게되었다.

그리곤1974년12월,브루스채트윈은신문사편집장에게편지를보내고

넉달동안남미파타고니아지역을여행하였다.

1977년<파타고니아InPatagonia>란책은그렇게해서나오게되었다.

책은출간되자마자영국일간지가디언으로부터

‘여행문학은브루스채트윈이전과이후로나뉜다’라는평가를받게되고

불모의땅으로잊혀진땅,

세상의땅끝인파타고니아를찾는여행자들에게는바이블이되어갔다.

그리고나도여행준비를위하여이책을구입하였으니까.

파타고니아는아르헨티나와칠레남부에펼쳐진,

90만제곱킬로미터의영역을아우르는,경계가모호한광대하고거의불모에가까운땅이다.

더없이쓸쓸하고광대한땅인파타고니아는

지도에도표기되는정확한지명이아니다.

파타고니아에서의고립과절연상태는

사람의자기다움을한층강화시켜주는경향이있다.

그렇게해서술꾼은술을마시고,

경건한사람은기도를하고,

외로운사람은더외로워지며가끔은그외로움이치명적인형태로까지나아가기도한다.

1975년1월21일,

채트윈이바호카라콜레스라는작은마을에갇힌상태에서

아내,엘리자베스에게보낸편지에이런내용이있다.

"……….이번여행에서는과거의어느여행보다도더많은체험을한것같아.파타고니아는내기대를저버리지않는곳이야.아니그이상이야.내안에숨어있던사랑과증오의감정들이격렬하게분출해나오도록끊임없이자극해.물리적으로볼때파타고니아는아주장대한곳이야.유사이전에바다였던곳이융기한절벽들로이루어진협곡이곳곳에늘어서있고,그협곡들에는아주큰굴화석이잔뜩널려있어……………파타고니아의풍경이어딜가나한결같고일거리도양을키우는일밖에없다보니여기사람들도자연히따분하고단조로운사람들이라고생각하기쉽지.하지만나는크리스마스에오지의어느예배당에서웨일스어로<천사찬송하기를>을부르고,스코틀랜드계노인과레몬커드타르틀레트를먹었어.이노인네는스코틀랜드에한번도가본적이없으면서도백파이프를손수제작했고저녁식사때는킬트를입어.한번은스위스에서가수로활동했던여자의집에서하룻밤을묵었는데,그녀는파타고니아의모든골짜기중에서도가장외진데서살고있는스웨덴출신의트럭운전사와결혼한뒤제네바호수평경을그린벽화들로집안을장식해놓고살아….."

나는에어콘이잘돌아가고있어상큼한온도를유지하고있는내방의침대위를뒹글어가면서

니컬러스셰익스피어가쓴<파타고니아InPatagonia>의서문을읽고또읽었다.

행간을읽는중간에가끔긴숨을내쉬면서창밖을내다보았다.

화씨110도인바깥의기후답게바람한점없었기에유리창너머로보이는무성한녹색의잎을입고있는

복숭아나무가정물화처럼보였다.

섭씨40도가넘나드는기후에도그토록진한녹색을보여주고있다니!

자연은위대하기도하지.

그러면서또행간을읽고눈을돌려바깥을내다보며생각에잠기곤하였다.

나는나이육십이되어서내평생에하고싶었던세가지를다했다.

스페인의산티아고를맛배기로걸었었고

페루의와이나핔추까지하이킹하여마추픽추를한눈아래내려다보기도했고

마추픽추곳곳을헤집고돌아다니기도했으니까.

그리고내체력의한계때문에30파운드의배낭을짊어지고걷는연습을하고또해서

그랜드캐년의림투림까지무사히마치었으니까.

그러고보면나는매우운이좋은사람인지도모른다.

그과정에서다시움튼파타고니아.

페루의쿠스코에서파타고니아에대한꿈을가졌으니

나도많이늦된사람임이분명하지만

한번꿈을갖으면이루어지기위해서쉼없이도전정신을펼치는승부수가있긴하다.

KBS에서펴낸<세상의끝,남미파타고니아>에서본사진들은환상적이었다.

저위의사진처럼,

로스쿠에르노스산장에서일출을볼날을그려본다.

그래도지금난아일린그레이보다서른살이나젊지않은가!

나는,

이제파타고니아에서내가걸어왔던길의마침표를찍고싶다.

불모의땅,

잊혀진땅,

그러다다시세상에제모습을보인땅인파타고니아에서정리해보고싶다

그때가언제가될련지는나도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