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lish 와 Amerish ……

2001년 3월29일 …
오랜 만에 아메리카 대륙으로의 여행에 나서게 되었다. 특히 오늘은 영종도국제공항이 개항하는 날이기도 하다. 일부러 무리하게 일정을 조정한 것은 아니지만 아마 나도 모르게 출발날짜를 영종도신공항의 개항날짜에 맞추었는지도 모르겠다.

NW-B747-200-ICN

* 인천국제공항오픈 첫 날 San Francisco행 Northwest항공 B747기. 2001년3월29일

 

몇 년 동안 동남아시아 항공사와 아프리카항공사들을 주로 이용하였는데 오랜만에 미국항공사를 이용하였다.

” This is captain speaking …. ” 으로 시작되는 미국인 조종사의 기내방송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면서 이젠 지구촌순방길에 나선지 십 년이 넘으니 내 귀도 많이 뚫렸구나 하는 망상도 들법하였다.

“Beef or Fish ?” “Coffee or tea ?”와 같은 초보적인 영어만 접하니 더욱 그런 환상을 갖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른 아침에 일어난 탓에 모자라는 잠을 좀 잤을까 ! … 갑자기 기내가 술렁이는 소리에 잠이 깨었다. 이어서 조종사와 여자승무원의 안내방송이 나오는데 모슨 소리인지 잘 와 닿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흔히 비행 중에 방송되는 “지금의 고도는 …, 도착지의 날씨는 …”하는 것은 아니란 것이다.

옆자리에 앉은 미군으로 보이는 흑인한테 잠자느라고 기내방송을 몽땅 못 들은 척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으니 역시 그 친구의 대답도 내 귀에 쏙 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몇 번 방송이 반복되고 승무원들의 움직임을 보고서 그때서야 기내에 응급환자가 발생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후에야 “응급환자 때문에 목적지인 샌프란시스코공항으로 가지 않고 먼저 시애틀공항에 임시착륙 하겠다.”는 소리가 귀에 와 닿았다. 비로소 나의 영어실력에 대한 착각은 산산히 깨지고 만 것이다.

참 이상하였다. 그 동안 아프리카와 서남아시아 그리고 유럽을 여행하면서 공항에서나, 호텔에서나 기내에서도 모두 영어로만 얘기하고 영어안내만 선택하였는데 막상 미국에 오니 영어가 통하지 않는거였다. 간혹 그들의 말을 내가 못 알아 듣는 것은 있어도, 나는 표현 할 수 있는 말만 영어로 얘기하였으니 내 말을 그들이 못 알아들은적은 없었는데 말이다.

그렇다! 미국만 제외하고는 세계 모든 나라가 영어를 사용하여 서로 잘 알아듣는데 미국사람들만 Amerish를 하고 있으니 내가 그들의 말을 못 알아들을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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