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잃어버린 나라 – 북유럽기행 (1)

북유럽기행(1)

5월은다른유럽에서는봄이성큼다가와여름준비를하는시기이지만북유럽에서는여전히겨울의진면목을여전히느껴볼수있는시기이다.이번북유럽여행의경유지인프랑크푸르트공항에서는유럽연합(EU)가출범하여시스템이바뀐것인지아니면테러에대비한보안대책인지모든통과여객도입국절차를받게되었다.원래의일정은헬싱키도착다음날은쾌속정으로에스토니아의탈린여행을하기로되어있었지만유난히추웠던지난겨울에얼어붙은발틱해가아직완전히해빙되지않은탓에모든탈린행쾌속정의운항개시가5월중순으로연기되었다고하여,우리일행은헬싱키에서여유있는일정을보내게되었다.

<사진-올림픽스타디움전망대에서본헬싱키시내전경>

핀랜드는사실우랄핀족에속하는아시아계열이지만오랜시간이지난지금은완벽하게유럽과동화된민족으로인종이나언어의뿌리에관한것은인류학자나언어학자들의몫이며우리들한테는그저유럽의한나라일뿐이다.핀랜드의역사를잠깐들춰보면오랜동안스웨덴과러시아의지배를받아왔으며제2차세계대전이끝난후에도독립국으로의위상은가졌지만국경을맞대고있었던러시아의눈치를전적으로외면할수는없을정도로암울했던시절의연속이었다.헬싱키의전체적인분위기도화려하고활기넘치는서유럽의도시와는달리건물도그렇고사람들까지모두가라앉은분위기도그탓이아닌가싶다.

<사진-시벨리우스기념공원의파이프오르간모습의대형조형물>

헬싱키의관광은핀랜드가낳은위대한음악가시벨리우스의자취를찾아보는것으로시작된다.커다란파이프오르간의형상을한조형물과시벨리우스의마스크가전시된공원은유난히도짧은여름을아쉬워하며일광욕하는시민들로가득찬곳이지만아직은이른탓인지우리일행은더없이한적한곳에서조용한시간을보낼수있었다.

헬싱키는반나절이면충분히둘러볼수있을정도로그리큰도시는아니다.그중가장눈길을끄는곳은TEMPPELIAUKIO암석교회와러시아정교회USPENSKI사원이다.암반지역을깎아서낮은돔모양의지붕을얹은암석교회내부는음향효과가매우좋아음악회가열리기도하는데마침우리가방문한날에음악회가있어서뜻밖의시간을가질수가있었다.특히이날연주를한합창단은내가평소에즐겨듣던핀랜드의유명한타피올라소년합창단출신들이,성장한후에도계속연주생활을위해재조직된합창단이어서그감흥이더클수밖에없었다.양파모양의지붕을가진USPENSKI사원은외형에서부터모스크바의성바실리성당과비슷한데그동안핀랜드가러시아의영향권아래있었음을알려주는징표로남아있으며,핀랜드루터교의중심인헬싱키대사원TUOMIOKIRKKO과함께시내어느곳에서나볼수있는헬싱키의랜드마크이기도하다.원로원광장에우뚝선헬싱키대사원의엄숙한모습과는대조적으로대통령궁을배경으로부둣가의KAUPPATORI광장에펼쳐진서민들의노천시장은국가권력과서민들의친밀한관계를말해주는듯하였다.

<사진-암석교회Tempelaukkio내부모습>

5월의북유럽은춘분과하지의중간이지만벌써부터밤9시가지나도사진촬영이가능할정도로낮시간이길어져백야의나라에와있음을조금이나마느낄수있었다.핀랜드를여행하면서빼어놓을수없는것은사우나이지만원조핀랜드사우나는우리나라동네목욕탕과똑같은수준으로막상이를이용하면다들실망부터한다.그들한테이는일상생활의하나일뿐이지우리나라고급호텔의사우나처럼외적인치장이없기때문이다.다른나라의사우나와는달리사우나실에서벌거벗고있는것도우리나라와같이그대로다.많은사람들이북유럽을여행하면서헬싱키를찾는이유는헬싱키자체보다는발틱해크루즈를즐기려고하는것이옳다고할정도로헬싱키의다음코스는유람선으로스톡홀름으로이어진다.

<사진-Helsinki항구에정박중인Vikingline여객선>

발틱해의크루즈는헬싱키,스톡홀름구간을중심으로형성되는데5만톤이넘는대형유람선여행은북유럽여행의백미라고도할수있다.8년전에북유럽을여행할때에는실야라인을이용하였지만이번에는바이킹라인을이용하였다.실야라인이나바이킹라인은모두호화유람선으로손색이없지만바이킹라인의Luxury선실은같은급의실야라인보다는훨씬고급스런분위기를갖추고있으며운항하는선박에따라서는Luxury객실에는개인발코니까지갖추어영화의끝부분만연상하지않는다면,발틱해를바라보며타이타닉영화속의주인공으로빨려들어가는환상을가져도좋을듯하다.바다에는아직도해빙되지않은커다란얼음띠가떠다니는데마치쇄빙선처럼이를깨고지나가는유람선의행적은걱정스럽기보다는놀랍기만하여북극에가까운북유럽의진정한정취를흠뻑안겨다주기에충분하였다.

<사진-바이킹라인의Bar>

바이킹라인의가브리엘라Gabriella호Luxury선실이있는11층에는전용라운지가있어서그곳에서객실에비치된샴페인을들고나와함께간단한파티도가질수있게되었으며배의앞머리에있는바이킹부페식당은봄을미처벗어나지못한5월이지만밤10시에발틱해의일몰을감상하며포도주로건배를하며저녁식사를하는것도무척이나낭만적감흥을불러일으켜주었다.

<사진-바이킹라인에서본발틱해의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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