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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교는 다른 종교와 달리 시조가 없으며 복잡하기가 이를 데 없는 교리도 고도의 형이상학적 사고에 바탕을 둔 철학적 교리로부터 주술성을 지닌 민간신앙과 풍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아뭏든 힌두교를 접하면서 현대식 사고에 바탕을 두고 이 종교를 분석하거나 특정한 잣대로는 이해하기는 힘들다고 한다. 현재 힌두교를 믿는 사람은 인도에 사는 인도인들 뿐이며 인도 외의 나라에서도 싱가폴이나 말레이지아의 인도인 이민사회에서나 볼 수 있으며 순수한 이방인들 신도는 없다고 보고있다. 즉 힌두교는 철저히 인도인의 민족종교라고 할 수 있으며 인도인이 아닌 이방인으로서 힌두교를 이해하려는 것 자체가 무리가 아닌가 싶다.

고대인도에서 농경생활을 해오던 원주민한테는 남성성기 LINGA와 여성성기 YONI를 숭배하는 토착신앙이 있었다. 이러한 남녀성기숭배의 토착신앙에서 힌두교의 일반신앙을 형성하는 샥티 SHAKTI 사상이 나오게 되었다. 샥티란 활동, 창조, 생식을 나타내는 말로 힌두교의 신들은 그의 배우자신의 샥티와 결합하여 그들이 신들로서의 활동력 ACTIVITY를 얻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렇게 생각하면 힌두교에서는 여신들의 위치가 중요하다는 것도 알 수가 있다.

바라나시 VARANASI는 힌두교인들한테는 최고의 성지로 여겨지는 마음의 고향으로 히말라야에서 흘러온 갠지스강을 끼고 있는 큰 도시로 연중 순례객의 발길이 끊어질 줄 모르는 도시이다. 카주라호에서 비행기로 약 1시간정도의 거리로 조용했던 카주라호와는 정반대로 매우 복잡하고 시끄러운 도시다. 이곳은 특별한 큰 사원과 같은 유적지보다는 힌두교 순례객의 집결지로서 그들의 신앙생활을 가까이서 지켜 볼 수 있는 점에서 인도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된다.

▲ 큰 도시로 연중 순례객의 발길이 끊어질 줄 모르는 도시.

공항에 도착해서 바라나시 시내로 들어가면서 길거리의 소떼들 때문에 차량행렬이 여러 번 막혀 진짜 인도에 왔음을 실감케 하였다. 길거리에는 그들 특유의 옷인 룽이 (천으로 허리를 둘른 간편한 옷)만 입고 상반신은 벌거벗고 지내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날씨 탓인지는 몰라도 대체적으로 인도사람들은 남녀를 불구하고 신체의 과감한 노출에 별 신경을 쓰는 것 같지가 않았다.

반면에 뜨거운 날씨에도 하체를 긴 천으로 여러 번 되감아 입는 도티와 긴팔 차림도 많았다. 그러나 도티건 룽이건 이들은 하체를 엉성하게 감싸고 있어 오히려 통기성이 좋아 시원한 듯 하였다. 바라나시에는 저 멀리 히말라야에서 흘러온 갠지스강이 반달모양으로 시내 외곽을 흐르고 있었다. 시내의 모든 샛길은 강가를 향해서 뚫려져 있으며, 어느 곳에서나 오가는 순례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힌두교는 불교와 마찬가지로 윤회사상을 신봉한다.

힌두교의 윤회사상에서는 영혼은 한 육신에만 머무르지 않고 생과 사를 반복하면서 여러 육신을 통해 존재하며 이 육신의 신분은 전생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숙명론을 받아들인다. 이들의 윤회사상에 의하면 현세에서의 자기들의 신분은 전생에 의해 이미 결정된 것으로 생각하며 현세에서는 이를 벗어나지는 못한다. 그러나 현세에서의 생활에 의해 내세에 새로운 보다나은 신분으로 환생하기를 바랄 뿐이다. 힌두교의 이러한 윤회사상은 아직도 인도사회에 뿌리깊게 남아있는 카스트제도와도 관련이 있다.

▲ 힌두교 순례객의 신앙생활을 하는 모습들.

카스트제도는 베다의 기록에 의하면 흰 피부를 가진 아리아인이 검은 피부를 가진 원주민과 차별을 나타내는 데서 시작하였고 당시에는 VARNA라고 하였다. 카스트제도도 크게 4가지 계급으로 나뉘는데 가장 상위계급으로 승려와 학자계급인 브라민, 왕족과 무사계급인 크샤트리아, 상인과 지주계급인 바이샤, 그리고 노예계급인 수드라가 있다.

이 네 가지 외에 니라바시타(제외되었다는 뜻, 영어로는 UNTOUCHABLE 불가촉천민으로 부른다.)라고 하는 천민계급이 있다.20세기에 들어와서 이러한 카스트제도는 어느 정도 희석되고 있으며, 민주적인 인도헌법에서도 이 카스트제도 자체를 부정하고 천민계급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나 그 골격은 아직도 남아 있다. 내가 뉴델리에서 본 신문의 구직광고를 보면 “WHITE, WELL EDUCATED”라는 문구를 볼 수 있었는 데 아마 이것이 그들이 요구하는 카스트를 우회적으로 표현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전 인구의 약15%를 차지하는 천민계급은 가장 위대한 지도자였던 마하트마 간디가 이들을 “하리잔 (신의 아들)”이라고 부르며 존중하려 하였으나 수 천 년간 뿌리 박힌 이들의 제도는 그리 쉽게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흔히 인도여행 안내책자에는 인도에서 그들의 카스트를 묻는 것은 금기라고는 되어 있지만, 어떤 예의를 갖추어야 할 공적인 모임이 아닌 이상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몇몇 사람한테 물어보았으나 대부분 택시운전사, 여행가이드들은 아무 꺼리낌 없이 그들의 신분을 말하기도 하였고, 실지로는 일상생활에서는 이들이 어떤 구속력이나 차별은 없지만 아직도 직장에서의 승진이나 결혼상대의 선택에서는 문제가 되는 경우는 있다고 한다. 카스트제도에 의하면 서로 다른 카스트간의 혼인은 금하지만, 남자가 하위카스트에 속한 여자와 결혼은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