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증의 배짱좋은 여행 – Explosive Class !

12년 전 인도네시아의 이리안자야에 있는 와메나계곡을 찾아갈 때의 일입니다. 그 곳은 원시부족인 다니족이 사는 마을로 정규항공편이 운행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곳으로 가려면 인도네시아의 관문인 자카르타나 덴파사(발리)까지 가서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인리안자야의 주도인 자야푸라로 가게 됩니다. 인도네시아의 국내선이라고는 하지만 자카르타에서 자야푸라 까지의 거리(2,348 miles)는 서울에서 방콕 거리(2,277 miles)에 해당되는 먼 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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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야푸라에서는 와메나로 가는  Merpati 항공의 정기항공편이 있지만 날씨에 따라 항공시간이 수시로 바뀌거나 취소되기 때문에 부정기편이라 해도 다를바 없습니다. 항로에 높이 5000미터가 넘는 산악지대를 통과해야하고 날씨 변화가 심하기 때문 입니다. 이 항공사의 기종은 1970년대 대한항공에서 보유했던 Turbo Prop 방식의 Fokker F-27 인데, 노후 기종이었지만 반가운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정기항공편이 뜨지 않을때 화물전용기인 Airfast Indonesia항공은 때를 놓치지 않고 화물을 실고 남은 공간에 승객을 태운답니다.  기종은 역시 Turbo Prop 으로 영국의 Hawker Siddeley HS 748.  항공권도 없고 보딩패스도 없고 현금을 주면 도장찍힌 종이쪽지 한 장 주는것이 탑승권이랍니다.  물론 지정좌석도 없습니다. 이를 두고 현지인들은 Merpati 조종사들은 겁이 많고 Airfast Indonesia 조종사는 용감하다고 합니다만, 아마 승객전용기와 화물전용기의 차이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런데 막상 비행기에 오르고 보니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비행기에 실은 화물은 다름이 아닌 휘발유통 이었습니다. 안전장치라고는 비행기가 요동칠 때 휘발류통이 움직이지 않도록 벨트로 묶은것 뿐이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과감하게 담배를 피우는 승객이 없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비행기의 객실 등급을 저는 Explosive class로 명명하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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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돌아오는 비행기도 역시 이 화물기를 이용하였습니다.  자카르타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려면 별 도리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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