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보험에 휘둘리는 의사들

지난일요일서울의부모님댁에가족들이우연히오랜만에모였습니다.

3남1녀네형제가각자형편에따라자주들르지만모두함께모이는것은일년에명절때와생일을

제외하고는손꼽을정도입니다.일요일에는조카내외까지왔으니마치명절기분이들었습니다.

그런데자정가까이아흔을앞둔아버님께서갑자기심한복통과두통그리고혈압과맥박이불규

칙해지면서온몸이창백해지기시작하였습니다.얼마전에도췌장염으로고생하셨지만이젠특정

병명보다는노환이라고해야할만큼크고작은병치례가잦아들어온가족들의걱정거리가되고

있었습니다.그리고그날도몸이불편하셔서입원가료중이셨던어머님께서퇴원하시고첫주말이

라집안식구들이모두모인것이었습니다.

전직내과의사이신아버님은얼마전까지만해도자신의병에대해서는다른의사들보다자신이

더잘안다며때로는고집을피우시며스스로처방을내어약을복용하셨지만,의약분업이시행된

다음부터는스스로처방전을내리지못하게되자할수없이병원신세를지게되었습니다.

어쩔수없이다른형제들은얼큰히한잔하였지만다행히도사위가정말딱한잔밖에하지않

았기에큰형님이근무하시는충북대학병원으로모시고내려갔습니다.물론큰형님도중국출장을

다녀와어머님이퇴원하셨다고해서부모님댁에와있었습니다.

미리충북대학병원에응급지시를내리고아버님은주치의인큰형님과함께내려가셨습니다.사실

응급상황이라면가까운영동세브란스병원을가셔야하였지만토요일오후응급실에가봐야책임

지고진료해줄의료인들이부족하고아무리응급실이라해도여러가지검사를하며기본검사를

하면시간이지체될수밖에없는상황을잘알고있는터라큰형님은신경외과의사이시지만오밤

중에동료교수인내과의사친구들의신세를질수있는충북대학병원으로모시고간것입니다.

어머님은퇴원하신지하루밖에되지않아몸조리를하셔야겠기에집에계시고제가다음날낮에

모시고내려갔습니다.주말에갑자기입원하시게되었지만큰형님의동료의사들덕분에아버님은

많이좋아지셨습니다.침대머릿맡에는<절대금식>이란안내판이큼지막하게걸려있었습니다만

아버님은간혹쥬스도마시고죽을사다드실생각을하셨습니다.

아니아무리병원장까지지낸큰아들빽이좋다지만내과주치의가금식하라는데웬식사걱정이고

그것도병원에서제공해주지않고죽을사다먹어야한다니이해할수없는일이었습니다.

내막을알고보니참어처구니없었습니다.

아버님은아직마음대로식사를하실수없기때문에팔에는수액세트가꽂혀있는데만일췌장염

진단에병원에서제공하는식사를받게되면수액주사가의료보험이되지않는다는것이었습니다.

즉죽이라도먹을수있다면굳이비싼영양제주사를맞아가면서까지의료보험재정을축내지말라

뜻이라고합니다.

당연히식사도조금할수있어도영양제를공급받으면회복이빠를텐데말입니다.그래서공식적

으로는환자는금식해야한다는내리고영양제주사를맞게하고식사는환자의상태에따라자비

부담으로음료수나가벼운유동식을하용하고있다는것입니다.

이것이우리나라의료보험의현실입니다.

의사들이환자를진료하는데경우의수는무궁무진합니다.

사람의몸은기계가아니고수치로통계를내고할수만은없기때문입니다.

하지만우리나라의의료보험제도는모든질병치료를공식화하고있습니다.

그공식에맞지않으면과잉진료로판정받아의사들의처방이나시술에대한댓가가삭감되고맙니다.

그에대한판단도역시해당분야에전문지식을갖춘의료인이하는것이아니라

명문화된공식을만들어비전문인이판단을하게된답니다.

따라서의사들은췌장염의경우식사를할수있어도혈관주사로영양공급을해줘야회복이빠르다고

이의를신청하는것보다는차라리금식명령을내리고환자한테는알아서하라고하는것이훨씬환자

를위해서도좋다고생각하고있는것입니다.

의료보험당국은질병마다평균진료비와진료일수의통계를갖고있습니다.

그리고이통계에서뽑은평균치에서벗어나게되면과잉진료나의료비과당청구가되는것입니다.

의사들의소신있는치료와처방?

현행의료보험제도에서는어림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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