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으는 고철 – 러시아항공기 3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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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집트 카이로 공항에 방치된 러시아항공기 일류신 IL-62, 2002년 촬영 >   

항공기의 경우 자동차와 달리 나이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원활한 부품공급과 정비만 잘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지난 4월 Tom Cruise가 자기 나이보다 19년이나 연상인 64년 된 P-51D Mustang 전투기를 구입했다는 기사도 있었다. 이 Mustang은 제2차 세계대전과 어쩌면 한국전쟁에 참전한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이는 하늘을 날기 위한 것 보다는 미국의 돈 많은 할리우드스타의 사치스런 취미생활로 돌려 버리면 그만이지만, 미국 굴지의 항공사에는 1968년 제작된 DC-9 제트여객기가 아직 현역으로 등록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얘기는 부품공급이 끊어지지 않고 철저한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전제가 된다. 그렇지 않고는 그저 고철덩어리에 불과할 뿐이다. 미국이나 유럽을 여행하면서 낡은 비행기를 걱정할 필요는 없을지 몰라도 일부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를 여행할 때는 무척 신경이 쓰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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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에 실린 PMT항공 사고기 AN-24 (XU-U4A, 1969년 제작)기의 일년 전 모습, 2006년 8월 시엠립공항 >

이번에 캄보디아항공기 PMT항공 AN-24기 추락사고 이후, 틈틈히 모아둔 자료를 가지고 항공기의 나이에 관련된 글을 거의 이틀에 한 번 정도로 올리게 된 것은 그럴만한 계기가 있었다. 바로 작년 여름 2006년 8월 4일 늦은 오후, 필자는 이번에 추락한 사고기에 몸을 싣고 있었기 때문에 남의 일 같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사고를 보도한 모든 신문이나 방송이 자료화면, 자료사진으로 동종의 다른 사진을 올렸지만 유일하게 조선일보에만 실렸던 사고기 사진은 바로 그때 기내에 오르기 직전 촬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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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항공 TU-134, 뒤로 공항터미날 신축공사 현장이 보인다.  하노이공항 1999년 4월 촬영 >

러시아항공기와의 첫 만남, 베트남항공 TU-134

내가 처음 러시아 항공기를 만난 것은 1999년 베트남을 여행할 때다. 하노이에서 호치민(사이공)으로 가는데 예약된 항공편이 결항되고 다음 항공편의 좌석이 가능하다고 하여 3시간을 대기하고 기내에 올랐다. 예정된 항공편의 기종은 Fokker 사 제품인 F-70 으로 대한항공에서도 보유하고 있었던 F-28기 보다 작은 제트여객기였는데, 기내에 오르니 변경된 항공편의 기종은 생소한 것이었다. F-70도 제트여객기치고는 작은 형으로 좌석이 2-3 형태인데 이건 더 작은 2-2 배치로 좌석에 앉고서야 기종이 TU-134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2년 전인 1997년, 원광대학병원 의료진을 태운 베트남항공기가 프놈펜에서 추락한 사고기종인 것이다. 비행중에 억지로 잠을 청하고 애써 당시 사건을 외면하려고 했으나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고, 다행히 2시간 비행을 무사히 마치고 탄손누트공항에 안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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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eroflot 러시아항공 TU-154, 모스크바공항에서 백야 시즌 1999년 6월 오후10시경 촬영 >

그리고 두 달 후 러시아여행 때 에어로플로트의 TU-154 와 일류신 IL-96기를 이용하게 되었다. 그때 김포-모스크바 노선에는 B767과 IL-96이 번갈아 운항하고 있었으며, 러시아 국내선의 경우는 TU-154였다. 당시 요금은 모스크바까지의 요금이 대한항공에 비해 거의 2/3 수준이었고, St.Petersburg 국내선까지 포함하면 1/2이 채 안되는 요금이었기에 과감하게 에어로플로트를 선택하여 TU-154와 IL-96 등의 러시아 항공기를 이용해 볼 기회를 가졌다.

역시 에어로플로트의 국내선은 시간표가 의미가 없을 정도로 제멋대로였다. 백야의 도시 St.Petersburg 에서 예정보다 3시간 늦은 밤 11시에 모스크바행 비행기에 올랐으나 아직 밖은 어둠이 올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TU-154 기종은 B727에 비해 크기가 약간 작을 뿐 스타일이 비슷하지만 아무래도 기내 인테리어가 보잉이나 에어버스와 비교할 상대는 되지 못했다. 당시 느낀 것은 세가지, 비좁은 좌석과 시원치 않았던 에어컨 그리고 유난히 시끄러운 엔진소음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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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eroflot 러시아항공의 IL-96, 인천공항에서 2007년 6월 촬영, 항공사 로고및 도장이 새로 바뀌었다.  >

국제선인 모스크바-샹하이경유-김포행 일류신은 좌석배치가 3-3-3으로 기내의 천정이 보잉이나 에어버스에 비해 높아서 머리 위가 허전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기내 인테리어도 휑한 분위기에 마치 군병력수송기를 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좌석도 다른 기종에 비해 쿠션이 얇은 편이고 그리 포근한 기분을 주지는 못했지만 워낙 피곤한 탓에 불편한지 모르고 잠에 빠져 김포까지 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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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2월, Y-7 (AN-24의 중국생산모델) Vientiene 공항에서 촬영 > 

내가 AN-24 기종을 처음 탑승한 것은 7년전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을 여행할 때이다. 그때만 해도 3년 전 캄보디아에서 베트남항공소속의 TU-134가 추락한 적이 있었지만, 막상 베트남과 러시아여행때 TU-134, IL-96 등을 직접 탑승해보고 좀 촌스런 비행기들이라는 정도의 인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큰 편견이 없었고, 또 라오스 국내선은 모두 그 기종 뿐이기에 선택여지가 없어서 아무런 생각없이 탑승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비행기는 AN-24기의 중국라이센스모델인 Y-7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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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2월, Vientine발 Luang Prabang행 Laos Aviation 국내선 Y-7 (AN-24) 기내모습 >

다시 하고싶지 않은 경험, 라오스항공의 Y-7 (AN-24 중국모델)

방콕에서 브양티엔으로 타이항공의 A300을 타고 와서 입국수속을 마치고 루앙프라방행 라오항공 Y-7기에 오르니 마치 우등고속버스를 타고 와서 다시 비포장길을 달리는 시골 완행버스로 갈아탄 기분이다. 열대지방의 뜨거운 태양열로 달궈져 고르지 못한 활주로를 달릴때는 마치 선반 위에 올려 놓은 가방이 떨어질까봐, 자꾸 위를 올려다 보게 된다. 볼트가 풀어진 좌석옆의 판넬이 떨리는 소리는 시끄러운 프로펠러소리에 묻혔지만 파르르 떠는 모습에서 그 비행기의 연륜을 감지할 수 있었다.

워낙 기체가 가벼워 구름층을 뚫고 지날 때에는 요동치기도 했지만 일단 비행고도에 오르니 비행중의 컨디션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한 두 번의 탑승경험으로, 직접 조종하는 것도 아니면서 기체상태를 논한다는 것은 웃기는 얘기가 될 수는 있지만, 내장 판넬을 이은 볼트들은 몇 번씩 죄었던지 손톱으로 돌리면 빠질것 같이 헐거울 정도로 무척 노후된 상태라는 것만은 확실하였다.

착륙할 때의 느낌은 이륙할 때와 또 다른 기분이다. 마치 천정의 어느 판넬이라도 송두리채 떨어질듯한 느낌과 충격을 느끼게 된다. 이륙할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바퀴가 덜컹 착지할 때는 좌석 전체가 들썩할 정도로 좌석과 기체 바닥을 고정시킨 볼트도 헐겁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드디어 루앙프라방 공항터미날에, 아니 공항역(?)에 도착하니 마치 놀이기구를 타고 내리는 기분이다. 그래도 무사히 비행을 마치고 나니 반 이상이 유럽인들인 승객들은 모두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것을 경험했다며 재미(?)있어 하는 표정들이었다. … 무사히 사고가 없었으니 다행이지만 ……

 

궁지에 몰린 선택, AN-24

이렇게 멋모르고 최악의 컨디션에 있었던 AN-24를 탑승해 보고 더 이상 러시아 항공기와의 인연은 그치기를 바랬지만, 6년 뒤, 작년 8월 … 또 눈 앞에 AN-24를 보게 되었다. 미처 시엠립에서 프놈펜으로 가는 Siem Reap 항공 좌석을 구하지 못했는데, 친절한 Siem Reap Airways 직원이 공항에서 Stand-by 하고도 좌석이 없으면 두 시간 후에 PMT Air편이 있다고 귀뜸을 해 주어 무작정 공항으로 출발했다.

공항에는 전에 이용했던 Royal Cambodge항공은 사라지고, 캄보디아에서 가장 믿을 만한 항공사인 Siem Reap 항공 카운터 옆에 PMT Air라는 이름이 그럴듯 하게 들리는 처음 보는 항공사의 카운터가 보였다. 결국 공항에서 stand-by 순서에 밀려 Siem Reap Airways는 포기하게 되었고 보잉737기의 사진이 걸린 PMT Air 카운터에서 항공권을 구입하고 출발승객대기실로 이동하였다.

이런 ! 주기장에는 곧 출발하는 Siem Reap항공의 ATR72 한 대와 PMT 항공의 AN24 2대가 서 있었다. PMT항공탑승카운터에는 그럴듯한 보잉737사진이 뽐내고 있었지만 국내선기종은 AN-24 2대가 전부라는 것이다.

 

< Siemreap 공항의 AMT Air 항공사의 AN24기, 2대가 각각 도장이 다르며 오른쪽 AN24가 사고기 이다. >

정말 고민했다. 탈까 ? 말까 ?
그렇다고 자동차를 전세내어 가자니 6시간 걸리는 거리고, 또 다음날 가자니 프놈펜공항에서 방콕까지 환승편을 놓칠것 같고, 그것 보다 방콕행 비행기를 놓치면 방콕발 귀국항공편이 우선순위에서 뒤지는 마일리지항공권이라 귀국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 더 걱정이 되었다.

자꾸 9년 전 라오항공의 부양티엔발 루앙프라방행 AN-24 (Y-7)의 기억이 떠 오르게 되었다. 아는게 병이고 모르는게 약이라고 ……!  그 기억이 사라지지 않으니 약도 없는 병에 걸린 셈이다. 잠시 고민 끝에 코 앞의 문제부터 해결하고자 결국 큰 맘먹고 보딩패스를 손에 쥐고 대기실 의자에 앉았다. 주기장에 세워진 두 대의 AN-24 중 하나는 산뜻하게 새옷으로 갈아 입고 있었다. 그래도 마음 속으로는 낡은 옷을 입은 것 보다는 새옷 입은 비행기가 걸리기를 빌었다. 다행히 하늘색으로 밝게 새로 도장한 비행기의 탑승구가 열려져, 곧 타고 갈 PMT Air AN-24기 2대를 카메라에 담았다. 바로 그 사진을 이번 사고에 사용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

 

사고기의 보름전 기내모습, 똑같은 노선을 여행한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여행객이 촬영한 사진 

기내에 오르니 새옷을 입어서 인지 속 옷도 어느 정도 바느질을 새로 한 듯 깨끗해 보였다. 기내 판넬 등은 좀 더 굵은 나사로 새로 고정시킨것 같았으나 이착륙시의 충격은 그대로 전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어서 9년 전의 악몽을 1시간 동안 재현하게 되었지만 이미 한차례 경험한지라 이번에는 충격의 강도는 덜한듯 하였다. 프놈펜과 방콕을 거쳐 귀국한 후에 그 PMT Air 항공사에 대해 알아보고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이 항공사는 제작된지 37년된 보잉737으로 하노이-시엠립을 운행하고 국내선은 몇년 식인지도 모르는 AN-24 2대가 전부라고 한다.
그리고 또 일년후, 2007년 6월25일 !  비보가 들렸다. 오늘 추락한 밀림에서 발견된 잔해의 사진을 보니 바로 내가 일년 전 이용했던 새옷을 입은 그 비행기였다. 아무리 겉모습을 예쁘게 단장을 해도 나이를 속이지는 못한 것이다. 그 기종이 단종된지 정확히 29년이 되었으니 마지막에 제작된 것이라 해도 29년… 적지 않은 기령도 문제였지만, 부품조달이 안 되어 운항에 어려움을 겪는다하더니 결국 내가 탔던 그 비행기가 22명의 생명을 빼앗아 간 흉기로 변한 것이다.

 

이렇게 8년 전 베트남항공의 TU-134로 시작하여 러시아항공의 TU-134, TU-154, 그리고 IL-96 등 러시아를 대표하는 기종을 한 번씩 시승하게 되었지만, 유독 소형여객기였던 AN-24의 중국형 라이센스생산인 Y-7의 인상은 좋지 않게 남게되었다.

그 후 항공사고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지라 TU-134기와 TU-154기, 그리고 AN-24기의 추락사고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리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로 사고지역은 러시아와 동유럽, 그리고 아프리카 등 냉전시대에 구 소련의 영향력이 많이 미쳤던 곳이다. 대부분의 사고 원인도 이들 러시아 기종들이 부품공급이 안 된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나마 개방사회를 맞은 러시아의 최대항공사가 변신한 후의 에어로플로트의 TU-134, TU-154를 만난 것이 나로서는 다행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이 보다는 영양실조가 더 무서워 …

 

2000년 이후의 항공기사고를 보면 AN-24가 모두 13차례, 사고발생지역은 대부분 수단, 아프카니스탄 등 동유럽지역이다. TU-134, TU-154기도 2000년 들어 거의 매년 크고 작은 항공기사고를 기록하고 있다. 북한의 고려항공도 상당 수의 보유기는 사용불능에 빠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금년 들어서도 고려항공의 TU-134 기가 베이징공항에 착륙하다 바퀴가 펑크나는 사고가 두 건 있었다고 한다. 물론 보잉이나 에어버스도 그 정도의 사고기록이 있지만, 비행편수당 사고율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21세기에 들어서 이들 러시아항공기의 사고가 많은 것은 부품이 제대로 조달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 기종이 단종된 지는 AN-24기는 29년, TU-134는 1984년, TU-154는 1995년, AN-24를 제외하고는 절대적으로 평가하자면 그리 노후된 기종들은 아닐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사회주의체제에서 살아온 항공사의 고객 항공사에 대한 책임있는 After-Service가 부족한 것이 아닐까 ?

 

아무래도 AN-24를 비롯한 러시아항공기 3형제 …… 나이 보다는 영양실조(부품부족)가 더 무서운 것 같다.

 

< 2004년 4월11일, 인천공항에서 본 TU-154 기, 요즘도 인천공항에서 볼 수 있는지 궁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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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lign=”left”><이집트카이로공항에방치된러시아항공기일류신IL-62,2002년촬영>

 

항공기의경우자동차와달리나이가중요한것은아니라고한다.원활한부품공급과정비만잘하면우리가생각하는이상으로사용할수있다고한다.지난4월TomCruise가자기나이보다19년이나연상인64년된P-51DMustang전투기를구입했다는기사도있었다.이Mustang은제2차세계대전과어쩌면한국전쟁에참전한것인지도모른다.물론이는하늘을날기위한것보다는미국의돈많은할리우드스타의사치스런취미생활로돌려버리면그만이지만,미국굴지의항공사에는1968년제작된DC-9제트여객기가아직현역으로등록되어있다.

 

그러나이런얘기는부품공급이끊어지지않고철저한정비가이뤄져야한다는것이전제가된다.그렇지않고는그저고철덩어리에불과할뿐이다.미국이나유럽을여행하면서낡은비행기를걱정할필요는없을지몰라도일부동남아시아나아프리카를여행할때는무척신경이쓰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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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lign=”left”><조선일보에실린사고기의일년전모습,2006년8월시엠립공항><palign=”left”>

이번에캄보디아항공기추락사고이후,틈틈히모아둔자료를가지고항공기의나이에관련된글을거의이틀에한번정도로올리게된것은그럴만한계기가있었다.바로작년여름2006년8월4일늦은오후,필자는이번에추락한사고기에몸을싣고있었기때문에남의일같지가않았기때문이다.사고를보도한모든신문이나방송이자료화면,자료사진으로동종의다른사진을올렸지만유일하게조선일보에만실렸던사고기사진은바로그때기내에오르기직전촬영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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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항공TU-134,뒤로공항터미날신축공사현장이보인다.하노이공항1999년4월촬영>

 

러시아항공기와의첫만남,베트남항공TU-134

 

내가처음러시아항공기를만난것은1999년베트남을여행할때다.하노이에서호치민(사이공)으로가는데예약된항공편이결항되고다음항공편의좌석이가능하다고하여3시간을대기하고기내에올랐다.예정된항공편의기종은Fokker사제품인F-70으로대한항공에서도보유하고있었던F-28기보다작은제트여객기였는데,기내에오르니변경된항공편의기종은생소한것이었다.F-70도제트여객기치고는작은형으로좌석이2-3형태인데이건더작은2-2배치로좌석에앉고서야기종이TU-134라는것을알게되었다.바로2년전인1997년,원광대학병원의료진을태운베트남항공기가프놈펜에서추락한사고기종인것이다.비행중에억지로잠을청하고애써당시사건을외면하려고했으나역시쉬운일은아니었고,다행히2시간비행을무사히마치고탄손누트공항에안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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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roflot러시아항공TU-154,모스크바공항에서백야때1999년6월오후10시경촬영>

 

그리고두달후러시아여행때에어로플로트의TU-154와일류신IL-96기를이용하게되었다.그때김포-모스크바노선에는B767과IL-96이번갈아운항하고있었으며,러시아국내선의경우는TU-154였다.당시요금은모스크바까지의요금이대한항공에비해거의2/3수준이었고,St.Petersburg국내선까지포함하면1/2이채안되는요금이었기에과감하게에어로플로트를선택하여TU-154와IL-96등의러시아항공기를이용해볼기회를가졌다.

 

역시에어로플로트의국내선은시간표가의미가없을정도로제멋대로였다.백야의도시St.Petersburg에서예정보다3시간늦은밤11시에모스크바행비행기에올랐으나아직밖은어둠이올기미도보이지않았다.TU-154기종은B727에비해크기가약간작을뿐스타일이비슷하지만아무래도기내인테리어가보잉이나에어버스와비교할상대는되지못했다.당시느낀것은세가지,비좁은좌석과시원치않았던에어컨그리고유난히시끄러운엔진소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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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roflot러시아항공의IL-96,인천공항에서2007년6월촬영,항공사로고및도장이새로바뀌었다.>

 

국제선인모스크바-샹하이경유-김포행일류신은좌석배치가3-3-3으로기내의천정이보잉이나에어버스에비해높아서머리위가허전한기분이들정도였다.기내인테리어도휑한분위기에마치군병력수송기를탄듯한기분이들었다.좌석도다른기종에비해쿠션이얇은편이고그리포근한기분을주지는못했지만워낙피곤한탓에불편한지모르고잠에빠져김포까지올수있었다.

 

<imgborder=”0″alt=”russian-trio-an24-y7.JPG”src=”http://blogs.chosun.com/drkimdj/wp-content/uploads/sites/115/2016/02/russian-trio-an24-y7.jpg”/>

<palign=”left”><2002년2월,Y-7(AN-24의중국생산모델)Vientiene공항에서촬영>

 

내가AN-24기종을처음탑승한것은7년전라오스의루앙프라방을여행할때이다.그때만해도3년전캄보디아에서베트남항공소속의TU-134가추락한적이있었지만,막상베트남과러시아여행때TU-134,IL-96등을직접탑승해보고좀촌스런비행기들이라는정도의인식을가지고있었기때문에큰편견이없었고,또라오스국내선은모두그기종뿐이기에선택여지가없어서아무런생각없이탑승했다.정확히말하자면그비행기는AN-24기의중국라이센스모델인Y-7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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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lign=”left”><2002년2월,Vientine발LuangPrabang행LaosAviation국내선Y-7(AN-24)기내모습>

 

다시하고싶지않은경험,라오스항공의Y-7(AN-24중국모델)

 

방콕에서브양티엔으로타이항공의A300을타고와서입국수속을마치고루앙프라방행라오항공에오르니마치우등고속버스를타고와서다시비포장길을달리는시골완행버스로갈아탄기분이다.열대지방의뜨거운태양열로달궈져고르지못한활주로를달릴때는마치선반위에올려놓은가방이떨어질까봐,자꾸위를올려다보게된다.볼트가풀어진좌석옆의판넬이떨리는소리는시끄러운프로펠러소리에묻혔지만파르르떠는모습에서그비행기의연륜을감지할수있었다.

 

워낙기체가가벼워구름층을뚫고지날때에는요동치기도했지만일단비행고도에오르니비행중의컨디션은그런대로괜찮았다.한두번의탑승경험으로,직접조종하는것도아니면서기체상태를논한다는것은웃기는얘기가될수는있지만,내장판넬을이은볼트들은몇번씩죄었던지손톱으로돌리면빠질것같이헐거울정도로무척노후된상태라는것만은확실하였다.

 

착륙할때의느낌은이륙할때와또다른기분이다.마치천정의어느판넬이라도송두리채떨어질듯한느낌과충격을느끼게된다.이륙할때는느끼지못했는데바퀴가덜컹착지할때는좌석전체가들썩할정도로좌석과기체바닥을고정시킨볼트도헐겁다는것을알게되었다.

드디어루앙프라방공항터미날에,아니공항역(?)에도착하니마치놀이기구를타고내리는기분이다.그래도무사히비행을마치고나니반이상이유럽인들인승객들은모두좀처럼경험하기힘든것을경험했다며재미(?)있어하는표정들이었다….무사히사고가없었으니다행이지만……

 

궁지에몰린선택,AN-24

 

이렇게멋모르고최악의컨디션에있었던AN-24를탑승해보고더이상러시아항공기와의인연은그치기를바랬지만,6년뒤,작년8월…또눈앞에AN-24를보게되었다.미처시엠립에서프놈펜으로가는Siemreap항공좌석을구하지못했는데,친절한SiemreapAirways직원이공항에서Stand-by하고도좌석이없으면두시간후에PMTAir편이있다고귀뜸을해주어무작정공항으로출발했다.

 

<imgborder=”0″alt=”chobl-FT-ATR72.JPG”src=”http://blogs.chosun.com/drkimdj/wp-content/uploads/sites/115/2016/02/chobl-FT-ATR72.jpg”/>

<SiemreapAirwaysATR72,태국자본의합작회사인캄보디아최대항공사로외국인이많이이용한다.>

 

공항에는전에이용했던RoyalCambodge항공은사라지고,캄보디아에서가장믿을만한항공사인Siemreap항공카운터옆에PMTAir라는이름이그럴듯하게들리는처음보는항공사의카운터가보였다.결국공항에서stand-by순서에밀려SiemreapAirways는포기하게되었고보잉737기의사진이걸린PMTAir카운터에서항공권을구입하고출발승객대기실로이동하였다.

 

이런!주기장에는곧출발하는Siemreap항공의ATR72한대와PMT항공의AN242대가서있었다.PMT항공탑승카운터에는그럴듯한보잉737사진이뽐내고있었지만국내선기종은AN-242대가전부라는것이다.

 

<imgborder=”0″alt=”rep-an24.JPG”src=”http://blogs.chosun.com/drkimdj/wp-content/uploads/sites/115/2016/02/rep-an24.jpg”/>

<palign=”left”><Siemreap공항의AMTAir항공사의AN24기,2대가각각도장이다르며오른쪽AN24가사고기이다.>
정말고민했다.탈까?말까?
그렇다고자동차를전세내어가자니6시간걸리는거리고,또다음날가자니프놈펜공항에서방콕까지환승편을놓칠것같고,그것보다방콕행비행기를놓치면방콕발귀국항공편이우선순위에서뒤지는마일리지항공권이라귀국을보장받지못하는것이더걱정이되었다.

자꾸9년전라오항공의부양티엔발루앙프라방행AN-24(Y-7)의기억이떠오르게되었다.아는게병이고모르는게약이라고……!그기억이사라지지않으니약도없는병에걸린셈이다.잠시고민끝에코앞의문제부터해결하고자결국큰맘먹고보딩패스를손에쥐고대기실의자에앉았다.주기장에세워진두대의AN-24중하나는산뜻하게새옷으로갈아입고있었다.그래도마음속으로는낡은옷을입은것보다는새옷입은비행기가걸리기를빌었다.다행히하늘색으로밝게새로도장한비행기의탑승구가열려져,곧타고갈PMTAirAN-24기2대를카메라에담았다.바로그사진을이번사고에사용하게될줄누가알았겠는가!

 

<imgsrc=”http://blogs.chosun.com/drkimdj/wp-content/uploads/sites/115/2016/02/photo077small.jpg”width=”520″height=”390″/>

<ahref=”http://www.airliners.net/discussions/trip_reports/read.main/103589″target=”_blank”>사고기의보름전기내모습,똑같은노선을여행한오스트레일리아의한여행객이촬영한사진

기내에오르니새옷을입어서인지속옷도어느정도바느질을새로한듯깨끗해보였다.기내판넬등은좀더굵은나사로새로고정시킨것같았으나이착륙시의충격은그대로전해지는것을느꼈다.이어서9년전의악몽을1시간동안재현하게되었지만이미한차례경험한지라이번에는충격의강도는덜한듯하였다.프놈펜과방콕을거쳐귀국한후에그PMTAir항공사에대해알아보고는놀랄수밖에없었다.이항공사는제작된지37년된보잉737으로하노이-시엠립을운행하고국내선은몇년식인지도모르는AN-242대가전부라고한다.
그리고또일년후,2007년6월25일!비보가들렸다.오늘추락한밀림에서발견된잔해의사진을보니바로내가일년전이용했던새옷을입은그비행기였다.아무리겉모습을예쁘게단장을해도나이를속이지는못한것이다.그기종이단종된지정확히29년이되었으니마지막에제작된것이라해도29년…적지않은기령도문제였지만,부품조달이안되어운항에어려움을겪는다하더니결국내가탔던그비행기가22명의생명을빼앗아간흉기로변한것이다.

 

이렇게8년전베트남항공의TU-134로시작하여러시아항공의TU-134,TU-154,그리고IL-96등러시아를대표하는기종을한번씩시승하게되었지만,유독소형여객기였던AN-24의중국형라이센스생산인Y-7의인상은좋지않게남게되었다.

 

<imgborder=”0″alt=”russian-trio[1].JPG”src=”http://blogs.chosun.com/drkimdj/wp-content/uploads/sites/115/2016/02/russian-trio1.jpg”/>

<palign=”left”>

 

그후항공사고에관심을가지고있었던지라TU-134기와TU-154기,그리고AN-24기의추락사고소식이심심치않게들리는것을알게되었다.주로사고지역은러시아와동유럽,그리고아프리카등냉전시대에구소련의영향력이많이미쳤던곳이다.대부분의사고원인도이들러시아기종들이부품공급이안된다는문제를안고있다는것도알게되었다.그나마개방사회를맞은러시아의최대항공사가변신한후의에어로플로트의TU-134,TU-154를만난것이나로서는다행이었는지도모르겠다.

 

나이보다는영양실조가더무서워…

 

2000년이후의항공기사고를보면AN-24가모두13차례,사고발생지역은대부분수단,아프카니스탄등동유럽지역이다.TU-134,TU-154기도2000년들어거의매년크고작은항공기사고를기록하고있다.북한의고려항공도상당수의보유기는사용불능에빠진것이라는추측도있다.금년들어서도고려항공의TU-134기가베이징공항에착륙하다바퀴가펑크나는사고가두건있었다고한다.물론보잉이나에어버스도그정도의사고기록이있지만,비행편수당사고율은비교가되지않는다고한다.

 

들리는얘기에의하면21세기에들어서이들러시아항공기의사고가많은것은부품이제대로조달되지않기때문이라고한다.이들기종이단종된지는AN-24기는29년,TU-134는1984년,TU-154는1995년,AN-24를제외하고는절대적으로평가하자면그리노후된기종들은아닐지모르지만,아무래도사회주의체제에서살아온항공사의고객항공사에대한책임있는After-Service가부족한것이아닐까?

 

아무래도AN-24를비롯한러시아항공기3형제……나이보다는영양실조(부품부족)가더무서운것같다.

 

<imgborder=”0″alt=”russian-trio-tu154-S7.JPG”src=”http://blogs.chosun.com/drkimdj/wp-content/uploads/sites/115/2016/02/russian-trio-tu154-S7.jpg”/>

<2004년4월11일,인천공항에서본TU-154기,요즘도인천공항에서볼수있는지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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