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에 빠진여객기, 승객구조순서의 진실 ?

지난 1월 중순 뉴욕을 이륙한 US Airways 1549편 에어버스 A320기가 새와 충돌하여 엔진이 정지되면서 HUDSON강에 비상착륙한 사건이 있었다. 다행히도 노련한 승무원들의 대처로 승객전원이 인명사고 없이 구조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후 사고수습당시의 한 장의 사진이 인명구조에도 일등석과 일반석이 차별받는다는 뉘앙스로 인터넷에 떠 돌아다니기 시작하였다. 문제의 사진을 보면 일등석이 있는 앞쪽에는 고무보트에서 승객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고, 일반석 승객들은 물에 잠긴 날개 위에 올라 서서 얼음장 같은 겨울강물에 발목 또는 무릎까지 잠긴채 추위에 떨며 구조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그리고 이 사진에는 친절하게(?) 구조를 기다리는 일등석(First Class)승객과 일반석(Coach Class)승객을 구분하여 표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사진을 설명하면서 일등석승객을 먼저 고무보트로 구조하는 장면이라고 설명한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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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사진은 어제 조선닷컴에도 잠깐 소개되었다. 어떤 사이트에서 Another Reason to Upgrade to First Class 라는 제목으로 올려진 것을 소개한 사진이었다. 물론 조선닷컴의 기사에는 다행히도 이런 사진이 들고 있다는 정도의 설명뿐이었다. 내가 다행(?)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내 개인적인 견해로는 그 문제의 사진을 보는 시각이 잘못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고기종인 Airbus A320은 국내선과 단거리국제선에 취항하는 기종으로 우리나라의 아시아나항공에서도 운항하고 있는 기종이다. 이 기종의 좌석배열은 운항하는 항공사마다 다르지만 US Airways사에서는 일등석 12석, 일반석 138석으로 150명이 정원인데 구조된 총인원이 155명이라는 것을 보니 그날 거의 만석에 가까웠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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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S Airways A320 좌석배치도 : 일등석은 앞좌석 3열 12석이다. 자료출처 www.seatguru.com >

 

이 기종은 맨 앞부분과 뒷쪽에 트랩카 또는 보딩브릿지로 연결되는 일반출입구와 동체 중간 날개가 있는 부위에 조그만 비상구 두개가 있다.  비상구의 수와 위치는 탑승정원에 맞추어 빠른 시간에 승객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설계되어 있다. 승객들이 비상구 좌석을 선호하는 이유는 비상구 좌석이 앞 뒤 간격이 넓기 때문인데, 그 이유는 비상시에 승객이 빨리 탈출할 수 있도록 간격을 넓게 하였고 비상구 좌석에는 승객의 탈출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좌석 뒤에 붙어 있는 기내식 식탁도 없다.

항공기의 출입구에는 승객들의 비상탈출을 위해 비상시에 문에 열면 자동적으로 비상탈출용 미끄럼대(Evacuation slide, Evacuation chute)가 풍선처럼 바람이 들어가서 펼쳐지는데 지상에서는 미끄럼틀을 이용하듯 빠져나오면 되지만 해상에서는 고무보트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A320기종의 동체 중간에 있는 비상구는 모두 날개 위치에 있어서 Evacuation slide를 펼칠 수 없어서 일단 날개 위로 빠져나가서 다른 방법으로 탈출하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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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중화항공 B737기, 오키나와공항. 승객이 탈출한 Evacuation slide가 앞쪽 출입문에 보인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그런데 문제의 사진을 보면 기수부분이 약간 위로 들리면서 기체의 후미가 물에 잠긴 것을 볼 수 있다. 동체 앞부분의 출입구에는 비상용 미끄럼대가 작동하여 물 위에 떠 있게 되어 미끄럼대가 아닌 고무보트역할을 하게 되어 승객들이 올라탈 수 있지만 동체후미의 출입구는 물에 잠겨 evacuation slide를 작동시킬수가 없었을것 같다. 한편 동체중간에 있는 비상구는 물에 잠기지 않아 승객들이 기내 밖으로 탈출하여 날개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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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앞쪽 출입문에 펼쳐진 Evacuation Slide에는 일등석 승객한테 가까운 위치였고,  날개 위의 비상구는 일반석 좌석에서 접근이 쉬운 곳이기 때문에 일반석 승객은 날개 위로, 일등석 승객은 Evacuation Slide 위에 대피하게 된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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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기와 같은 기종은 A320기의 아래 사진을 보면 앞 뒤 출입문 외에 날개 부위에 비상구가 두 개 보인다. 이미 동체  뒷부분은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고 승객들이 가까운 비상구로 탈출하면 바로 날개 위가 된다.  앞쪽 출입문은 수면 위에 있어 비상탈출구 Evacuation Slide가 펼쳐졌고 일등석 좌석이 앞 쪽에 있기 때문에 일등석승객은 앞 문으로 탈출하여 Evacuation Slide 위에 서 있을 수 있었을 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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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rbus A320 기종의 비상구위치 >

 

아마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이 사진을 처음 올린 사람도 정말 승객구조시에 일등석승객과 일반석승객이 차별대우받았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다만 재미있는 비유로 올리지 않았을까도 생각된다. 그러나 항공기구조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보았을 때 정말로 비상시에 승객들이 차별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게 된다면 이 사진이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력은 적지 않을것 같다.

나도 블로그를 통하여, 개인홈페이지를 통하여 많은 얘기를 쏟아내고 있지만, 행여나 잘못된 정보를 올리지는 않는지 항상 조심스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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