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호텔”의 새로운 발견 – 대한항공 A380 시승기

지난 주 특별한 여행을 하였다. 대한항공 A380 1호기의 첫 취항에 맞추어 도쿄를 다녀왔다. 비록 개인적인 일정 때문에 취항 첫 날은 놓쳤지만 다음 날인 6월18일 토요일 A380의 시승에 나설 수 있었다. 원래 해당 항공편명은 KE701편이지만 A380 첫 취항을 기념하여 첫 날 항공편명은 KE380으로 하였다고 하니 KE701편의 A380 첫 편을 이용하였다는 다소 궁색한 의미를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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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나리타공항에 착륙한 대한항공 A380 HL7611기, 2011년 6월19일 촬영 >

 

 

A380의 단골 수식어 “하늘을 나는 호텔“의 배경

“하늘을 나는 호텔”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A380은 이미 4년 전부터 싱가폴항공(SQ)을 선두로 에미레이트항공(EK), 콴타스항공(QF), 에어프랑스(AF), 루프트한자(LH)에서 도입하여 대한항공은 세계에서 여섯 번째가 A380 보유항공사가 된다. A380이 “하늘을 나는 호텔”이란 최상급 수식어가 따라 붙은 것은 에어버스사가 개발단계에서 실물모형을 공개할 때 부터였다. 에어버스는 보잉사의 B747 점보기 보다 50% 넓은 공간을 이용하여 기존의 여객기에서 볼 수 없었던 인테리어로 “하늘을 나는 호텔”. “날아다니는 궁전” 등으로 불리기 시작하였다. 실제로 A380 1호기를 취항시킨 SQ A380에는 좌석마다 슬라이딩도어를 갖춘 독립된 객실형태의 좌석을 선보였고, 두 번째로 A380을 도입한 EK는 기내샤워실을 마련하여 A380이 초대형여객기라기 보다는 초호화여객기라는 인식을 굳혀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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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어버스사가 개발초기에 공개한 실물모형 객실 인테리어 사진출처 : 에어버스사 홈페이지 >

사실 항공기는 승용차와는 달리 꾸미기 나름이다. 소나타보다 그랜져가 고급승용차이지만 B777이 B737보다 큰 항공기일 뿐 고급은 아닌 것이다. A380이 등장하기 전에 지난 40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큰 여객기의 자리를 지켜온 B747 점보기도 일부 항공사에서는 정원을 560명으로 꾸민 이른바 ‘닭장‘ 수준의 여객기도 있지만 B737 기종 중에는 상용기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호화롭게 꾸민 자가용 B737BBJ(Boeing Business Jet)도 있다.

과연 세계에서 여섯 번 째로 A380을 도입한 대한항공의 A380은 어떤 모습일까 ? SQ는 더블베드룸, EK는 샤워실을 “하늘을 나는 호텔” A380의 상징으로 내세웠지만 대한항공은 다소 의외로 “하늘을 나는 면세점”과 “2층의 비즈니스석 전용”을 포인트로 내세웠는데 실제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A380의 시승에 올랐다.

 

의외로 혼잡하지 않은 KE701편 탑승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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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공항 A380 전용 탑승게이트 17번, 보딩브릿지가 3개 연결된다. >

 

인천공항 메인터미날의 A380 전용게이트는 17번, 남달리 큰 덩치와 2층 객실에도 보딩브릿지를 연결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날 일반석은 만석이라고 한다. 그러나 작년 싱가폴공항과 파리공항의 A380 전용게이트에서 보았던 혼잡스런 분위기는 아니다. 인천공항은 탑승객 대기실이 폐쇄적 구조인 싱가폴공항과 달리 개방적인 구조라는 이유도 있지만 대한항공 일반석의 정원(301석)이 SQ(399석)나 AF(449석)에 비해 100석-150석 적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B777을 엎어 놓은 규모의 2층객실

이번 A380 시승은 비즈니스석은 출국편인 KE701편에서, 일반석은 귀국편 KE702편에서 체험하고 일등석은 승무원의 도움으로 도착지 공항에서 일등석승객이 모두 내린 다음에 구경하기로 하였다. 보통 대형기종의 경우 일등석승객전용과 일반석승객용의 보딩브릿지가 2개 운영되지만 A380기의 경우 2층 전용 보딩브릿지 까지 3개가 연결된다. 대한항공 A380 1호기인 HL7611기는 새 비행기라는 것도 있지만 고운 옥색빛깔의 좌석과 함께 밝고 차분한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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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 A380 2층 비즈니스클래스 객실전경, 3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6월18일 기내 촬영 >

수치로만 보면 2층 객실 폭이 5.94cm로 B777 객실(5.86cm) 보다 약간 넓지만 대한항공이 B777 기종에 배치한 2-3-2 배열보다 좌석 하나가 줄어든 2-2-2 배열이라 한층 공간의 여유를 느끼게 된다. 아마 수치상으로는 B777 보다 넓어도 객실벽면의 곡면경사가 A380 2층이 훨씬 커서 창문 쪽에 Dead Space가 생겨 유효수치는 오히려 좁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반면 A380의 2층은 점보기의 2층 객실처럼 창문 쪽의 Dead Space를 이용하여 수납장이 마련되어 있는데 수납장의 역할보다는 오히려 사이드테이블로 활용도가 높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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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 A380 2층 비즈니스클래스, 창가 좌석의 모습, 2011년6월18일 기내촬영 >

 

완전 수평으로 펼쳐지는 침대형좌석 Prestige Sleeper

좌석은 Prestige Sleeper로 A330 등의 중거리기종에서 채택하고 있는 Prestige Plus 보다 공간이 넓어 완전수평으로 전환이 가능한 침대형좌석이다. 좌석을 앉은 키 어깨 높이의 파티션이 감싸고 있지만 SQ나 EK처럼 너무 프라이버시를 보호한다는 의미 높게 담장을 둘러싼 것 같은 느낌은 주지 않아 객실자체가 무척 시원스럽게 보인다.

 

지난 달 라오스여행을 하고 귀국할 때 보았던 캐세이퍼시픽(CX)의 이른바 생선가시형 좌석의 비즈니스객실과는 분위기가 정반대다. Herring-bone 으로 불리는 이 좌석은 프라이버시는 보장될지는 몰라도 마치 뚜껑 없는 관이라는 최악의 평가를 받기도 하여 최근 CX은 엄청난 예산을 들여 장착한지 얼마 되지 않은 이 좌석을 새로운 타입으로 전면교체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대한항공 A380의 2층은 전부 비즈니스석으로 채웠지만 앞부분 22석, 중간 48석, 뒷부분 24석으로 나뉘어져 있어 어느 좌석에 앉아도 전 좌석 비즈니스석이란 기분은 들지 않았다. 내가 배정받은 좌석은 17A 가운데 섹션인데 전망이 날개에 가려 좋지 않다. 그러고 보니 유난히 날개가 크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창밖을 내다보는데 다른 기종에 비해 시야가 넓다는 것을 첫 눈에 느낀다. 정확한 수치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유리창문의 직경은 넓어진 것 같은데 창문의 내벽테두리가 외벽테두리보다 무척 큰 것을 보니 그만큼 동체의 두께가 두껍다는 얘기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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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탑승게이트를 뒤로 하고 움직이는데 객실격벽에 달린 모니터에 활주로의 모습이 보인다. 외부카메라에서 전방과 하방의 모습을 직접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좌석의 모니터를 켜고 외부카메라의 전방스위치와 하방스위치를 번갈아 눌러본다. 외부카메라는 A380에 처음 설치된 것이 아니라 몇 년 전부터 다른 기종에도 채택된 것이지만 모니터해상도가 낮아 들여다 볼 가치가 없었는데 요즘 AVOD의 화질이 좋아져서 이착륙할 때는 마치 조종석에 앉은 기분이 들 정도가 된다. 비즈니스클래스의 모니터화면은 15.6인치, 웬만한 대화면 노트북 수준이고 한국인승객한테 익숙한 음악과 영화 그리고 면세품정보, 운항정보 등 다양한 콘텐츠가 있다.

 

엔진소음이 적어 다른 소음이 거슬릴 정도

기체가 활주로를 향하여 이동하는데 생각보다 엔진의 소음이 적다. A380이 자랑하는 것 중의 하나가 친환경신소재의 구성비가 높다는 것과 바로 기내에서 느끼는 엔진소음이 적다는 것이다. 특히 순항중일 때 보다는 이착륙 때 더욱 소음차이가 크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A380이 본격적으로 운항되면서 조종사들이 엔진소음이 줄어들었지만 엔진소음에 파묻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었던 다른 잡음이 거슬린다는 색다른 소음불만도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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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380은 엔진에 따라 세부기종명칭이 다른데 대한항공은 A380-861로 Engine Alliance 엔진이다 .>

항공기엔진은 자동차와 달리 동체와는 별도로 엔진제작사에서 제작하는데 A380 엔진은 미국 GE와 P&W사의 합작회사인 Engine Alliance사와 영국의 Rolls Royce사에서 제작한다. 그중 대한항공 A380에 장착된 엔진은 Engine Alliance의 GP7200 이다. 문득 작년 말 QF A380이 싱가폴을 이륙 후에 엔진에 문제가 발생하여 회항했던 사고가 생각난다. 당시 QF A380의 엔진사고에 놀라 QF는 물론 SQ도 모든 A380 보유기에 운항중단조치를 내였지만 EK와과 AF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었다. SQ는 QF와 같은 Rolls Royce사의 Trent 엔진을 사용하고 있으며 EK와과 AF는 대한항공과 같은 Engine Alliance사의 엔진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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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항공 KE701편 비즈니스 클래스 기내식, 기내촬영사진 >

 

비즈니스클래스 전용라운지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A380 구경에 나섰다. 항공사측에는 미안한 얘기이지만 일반석은 만석인데 마침 비즈니스석은 승객이 많지 않아 다른 승객한테 지장을 주지 않고 기내를 둘러 볼 수 있었다. 2층에는 비즈니스승객을 위한 라운지가 앞뒤로 2곳이 있다.
앞에는 2층과 아래층으로 연결되는 계단 오른 쪽에 있는 셀프서비스 라운지이고 뒤쪽에는 전담 승무원이 칵테일을 서비스해주고 있지만 짧은 비행에 이곳저곳 들여다보느라 기념칵테일 한 잔 마실 기회도 없었다. 라운지의 소파에는 급작스런 기류변동에 대비한 듯 안전벨트가 있다는 것이 일반 사무실의 휴게시설과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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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초의 기내면세점 Sky Shop

2층 뒤편 라운지의 뒤쪽으로는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나선형계단이 있는데 대한항공 A380의 경우 아래층 맨 뒤에 있는 기내면세점과 연결된다. 기내면세점은 직접 면세품을 판매하는 곳은 아니라 주요 면세품의 실물을 전시하여 승객들의 면세품선택을 도와주는 곳이다. 이륙할 때는 진열장이 비었는데 이륙 후 어느새 진열장이 가득 채워졌다. 주류의 경우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빈병을 전시하고 있는데 아마 바닥을 강한 자성체를 이용하여 난기류에도 견딜 수 있게 한 것 같다. 실제 면세품판매는 종전처럼 좌석에서 판매와 결제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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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남짓 짧은 비행시간이 유난히 빠르게 지나 벌써 착륙안내방송이 나온다. 좌석 앞 대형 모니터에는 외부 카메라가 잡은 지형의 모습이 마치 구글 위성지도를 보듯 나타난다. 리모콘 스위치로 외부카메라 선택을 전방카메라로 바꾸자 벌써 앞에 나리타공항의 활주로가 멀리 보이는데 마치 조종석에 앉은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역시 착륙할 때의 소음도 다른 기종에 비해 월등히 작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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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리타공항 제1터미날 옥외전망대의 모습, 항공사진매니아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

 

 

나리타공항에서 대한항공 A380이 사용하는 게이트는 제1터미날의 26번 게이트다. 유도로에서 게이트로 선회하는데 나리타공항전망대에서 카메라장비를 들고 있는 아마추어사진가들이 몰려있는 모습이 보인다. 나리타공항은 거의 10년 만의 방문인데 달라진 모습이다. 이날은 대한항공 A380의 취항 두 번째 날이라 아직 게이트작업이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다. 2층의 비즈니스객실전용 보딩브릿지 연결이 늦어서인지 아래층 일등석승객이 모두 내린 다음 비즈니스석 승객들이 계단을 내러가 아래층 출입구를 통하여 내리도록 했다. 계단을 내려가니 커튼 뒤의 일반석승객들의 불만들이 대단한 것 같다. 터미널건물의 게이트출구는 하나인데 그곳에서 일등석전용, 일반석전용 보딩브릿지가 운영되고, 별도로 2층 전용 보딩브릿지는 중간에 한 번 꺾여 연결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공항에서 A380 전용게이트의 운영이 숙달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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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리타공항 제1터미날 26번 게이트의 대한항공 A380 HL7611기의 모습 >

Kosmo Suite, 화려하지 않지만 격조 있는 일등석좌석

아래층으로 내려간 다음 계단에서 잠시 기다리다 승객들이 모두 내린 후에 승무원의 양해를 얻고 일등석객실을 구경하였다. 대한항공이 자랑하는 Kosmo Suite는 SQ나 EK의 Suite Class와 같이 화려하거나 요란하지 않지만 사진으로 보았을 때 보다는 훨씬 크고 안락해 보였다. 각 항공사들은 보통 거의 차별화되지 않는 일반석좌석과는 달리 비즈니스좌석과 일등석은 각 항공사의 독특한 컨셉으로 경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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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 A380 1층, 일등석 Kosmo Suite 좌석 >

 

SQ, EK A380 일등석의 경우는 다른 항공사와 개념부터가 달라 좌석 이라기보다는 독립된 공간을 보장하는 일인용 객실로 A380의 “하늘을 나는 호텔”이란 수식어가 허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뒤이어 QF, AF, LH 등은 A380을 도입할 때도 여전히 언론에서는 아무 생각도 없이 “하늘을 나는 호텔” 이란 수식어를 빼놓지 않았지만 이들 항공사는 SQ나 EK와 달리 “하늘을 나는 호텔”에 걸 맞는 시설을 보여주지 않았다. 일반석, 비즈니스석은 물론 일등석도 A380 만을 위한 특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장거리노선에서 채택한 좌석을 그대로 장착하였으며 다만 앞뒤 간격만 조금씩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대한항공 A380 일등석, 화려하지는 않아도 격조 높은 분위기

솔직히 대한항공이 자랑하는 Kosmo Suite와 AF, LH의 일등석좌석 자체는 SQ나 EK의 일등석좌석에 비해 뚜렷이 내세울 만한 것은 없다. KE, AF, LH의 일등석좌석이 갖춘 기능은 SQ, EK의 일등석객실 모두 갖추고 있다. 그러나 두 그룹의 일등석좌석을 비교하면 보기와는 달리 장단점이 뚜렷하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이것이 승객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를 수 있을 뿐 어느 것이 좋고 나쁘고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 에미레이트항공 A380 일등석 Suite Class. 사진출처 : 에미레이트항공 홈페이지 >

< 싱가폴항공 A380 일등석좌석 Suite Class. 사방이 벽으로 둘러쌓여 있다. 출처 : 싱가폴항공홈페이지 >

모든 항공사의 일등석 좌석 자체의 기능은 거의 비슷한데 SQ, EK의 A380좌석은 밀폐된 공간을 제공하여 프라이버스보호를 강조하고 있다. 반면 객실분위기라는 것은 전혀 느껴 볼 수 없고 오히려 갇혀 있는 느낌에 무척 갑갑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 다른 그룹인 AF, LH, KE의 A380 일등석은 SQ, EK 와 같은 화려함은 없지만 좌석을 둘러싸고 있는 장벽이 없어 객실전체의 공간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격조 높은 객실분위기가 살아있다. 역설적으로 SQ, EK가 자랑하는 좌석을 둘러싼 칸막이가 없다는 것이 오히려 후자 그룹의 장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이용하고 싶은 일등석은 작년 중동여행 때 체험했던 AF의 일등석좌석인데 탑승객이 집안의 거실에서와 같이 가장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인테리어가 돋보이기 때문이다. AF일등석의 프라이버시보호는 누워 잠을 잘 때 얼굴과 상체부분을 가려주고 있을 정도에 그친다.

귀국하는 날은 나리타공항 전망대에서 내가 타고 갈 대한항공 A380기가 나리타공항에 착륙하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일찌감치 탑승수속을 마치고 공항전망대로 올라갔다. 공항전망대 전면에는 철조망으로 가려져 있지만 곳곳에 카메라촬영을 위해 철망을 잘라 놓은 곳이 보이는데 이미 대형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를 들고 나온 임자가 모두 있었고 옆에는 나리타공항 이착륙 시간표와 무전기를 하나 씩 차고 있었다. 대한항공 A380이 연결되는 26번 게이트 앞 계류장에 지상요원들이 모이기 시작하여 A380이 착륙할 때가 임박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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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19일, 나리타공항에 착륙하는 대한항공 KE701편, A380-861, HL7611 >

얼마 지나지 않아 누가 어떻게 연락을 받았는지 아마추어 항공사진 매니아들이 동시에 카메라를 잡아들고 한 쪽을 응시하는데 멀리 대한항공 A380이 착륙하는 모습이 보였다. 사뿐히 내려앉은 대한항공 A380기가 전망대 정면을 지나자 전망대의 일반인들 까지 핸드폰을 꺼내 초대형여객기 A380기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일본은 JAL, ANA 양대 항공사 모두 A380을 도입하고 있지 않은 탓인지 대한항공의 A380 취항에 더욱 관심이 많은 듯 보였다.
대한항공 A380기가 유도로를 따라 게이트로 들어오는데 약간 앞서가는 중국동방항공 A320기가 유난히 장난감처럼 보인다. 대한항공 A380기가 보딩브릿지가 연결되는 모습까지 지켜보고 먼저 탑승하기 위해 곧장 출국수속을 밟고 탑승게이트로 갔다.

 

A380의 숨겨진 공간 … 창가 쪽 좌석

아래층에 있는 일반석의 분위기는 인천에서 출발할 때 뒤편 면세점 전시장을 구경하면서 얼핏 보았는데 전체적인 분위기는 좌석배열이 3-4-3으로 같은 B747과 다름없었지만 어딘지 익숙하지 않은 느낌이다. A330, B777에 탑승할 때보다는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휴대품을 올려놓는 선반이 종전 에어버스 A300부터 A340까지 내려오는 전통적인 각이 진 방식이 아니라 B777과 비슷한 물결모양의 곡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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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 A380 아래층 일반석 객실모습, 복도가 조금 여유있게 보인다. >

 

수치상으로만 보면 B747기가 객실 폭이 6.1m, A380이 6.58m로 48cm 넓지만 수치만큼 넓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내가 선택한 좌석은 54K 뒤편의 창가 쪽이다. 보통은 복도 쪽 좌석을 선호하지만 이날만큼은 사진촬영을 위하여 창가 쪽을 선택하였다. 좌석에 앉아마자 전에 이용했던 대한항공의 다른 기종에 비해 좌석 폭에 여유가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동안 내가 열심히 운동해서 허리가 줄어든 것은 아닐 텐데, 스펙을 찾아보니 종전보다 1인치 넓은 18인치라고 한다. 한 열의 좌석이 10개이니 넓어진 48인치의 절반은 넓어진 좌석 폭이 차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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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380 아래층 창가 좌석에는 객실벽면이 위로 벌어지면서 창가 쪽에 의외의 공간이 있다. >

 

A380에서 발견한 가장 큰 차이점은 수치에 나타나지 않은 창가 쪽 좌석의 보너스공간이다. A380의 아래층의 바닥은 동체중심에서 훨씬 아래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객실벽면이 위로 올라갈수록 밖으로 넓어지기 때문이다. A380의 일반석객실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졌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경쟁상대가 없는 대한항공의 New Economy 좌석

대한항공 일반석의 좌석은 대한항공이 New Economy 라고 부르는 것으로 A380용으로 만든 것은 아니고 이미 2년 전부터 대한항공이 새로 도입하는 A330, B777 등 대형기종에 장착하고 있는 모델로 요즘 구형기재들도 거의 교체작업이 끝났다고 한다. New Economy 좌석의 모니터는 10.6인치, 내가 여행할 때 갖고 다니는 넷북 수준이고 화질도 좋은 편으로 컨텐츠는 비즈니스클래스와 같다. 모니터 바로 아래에는 리모컨이 달려 있고 옆에는 충전용 USB 포트도 있다. 뿐만 아니라 좌석 아래에 AC전원소켓도 있어 장거리노선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기내에서 노트북 등의 가전제품을 사용하는데 배터리걱정을 완전히 해결해주고 있다.
< 대한항공 A380 일반석 New Economy 좌석, A330, B777 등의 장거리 기종에도 장착되있다. >

대한항공 A380 일반석의 진가는 식사시간에 나타난다. 좌석테이블은 이단으로 접히고 앞으로 밀어낼 수가 있어서 편리하다. 무엇보다도 일반석좌석간격이 34인치로 경쟁항공사에 비해 가장 넓은 편이라 식탁을 펴고 기내식을 받아도 공간의 여유가 있다. 특히 창가 쪽 좌석의 경우 좌석과 벽면사이에 공간이 있어 팔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어서 좋다. 복도는 기내식카트가 서비스 중에도 승객이 복도를 지나 갈 수 있도록 여유가 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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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리타-인천 일반석 기내식

 

사실 대한항공 A380을 둘러보면 신기종 A380의 특징은 일등석승객과 비즈니스승객을 위한 라운지와 기내면세점(정확히 설명하면 기내면세품 전시장이다.) 등에서 기존의 다른 기종과 차이점을 찾아 낼 수 있다. 다른 언론매체에서는 대한항공 A380의 취항소식을 전하면서 “하늘을 나는 호텔“을 강조하면서 Kosmo Suite, Prestige Sleeper 좌석에 포인트를 주고 있다. 그러나 이들 좌석은 이미 대한항공이 2년 전부터 도입하는 장거리노선용 A330, B777에 장착한 좌석이다. New Economy 좌석도 A330급 이상의 대형기종들은 교체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Kosmo Suite 좌석을 가지고 A380을 ”하늘을 나는 호텔”로 부른다면 B777, A330도 좌석 수만 적을 뿐 “하늘을 나는 호텔”의 자격이 있는데 A380을 띄우기 위해 홀대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단점을 장점으로 홍보하는 대한항공 ……

여기서 마지막으로 대한항공의 홍보방식에 의아심이 든다. 대한항공이 내보내는 홍보자료에 Kosmo Suite의 설명으로 SQ나 EK를 따라 “완벽한 프라이버시”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먼저 설명하였듯이 프라이버시에 초점을 맞춘다면 슬라이딩도어와 앞 뒤 격벽을 갖춘 밀폐된 객실형 좌석인 SQ나 EK를 당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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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 A380기의 일등석 객실, Kosmo Suite 좌석 >

승객의 완벽한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이런 장벽이 오히려 안락한 분위기를 원하는 승객들한테 단점이 될 수 있는데 제대로 갖추지 못한 “완벽한 프라이버시”를 앞세우기 때문에 대한항공 Kosmo Suite의 장점인 품격 있는 객실분위기의 장점을 부각시키는데 오히려 가로막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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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어프랑스 B777-300ER 기종에 장착된 일등석, A380도 같은 좌석이다. >

 

AF의 일등석 La Premiere 좌석의 자료를 보면 프라이버시라는 단어는 한 마디도 나와 있지 않고 있는데 AF의 장점인 고급주택의 거실과 같은 분위기에는 프라이버시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재발견 … 진정한 “하늘 위를 나는 호텔”은 대한항공의 일반석

이렇게 일등석좌석은 승객의 취향에 따라 항공사들이 특성을 달리하고 경쟁하고 있지만 일반석좌석은 공간 확보라는 하나의 팩터 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점에서는 대한항공의 장거리노선 주력기종은 B777, B747경우 일반석피치가 34인치로 유럽이나 미주 주용항공사들의 31-32인치에 비해 2-3인치 넓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그 외 기내식이나 AVOD 등의 부대여건을 감안해도 세계의 어느 항공사에 뒤지지 않고 있지만 대한항공의 홍보자료에는 이런 장점이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물론 국내광고의 경우 아시아나항공도 대한항공과 비슷한 수준이라 차별화하기 어려워 효과가 없을지 몰라도 1인치의 간격이 아쉬운 체격이 큰 외국인승객들한테는 큰 장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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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 A380 일반석 여유 있는 34인치 좌석공간 >

비록 2시간 정도의 짧은 비행이었지만 오랜 만에 대한항공의 장거리기종을 타본 소감은 진정한 “하늘을 나는 호텔”은 절대적은 우위를 확보할 수 없는 Kosmo Suite 보다는 메이져항공사들 중에서는 경쟁상대가 없는 대한항공의 장거리 기종인 B777, B747, A380 기종의 34인치 좌석을 제공하는 New Economy Class가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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