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새벽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시아나항공의 B777기의 비상착륙사고가 발생하였다. 300명이 넘는 승객과 승무원이 탑승하였지만 2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다고 한다. 불과 며칠 전 시카고에서 인천으로 향하던 대한항공의 B777도 엔진이상으로 러시아의 한 공항에 비상착륙한 소식에 이어 연달아 우리나라 국적항공사의 B777 사고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보잉사의 대표기종인 B777은 크기에서 두 가지 모델로 구분된다. 1995년 처음 개발된 B777-200에서 동체 길이를 10미터 정도 늘린 B777-300이 1998년 등장하였다. 초기모델은 항속거리에서 B747-400에 미치지 못하였다. 그러나 고유가시대에 엔진이 2개인 B777이 엔진이 4개인 B747에 비해 경제성이 뛰어나면서 항속거리를 늘린 ER (Extended Range) 기종 B777-200ER, B777-300ER이 나오면서 B747-400의 대체기종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B777의 인기가 형님뻘인 B747기의 시장을 잠식하게 된 것이다. B777에는 ER 기종 외에 세계에서 항속거리가 가장 긴 기종인 B777-200LR(Longer Range)도 있지만 우리나라 양대 국적항공사들은 주력시장인 유럽과 미국의 대도시에 기존의 ER 기종으로 충분히 취항이 가능하여 B777-200LR 기종은 보유하지 않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대한항공 B777기는 등록번호 HL8275, 출고된지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은 새 비행기다. 세부기종명칭이 B777-3B5ER. 후반부코드이 첫숫자 3은 B777-300 기종을 의미하여 다음의 B5는 대한항공의 보잉사 고유코드번호로 대한항공이 주문한 모든 기체의 기종분류에 포함되며 후에 다른 항공사로 팔려가도 그 코드는 유지된다. 그리고 마지만에 붙은 ER은 항속거리연장형인 Extended Range라는 뜻이다. 대한항공은 B777-200ER과 B777-300ER 기종 등 화물전용기 3대를 포함하여 37대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사고기는 등록번호 HL7742. 2006년에 출고된 기체로 정확한 기종명칭은 B777-28EER 이다. 후반부 코드중에서 가운데 부분 8E는 보잉사의 아시아나항공 고유코드이며 B777-200ER 이란 뜻이다. 아시아나항공은 B777 기종 중에서 동체길이가 짧은 B777-200ER 만 12대 보유하고 있었다.
얼마 전 대한항공 B777기의 엔진이 문제가 되었을 때 아시아나항공은 자사의 B777은 대한항공과 다른 엔진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사실 항공기의 엔진은 자동차와 달리 항공기제작사가 복수로 준비한 엔진 중에서 주문항공사가 결정한다. 이번 아시아나항공사고를 대한항공기의 엔진결함과 연관지을 수 없는 이유도 대한항공의 B777 기종은 GE General Electric사의 엔진을 사용하고 있으며 아시아나항공의 B777기는 P&W Pratt & Whitney 엔진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콴타스항공의 A380이 운항중 엔진사고로 비상착륙하는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국내언론은 일제히 A380은 대한항공도 도입할 예정인 기종이라고 덧붙혔지만 사고기는 영국 Rolls-Royce 엔진을 사용하는 A380-842 이며 대한항공이 도입한 A380의 세부기종명칭은 A380-861로 라이벌 엔진제작사인 GE와 P&W가 합작한 Engine Alliance가 만든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참고로 에어버스는 기종번호 후반부 3자리 숫자의 마지막 두 자리수는 엔진의 고유번호를 의미한다.
이번에 대한항공 B777의 엔진사고와 아시아나항공 B777의 추락사고와 관련하여 일각에서는 B777 기종의 결함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기사에서는 “첨단기종 B777 … 악명높은 엔진사고” 라는 제목도 보인다. 연초에 중국과 일본에서 발생한 엔진결함으로 보잉사에서 B777 해당엔진을 보유한 항공사에 엔진교체지시를 내린 것을 연관짓고 있다. 과연 B777의 안전도는 심각한 것일까 ?
B777과 안전도를 비교할 만한 기종은 크기와 성능이 비슷한 기종은 2중통로기인 B767, A330, A340, MD-11을 들수 있다. 그중 직접 비교가 되는 기종은 A330, A340 이다. B777은 1995년 상용서비스에 들어가서 지금까지 생산대수가 1110대를 넘어섰다. 이중통로기 중에서 생산대수가 1000 대를 넘은 것은 45년 역사를 지닌 B747이 1450 여대로 가장 많고 그 다음 이다. 라이벌인 에어버스의 경우 A330이 상용서비스가 1년 빠르지만 아직은 1000대에 약간 미치지 못하고 있어 약 10% 차이로 B777의 생산대수가 앞서고 있다. 에어버스 A330을 항속거리가 긴 기종인 A340을 포함하면 생산대수가 1300대가 넘지만, B777도 항속거리와 크기가 작은 자매기 B767을 포함시키면 2100대가 넘어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진다.
Aviation-Safety에 수록된 자료를 보면 A330의 사고건수는 모두 8건, 그중 4건이 기체가 완파되는 사고로 사망자 수는 모두 338명 이다. A330의 희생자가 많은 것은 A330의 사고에는 2008년 브라질상공에서 추락하여 탑승객 228명이 사망한 에어프랑스 추락사고와 2010년 아프리카 리비아에서 추락하여 10명이 사망한 아프리카항공기 추락사고가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B777의 경우 5건의 사고에 기체가 완파된 경우는 3건으로 사망자 수는 이번 아시아나항공사고의 두 명 이다. 그중 2008년에 발생한 영국항공의 히드루공항추락사고는 B777기 사고 1호로 기록되고 있지만 이번 아시아나항공사고와 마찬가지로 착륙할 때 착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여 희생자 수가 없었다. B777의 또 다른 기체사고는 2011년 카이로공항에서 발생한 이집트항공 B777의 조종석화재사건으로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한다.
사실 역대 항공기사고를 보면 점보기 B747기가 사고건수도 78건으로 가장 많고 희생자수도 2855명에 달한다. 이렇게 점보기의 희생자가 많은 것은 1985년 520명이 탑승했던 일본항공국내선추락사고와 1977년 발생한 팬암과 KLM 점보기충돌사고, 1997년 대한항공 괌추락사고 등 대형사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보기의 대형사고가 발생할 때 마다 점보기의 안전문제에 대한 시비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항공기사고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 출발해도 그 결과는 끔찍하다. 탑승객 전원이 사망한 에어프랑스의 초음속여객기 콩코드기의 추락사고도 먼저 이륙하던 한 항공사의 엔진에서 탈락한 부품조각이 활주로에 떨어진 것 때문이었다고 한다. 1977년 583명이 사망한 스페인영 테네레페공항 KLM과 팬암 점보기 충돌사고도 관제탑과 조종사 간의 교신과정에서 생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상용화 | 생산대수 | 사고건수 | 사망자수 | |
B777 | 1995 | 1,113 (-12.12) | 5 ( 3) | 2 |
B767 | 1982 | 1,049 (-13.05) | 28 ( 7) | 569 |
B747 | 1969 | 1,458 (-12.12) | 78 (45) | 2,855 |
A330 | 1994 | 984 (-13.05) | 8 ( 4) | 338 |
A340 | 1993 | 377x(-2011x) | 5 ( 2) | x |
x 단종, (-YY.MM) 생산대수시점, ( ) 기체완파대수 |
* 데이터출처 : Aviation-Safety.Net
* 범죄나 하이재킹 등 안전운항과 관련이 없는 사고는 통계에서 제외.
그리고 항공기사고의 확율을 보면 여전히 항공기는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안전한 교통수단이라고 한다. 항공기 사고가 발생할 때 마다 기종에 대한 시비는 있을 수 있지만 설사 그렇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대체할 수단도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지금까지의 통계를 보면 B777이 다른 기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장 안전한 기종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부상을 입은 승객들의 쾌속한 회복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