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과 라이온에어사고의 닮은점

아시아나항공 B777 사고와 관련된 많은 기사가 언론에 소개되었다. 대한항공 B777의 엔진이상으로 러시아의 한 공항에 불시착한 사고를 비롯하여 최근 발생한 B777의 소소한 사고까지 모두 소개되었다. 특정기종과 비교하면서 B777의 안전도가 B747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뉘앙스의 기사도 있었고 다른 항공사의 B777도 착륙하다 재이륙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기사도 있다. 그러나 이들 기사의 내용은 다양한 항공기사고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의미는 있지만 이번 아시아나항공 B777사고와 결부시키려는 일부 보도의 내용은 수긍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

그런데 아시아나항공 B777 추락사고와 비슷한 사고가 금년 봄 인도네시아의 휴양지 발리섬에서 있었다. 이 사고는 사망자가 없어서였는지 우리나라언론에는 해외 단신 정도로 보도된 것 같은데 당시는 마침 인도네시아를 여행하던 중 발생한 사고라서 현지에서 하루 종일 TV로 사고 장면을 보여주는 바람에 사고과정을 뚜렷이 기억하고 있다. 사고기는 인도네시아의 최대항공사로 떠오른 저비용항공사 Lion Air 라이온에어의 국내선 B737-800WL. 라이온에어가 보잉에서 인도 받은지 한 달도 채 못된 새 비행기였다. 당시 조종간을 잡은 25세의 인도인 부기장은 기체가 900피트까지 하강했음에도 활주로가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잠시 후 지상 550피트에 도달했을 때는 Enhanced Gound Proximity Warning System 지형인식저보장치가 위험상태를 알렸다. 조종간을 넘겨 받자 EGPWS은 재차 경보를 울렸고 기장은 Go Around를 시도했지만 1초 후 기체는 바다와 충돌하여 그 충격으로 동체 중간이 꺾였으며 다행히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기체가 멈춘 지점은 활주로에서 약 300미터를 앞둔 지점으로 방파제에서 불과 20미터 떨어졌으며 수심은 2-5m 정도였다. 승객과 승무원은 비상구를 통해 주날개 위로 대피하고 일부 승객은 헤엄쳐 방파제로 올라왔고 나머지 승객도 긴급출동한 구조대에 의해 전원 구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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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네시아 Lion Air B737-800WL 사고현장, 2013년4월13일, 출처 인도네시아 NTSC사고조사경위서  >

 

 

아시아나항공과 라이온에어의 추락사고는 모두 조종사가 Go Around를 시도했을 때는 이미 지상과 충돌하기 직전이라 실패하고 추락하였다. 라이온에어의 경우 부기장이 활주로가 보이지 않는 것을 알고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감지한 때가 충돌전 29초 였는데 기장이 조종간을 맡은 것이 20초 후 (충돌 9초 전), 기장이 조종간을 잡고 Go Around를 시도할 때 까지 8초 (충돌 1초 전) 걸린것은 의문이라고 한다.

일부 언론에서 아시아나항공 B777 추락사고와 비슷하다고 소개한 2008년1월 발생한 베이징발 런던행 영국항공 B777 추락사고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당시 영국항공 BA038편의 조종사는 지상 600피트상공, 활주로를 2마일 앞둔 지점까지는 정상적으로 운항하고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속도가 떨어지면서 하강각도도 정상보다 더 떨어지고 있었다. 조종사가 이런 이상을 감지하고 엔진출력을 높히려고 했지만 엔진이 반응하지 않고 속도가 떨어지면서 활주로에 진입하지 못한채 추락하였다. 다행히 착지 지점은 공항펜스를 간신히 넘어 활주로를 330미터 앞둔 잔디밭이라 충돌 당시 충격이 적어서 사망자는 없었다. 아시아나항공과 라이온에어의 경우 위기상황에서 조종사의 Go Around 재이륙을 시도한 시점이 너무 늦어 정상착륙에 실패한 것이고 영국항공의 경우는 조종사한테 위기사황을 대처할 시간적인 여유는 있었지만 기체를 통제하지 못한 경우였다.

Graphic showing how incident unfolded on approach into Heathrow

< 사고기의 착륙예정경로와 사고경로 >

– 이미지출처 : http://newsimg.bbc.co.uk/media/images/44366000/gif/_44366154_heathrow_flight416x220.gif

영국항공 B777기의 사고당시에도 처음에는 기체결함 보다는 단순한 조종사의 실수로 여겨졌다. 그러나 후에 정밀조사결과 기체가 실속에 빠진 원인이 겨울철 시베리아항로를 지나면서 엔진의 연료공급계통에 결빙이 생겨 연료공급이 원활치 않아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항공기사고의 규명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단순히 조종사의 실수라고 해도 첨단기종에는 기체가 위기에 빠지면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가지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다고 한다. 이번 아시아나사도 현재 밝혀진 것은 인적상황에 관한 팩트 뿐이지만 그 외 기체결함 등의 문제를 밝히는데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이젠 뜻하지 않은 사고충격에서 벗어나 차분하게 조사결과를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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