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클래스 적은비용으로 이용하기

한달 동안 베트남과 주변 국가들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이젠 20KG 정도 되는 베낭을 매고 다니는 것도 힘에 부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럴 때 비행기는 비즈니스클래스를 이용한다면 하는 유혹도 있지만 여행경비를 아끼려고 논스톱 항공편을 마다하고 경유항공편을 이용한 마당에 일반석보다 100만원 이상 차이가 나는 비즈니스클래스를 찾을 수도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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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공권의 예약과 결제가 끝난 상태에서 예약번호(PNR)만 알면 좌석업그레이드를 신청할 수 있다. >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optiontown.com 이란 인터넷사이트를 알게 되었다. 이 사이트와 계약된 항공사의 경우 일정액을 선불하고 upgrade 신청을 하는데 성사되지 않으면 수속비 1200원 정도를 제외하고 전액환불된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사기성으로 보여질 수도 있다. 동남아시아노선만 해도 일반석과 비즈니스석의 요금차이가 100만원이 넘는데 편도 USD.90 정도에 비즈니스클래스로 업그레이드해 준다는 것이 얼핏 믿겨지지 않는 일이었다. 특히 항공사들은 내가 이용하고 있는 가장 할인폭이 큰 항공권의 경우 마일리지로 업그레이드도 해 주지 않는 마당에 이 사이트에서는 자신이 이미 구입한 일반석 항공권의 종류(Fare Basis)와 관계없이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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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콕-호치민 베트남항공 A321 기내모습, 비즈니스좌석은 구형이지만 더 편안하다. >

 

이런 혜택은 모든 항공사가 적용되지는 않는다. optiontown과 사전 계약한 항공사만 적용되는데 아직은 많지 않고 에어아시아, 스칸디나비아항공, 에어인디아, 그리고 다행히 이번에 내가 이용한 베트남항공도 포함되어 있다. 베트남항공이라면 대한항공이 주도하는 스카이팀의 멤버로 요즘 급성장하는 항공사로 워낙 ‘착한 요금’을 내놓고 있어 나도 매년 이용하고 있는 항공사다. 베트남항공의 업그레이드요금은 동남아시아 지역인 방콕-사이공은 37,000원 정도, 사이콩-인천 구간은 96,000원 정도 합계 USD.127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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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항공 B777 비즈니스클래스 객실 > 

망설이다가 출발 전날 옵션타운에 ICN-SGN 구간을 업그레이드 신청하였다. 귀국편은 어차피 야간항공편이라 잠들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낮시간대 항공편인 ICN-SGN 구간을 신청한 것이다. 그러나 너무 신청시간이 빠듯했는지 공항에 도착했을 때 까지 업그레이드확정소식을 듣지 못했다. 이번 여행은 출발지였던 베트남에서 기차여행을 하면서 부터 예상 외로 고생을 하게 되어 optiontown에 귀국항공편의 업그레이드 신청을 하였다. 업그레이드가 성사되지 않았던 ICN-SGN 구간의 수속비용은 환불절차에 들어갔다는 안내가 있었다. 베트남에서 말레이지아와 라오스를 거쳐 기차편으로 귀국항공편을 탑승하게 되는 방콕에 도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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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ptiontown에서 신청내용에 대한 업그레이드가 채택되었다고 회신해 온 내용 >

숙소에 투숙하자 마자 노트북으로 메일박스를 열어보았더니 옵션타운에서 소식이 들어와 있다. 먼저 출발하는 방콕-호치민 항공편이 먼저 업그레이드가 결정 났지만 그 보다 더 업그레이드가 아쉬운 호치민-인천 노선은 아직 추진중이라는 메시지 뿐이다. 그리고 최종 체크인할 때 까지 기다리라는 안내멘트가 굵은 글씨로 나타나서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결국 출발 전날 반가운 소식이 왔다. 방콕에서 호치민(사이공)을 경유하는 베트남항공의 귀국항공편이 모두 업그레이드 되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업그레이드 결정을 일찍 해 줄리는 없다. 항공사측에서 최종적으로 더 이상 비즈니스클래스 승객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아래 빈 좌석이 있을 경우 결정할 것 같다.

 

궁금해서 이번에 이용한 베트남항공의 비즈니스클래스의 항공요금을 찾아 봤다. 내가 지불한 베트남항공 일반석요금이 인천-호치민-쿠알라룸푸르, 귀국편은 방콕-호치민-인천 왕복이 38만5천원. 비즈니스클래스로는 166만원 정도이니 약 127만원 차이가 난다. 이미 편도여행을 마쳤으니 나머지 노선의 비즈니스클래스의 가치는 63만원 이다. 업그레이드를 받기 위해 optiontown에 지불한 액수는 약 13만원에 불과했다. 왕복을 기준으로 한다면 논스톱항공사의 일반석요금으로 경유편인 베트남항공 비즈니스클래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입그레이드된 비즈니스클래스는 정상적인 비즈니스클래스항공권과 차별은 있다. 항공사의 라운지를 사용할 수 없다. 방콕공항에서 발급 받은 보딩패스의 표면에는 볼펜으로 no lounge option 이라고 적혀 있다. 그래도 어차피 공항라운지는 Priority Pass를 이용하고 있으니 불편한 것은 없다. 아마 마일리지도 비즈니스클래스의 조건이 적용되지 않고 원래 구입한 항공권의 조건이 적용될 것 같다. 그러나 탑승우선이나 가장 중요한 기내식을 비롯하 기내서비스는 완벽한 비즈니스클래스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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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항공 A321, VN-A347, 방콕수완나붐공항 > 

방콕공항에서 베트남항공의 라운지는 이용할 수 없지만 Prioritypass로 이용할 수 있는 Louis Tavern CIP Longe가 있어서 아주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곳에는 따뜻한 수프와 샐러드까지 있어 웬만한 항공사의 라운지에 못지 않다. 옵션타운으로 업그레이드 된 승객은 탑승절차부터 정상적인 비즈니스클래스 승객과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 탑승도 먼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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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항공 A321 비즈니스클래스 좌석, 구형이지만 착석감은 오히려 신형보다 좋다. > 

방콕에서 호치민 노선의 기종은 A321, 작은 기종이고 비즈니스클래스 좌석도 이중통로기에 비해 넓지 않지만 좌석자체는 신형좌석보다 착석감이 더 좋다. 이 노선은 매년 이용하였지만 비행시간이 1시간30분 정도로 스낵정도가 서빙되도 괜찮을 듯한 거리이지만 베트남항공은 이 노선에 일반석에도 Hot Meal을 제공한다. 비즈니스클래스의 기내식도 장거리노선과 달리 세가지 코스의 정찬은 아니지만 식기 등은 도자기로 고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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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항공 VN602편, 방콕-호치민 노선의 비즈니스클래스 기내식 > 

방콕공항에서 받은 SGN-ICN 보딩패스의 좌석은 중간열이다. 방콕공항에서 랜덤으로 지정한 것으로 보이는데 호치민공항의 트랜짓데스크에서 창가열의 복도좌석으로 좌석변경을 요청했다. 베트남항공직원은 보딩패스를 새로 발급해 주면서 습관이 되었는지 호치민공항 베트남항공라운지카드를 함께 준다. 옵션타운으로 업그레이드 된 승객은 항공사의 라운지서비스는 제외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베트남항공라운지가 아니라도 Apricot Lounge를 사용할 수 있었지만 베트남항공라운지를 구경하고 싶어서 마다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베트남항공라운지가 사설라운지인 Apricot Lounge 보다 먹거리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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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항공 B777-200ER, 인천-호치민 노선에 취항하고 있다. 호치민공항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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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항공 B777 Lie flat Bed 좌석, 침대형으로 펼친 좌석 > 

 베트남항공 SGN-ICN 노선의 기종은 B777-200ER. 이번에 사고난 아시아나항공 B777기와 같은 기종이다. 1998년 제작된 기체이니 B777 중에서는 오래된 편이지만 비즈니스클래스는 좌석을 Lie-Flat type의 신형으로 교체하였다. 침대형으로 펼칠 수 있는 신형좌석은 보기에는 좋지만 구형좌석에 비해 쿠션이 딱딱하고 좌석을 펼쳤을 때 일등석 정도의 수평이 아니라 경사져서 몸이 자꾸 아래로 미끄러지는 불편함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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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니스클래스 승객한테는 간단한 화장품이 담긴 Amenity Bag과 기내용 슬리퍼가 제공된다. >

비즈니스클래스를 이용할 때 기대되는 것은 역시 식음료 기내식 서비스다. 우선 기내에 오르면 샴페인이나 쥬스가 제공된다. 그리고 기내식메뉴를 미리 주문 받는다. 이때는 메인요리 뿐만 아니라 음료수나 주류 등도 주문 받는다. 주로도 단순한 주종이 아니라 상품명까지 지명해서 주문한다. 일반석 기내식과 비즈니스클래스 기내식의 차이는 음식의 내용보다 서빙되는 과정에서 부터 차이가 난다. 우선 테이블에 테이블보가 먼저 깔린다. 다음에 아페타이져와 샐러드 종류가 담긴 트레이가 나온다. 애피타이저를 마치면 메인요리를 가져다 주고 식사를 마치면 디저트가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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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항공 VN408 호치민-인천 비즈니스클래스 기내식  (위) 전채요리 (아래) 메인요리 >

항공산업은 재고가 없다. 빈 좌석을 하나 라도 줄여야 한다. 옵션타운과 계약한 항공사들은 빈 좌석을 이용하여 추가수익을 올리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옵션타운에서는 업그레이드 서비스 외에도 옆좌석 비워두기 서비스가 있다. 사실 국내선이나 한일 노선 정도라면 몰라도 다섯 시간 이상 걸리는 동남아노선에서 옆 좌석에 승객이 없다면 여러 모로 편하다. 만일 옆 좌석 두 개를 비워 좌석 3개를 독차지하게 되면 롱다리 승객이 아니라면 누울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서비스는 기내에서 다른 승객들과 충돌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 같다. 옵션타운에서 옆 좌석 두 개를 비워서 차지하는 서비스를 받게 되어도 그 옆의 승객이 그 공간을 이용하려 할 때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반석에서는 주변에 빈 좌석이 있으면 이륙 후 승객들의 이동이 잦은 편이다.

 

아쉽게도 optiontown에는 대한항공을 비롯하여 세계의 메이져급항공사는 계약되어 있지 않다. 아마 비즈니스클래스의 탑승율이 높은 항공사들이 이런 서비스를 도입하면 추가수입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비즈니스클래스 승객이 옵션타운을 이용하면 오히려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 실제로 옵션타운과 계약된 항공사들도 이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지는 않다. 자칫 잘못하면 정상요금을 지불하는 기존의 비즈니스클래스 승객들이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 항공사들이 비즈니스클래스를 활성화 시키기 위한 일시적인 이벤트정도에 그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러나 옆좌석 비워두기 등의 서비스는 기내에서 노트북 등을 이용하는 승객이나 비즈니스를 준비하는 승객들한테는 아주 유용할 것 같고 항공사측에서도 비수기에는 푼돈 정도의 부수입 정도는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동남아시아여행때 optiontown 서비스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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