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으로 무너진 대한항공의 공든탑

1990년대 대한항공 …… 사고다발 항공사

1990년대 만해도 대한항공은 잦은 항공기사고로 명예가 곤두박질 하였다. 비록 냉전시대에 한반도의 특수한 국제정세 때문에 발생한 1983년 B747기 사할린상공피격사건, 88올림픽을 앞두고 북한에 의해 저질러진 1987년 B707 미얀마상공폭파사건 등 항공사의 입장에서는 피할 수 없는 불행한 사고도 있었지만 1989년 리비아 트리폴리공항 DC-10 추락사고와 1997년 B747기 괌추락사고는 대한항공의 태극마크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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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에 MD-11F, B747F 연달은 두 건의 추락사고 …… 대한항공 최악의 위기

1997년 B747기 괌추락사고의 악몽이 채 가시기 전에 대한항공은 1999년 4월과 12월 잇달아 발생한 MD-11F, B747F기의 추락사고로 창립이후 최대의 고비를 맞게 되었다. 특이 두 항공기 추락사고는 비록 여객기가 아닌 화물기라 조종사와 추락한 마을 주민 몇 명이 사망하는데 그쳤지만 사고발생 장소가 중국 샹하이푸동공항과 런던 스텐스테드공항 인근 마을이라 전세계의 주목을 받기 쉬운 곳이라 대한항공에 치명적인 사고가 되었다. 대한항공의 장거리노선의 주력기였던 B747기는 1999년까지만 해도 기체가 완파된 사고가 32건 이었는데 그중 5건이 대한항공이었다. 미국정부는 공무로 출장가는 직원들의 대한항공 이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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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 MD-11기, 사진출처 : wikimedia 저작권공개된 사진

대한항공 변신의 몸부림

1999년 B747F 화물기 런던추락사고를 계기로 대한항공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초강경대책을 세우기 시작하였다. 우선 델타항공에서 운항안전전문가였던 David Greenberg씨를 부사장으로 초빙하고 델타항공의 컨설팅을 받게 되었다. 기종도 당시 B747, B777, DC-10, MD-11, MD-80, A300, A330, Fokker F-28 등 8개 기종을 B747, B777. A330, B737으로 단순화하였다. 새로 영입된 David Greenberg씨는 조종실사용언어를 영어로 통일하였다고 한다. 그때 우리나라 항공사들의 잦은 사고의 원인을 기장과 부기장의 위계질서가 강해 부기장이 위기상황에서 기장의 실수를 지적할 수 없었다는 점이 지적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비슷한 시기에 우리나라 월드컵대표팀을 맡은 히딩크감독이 경기 중 선수들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선배나 형이란 존칭을 빼고 이름만 부르기로 한 조치와 일맥상통하는 것이었다.

대한항공의 화려한 변신 ….. SkyTeam 창립멤버

이런 노력은 빠른 시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였다. 월드컵팀은 2002년 월드컵에서 4위를 차지하여 세계를 놀라게 하였고 대한항공도 미국과 유럽에서 이미지변신에 성공하였다는 평가를 얻어냈다. 미국정부도 공무원들의 대한항공이용금지령을 해제했고 에어프랑스와 델타항공은 대한항공과 코드쉐어협정을 확대하고 드디어 대한항공은 델타항공, 에어프랑스와 함께 Star Alliance에 맞선 항공동맹 SkyTeam을 창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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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 최신기종 A380, 인천공항

대한항공의 성장은 외형에만 그치지 않고 질적인 면에서도 좋은 성과를 이루어 내고 있다. 대한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기종은 B747, B777, A330, A380, B737 등 다섯 가지 이지만 구형에 속하는 B747을 제외하면 대부분 2000년대에 도입한 기종들로 평균기령이 10년 미만 이다. 초대형점보기 A380도 10대를 보유하고 있다. 2014년7월을 기준으로 보유기로 보면 세계 15위권 이다. 승객수로 보면 중국과 미국, 유럽 등에는 국내선이나 단거리 국제선의 비중이 많은 항공사들이 있어 대한항공은 약 30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국제선만 따지면 훨씬 상위권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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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7월 현재. 자료출처 planespotters.net

대한항공의 장점 …… 넓은 좌석

내가 그동안 여러 항공사들을 이용해 보았지만 대한항공의 가장 큰 장점은 넓은 좌석이다. 보통 다른 경쟁항공사들은 일반석 좌석피치(앞 뒤 좌석간격)를 31~32인치로 운영하고 있지만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33~34인치로 가장 넓은 편에 속한다. 다른 외국의 항공사들은 수익증대를 위해 비즈니스클래스와 일반석 중간의 프리미움 이코노미클래스를 만들면서 일반석 좌석을 더욱 좁혀가고 있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새로 도입한 기종에도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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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777기의 경우 에어프랑스, 에미레이트항공등이 일반석좌석을 한 줄에 3-4-3으로 10개 좌석을 배열하고 있지만 국적항공사들은 3-3-3으로 한 좌석이 적은 아홉 좌석으로 여유있게 꾸미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은 다가 오는 22일이면 1999년12월 런던스텐스테드공항 추락사고 이후 15년 무사고를 기록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미주의 델타항공, 유럽의 에어프랑스와 함께 아시아를 대표하는 스카이팀의 중추항공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

15년 공든탑… 땅콩 한 봉지에 무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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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신에 실린 KE86편 땅콩회항 사건

그런데 대한항공이 엄청난 투자를 하며 15년 각고의 노력 끝에 세운 공든탑이 땅콩 한 봉지 때문에 무너지고 있다. 12월5일 뉴욕발 인천행 KE86편 A380기 일등석에 탑승한 조현아 부사장이 승무원의 기내서비스를 문제삼아 보딩브릿지를 떠나 이륙준비하던 중에 게이트로 되돌아가서 사무장을 기내에서 내리게 하였다. 아마 탑승전에 심기가 불편한 일이 있었든지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었던 것 같다. 조현아 부사장이 술을 마신 상태라는 얘기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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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콩회항’ 사건의 발생지인 대한항공 A380기의 일등석

승무원과 함께 커피포트를 들었던 할아버지 …… 승무원을 내친 손녀딸

조 부사장의 할아버지인 고 조중훈 회장은 직접 커피포트를 들고 기내에서 승객들한테 음료수 서비스를 해서 화제가 되곤 했는데 조 부사장은 승무원은 둘째 치고 승객들도 안중에 없는 행동을 저질러서 국내언론 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의 CNN, 영국 BBC등 전세계의 언론에서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집에 불났는데 기름을 끼얹은 홍보실 … 대한항공 사과문

‘땅콩리턴’ 사건을 키운 것은 원인을 제공한 조현아 부사장 보다 대한항공 홍보실에서 발표한 사과문 같지 않은 사과문이었다. 대국민사과가 아니라 조현아 부사장한테 승무원을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했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조현아 부사장한테 올리는 사과문 같았다. 사실 상대적 대주주인 오너가 실세인 조직에서 홍보실 직원도 자기가 하고 싶은, 국민이 원하는 수준의 사과문을 감히 발표할 배짱은 없었을 것 같다. 이어 나온 조현아 부사장의 보직사퇴도 마찬가지다. 부사장 자리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것도 아버지인 조양호 회장의 결정에 따른 것 같다. 계속된 여론의 질타에 나온 것은 조현아 부사장의 사과문인데 여전히 구설수에 오를만 한 문구들이다. “… 상처를 받은 사람이 있다면 죄송하다.” 자기의 언행으로 상처를 받은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는 뜻이었을까 ? 계속된 악수 끝에 결국 조현아 부사장이 부사장직에서 사퇴했다고 한다. 대한항공의 임직원이 15년간 쌓아온 명예가 땅콩 하나 때문에 조롱받는 현실이 안타깝다. 대한항공이 조현아 부사장 개인회사가 아닌 만큼 대한항공은 우리 나라의 자랑스럽게 내세워야 할 가치가 있는 항공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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