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에 나타난 고려항공여객기 TU-204기

지난 일요일 방콕 수완나붐공항에서 고려항공기가 나타났다. 터미날 내의 운항전광판에 고려항공편의 운항스케줄이 눈에 띈다. 방콕 수완나붐공항을 이용할 때 마다 주의 깊게 지켜 보았지만 매일 취항하는 것이 아니라 만날 기회가 쉽지 않았고 설사 스케줄이 있는 날이라도 cancel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번에 고려항공 평양순안공항발(FNJ) 방콕행(BKK) JS204편의 confirm된 스케줄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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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폰으로 검색한 방콕수완나붐운항스케줄, 고려항공 JS204편 확정 confirmed 표시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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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angkok Suvarnabhumi 국제공항 운항안내판에 나타는 고려항공 JS204편 일정.

호기심에 공항터미날의 6층에 있는 전망대로 올라갔다. 고려항공기가 이용할 게이트를 조회해 보니 착륙하여 게이트로 이동하는 경로가 전망대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1시간 뒤에 이륙할 때는 전망대 앞의 유도로를 지나게 되어 간단한 요기거리와 음료수를 사 가지고 대기했다.

고려항공이 현재 운항이 가능한 보유기는 모두 24대. 이들 기체의 평균기령은 30년이 넘는 노후기가 대부분 이다. 한동안 고려항공의 주력기종이었던 TU-154, TU-134, IL-62 등은 지금 모두 중국에서 조차 노후문제로 운항금지된 기종이다. 기존에 사용하던 낡은 기종들은 고려항공이 국내선 외국인 관광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더욱 기가 찬 것은 이들 기종 중에는 기령이 40년 넘는 것도 있지만 북한에서는 러시아기종 항공기 매니아들을 대상으로 ‘추억의 비행’ 상품도 등장했다고 한다. 고려항공의 주력기종들이 국제선취항이 불가능해지자 고려항공은 없는 살림에 TU-204기를 도입하기 시작하여 현재 TU-204기 두 대, AN-148기 두 대가 국제선의 취항이 가능한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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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월13일 방콕수완나붐공항 고려항공 탑승수속대(왼쪽)와 다른 항공사 탑승수속대(오른쪽).

TU-204기는 서방세계의 보잉 B737-900, 에어버스 A321기와 비슷한 크기의 중단거리 기종이다. 1989년 첫 비행에 성공한 이후 79대가 생산되어 러시아외에는 쿠바 및 북한 등 공산권 항공사들이 보유하고 있다. 고려항공은 2007년에 TU-204기를 처음 도입하였는데 (기체등록번호 P-632) 이 기체는 러시아의 한 항공사의 주문으로 1993년에 생산되었으나 인수해가지 않아 제작사관련기관인 Tupolev Design Breau 소속으로 남아 있다가 2007년에 고려항공이 도입한 것이다. 고려항공은 2010년에 TU-204기를 새로 한 대 (P-633) 도입해서 두 대를 보유하고 있다.

작년에 김정은의 러시아방문설이 나돌 때 김정은이 어떤 기종을 이용할 지 관심거리였는데 그 이유는 북한이 공식적으로 공개한 김정은전용기는 모스크바까지 논스톱비행이 가능한 IL-62 기종이지만 1985년 제작된 낡은 노후기체라는 것이 걸림돌이 되었다. 실제 북한의 고위층이 김정은 러시아방문을 준비하기 위해 북한정부가 보유한 IL-62기로 모스크바로 출발한 후 기체고장으로 회항한 일이 벌어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반면 고려항공의 신형기인 TU-204를 이용하려면 모스크바까지 논스톱비행이 불가능해서 중간에 한 번 기착을 해야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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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년 중국 베이징 공항에서 본 고려항공 TU-204 (P-633)

AN-148기는 안토노프사의 Regional Jet급의 단거리 기종이다. 테러위협에 대비해 항공기여행을 기피했던 김일성과 김정일에 비해 김정은은 항공기에 친숙한 편으로 북한은 김정은이 직접 항공기를 조종하여 이륙하는 동영상을 공개하였는데 그때 탑승한 기종이 AN-148 이다. 이 동영상을 자세히 보면 조종사가 조종석 아래 쪼그려 앉아 김정은의 조종을 도와주고 있는 장면도 보인다.

작년 초 고려항공이 AN-148 2호기를 도입할 때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김정은의 러시아방문을 대비해 새로운 전용기를 도입했다고 보도했지만 여러 가지 상황을 보면 김정은의 전용기는 아닌 것 같다. 그 이유는 우선 AN-148기는 70인승 정도의 소형여객기로 국가원수급 전용기로는 너무 작다. 우리나라 초기 저비용항공사인 한성항공이 도입한 ATR72기나 제주항공의 Q400과 비슷한 크기의 제트여객기다. 물론 실용성을 들어 국내에서는 이용할 수 있어도 권위를 내세우는 김정은이 외국여행에 이용하기에는 너무 작다. 결정적으로 김정은의 전용기가 될 수 없는 이유는 이 기종은 TU-204 보다도 항속거리가 짧은 단거리기종으로 평양에서 모스크바까지는 최소한 두 차례 중간급유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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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항공 TU-204기가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하고 있다.

방콕공항 고려항공 탑승수속대는 승객들로 붐비는 옆의 중국동방항공사의 탑승수속대와 너무 비교가 되었다. 약 30분 간 지켜보았지만 승객은 2명. 물론 그 이전 아니면 후에 단체로 탑승수속을 한 승객이 있을지 모르지만… 고려항공 JS204편이 이륙할 시간이 되어 전망대로 올라갔다. JS204편은 예정보다 약 30분 늦게 나타났다. 기체는 TU-204, 기체등록번호 P-633. 2010년 중국 베이징공항에서 보았던 바로 그 기체다. 전망대 정면 주기장에 서 있는 대한항공 B747-400기 뒤로 지나는 모습을 보니  문득 저 안에 승객이 얼마나 탑승했을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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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김병찬

    2016년 4월 2일 at 8:20 오전

    수완나붐이 아니라 수완나품입니다.

    • gksmfqkfka

      2016년 4월 2일 at 8:21 오전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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