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하네다공항 사고소식의 분석

지난 금요일 하네다공항을 이륙중인 대한항공 B777기의 엔진에 화재가 발생한 사고가 있었다. 사고 소식은 금요일 점심 때 일본에서 온 손님들과 식당에 들어섰을 때 들었는데 하필 그 분들이 도쿄에서 대한항공을 타고 오신 분들이라 그분들이 사고 소식을 들을까봐 괜히 신경이 쓰여지기도 했다.

 

chobl-KE-B777-HL7734-1999-ICN

  • Haneda 공항에서 이륙중 엔진화재가 발생했던 대한항공 HL7534기, 2013년 인천공항에서의 모습.

이번에 엔진화재사고를 낸 대한항공기 HL7534기는 보잉사의 B777-300기로 1998년에 첫 비행에 나서 1999년에 대한항공에 납품된 기재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런 사실을 들어 사고기가 노후기라고 언급하고 있다. 물론 대한항공이 보유한 164대의 평균기령이 9.4년, 그중 B777기는 42대로 평균기령이 8.2년이니 사고기가 대한항공 보유기 중에서는 가장 기령이 오래된 그룹에 속한 것만은 확실하지만 항공기는 이 정도 가지고 노후기로 분류하지는 않고 있다.

chobl-B777-3B5-PW4098

  • 사고기와 같은 기종 HL7573,  B777-300기의 엔진 PW4098. 미국 Pratt & Whitney사 제품이다.
  • 사진은 타이베이 타오위안공항에서 2015년 7월 촬영한 것.

 

대한항공 HL7534기 사고 과정 

항공기사고를 전문으로 다루는 Aviation-Safety에는 사고과정이 비교적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대한항공 KE2708편 기종 B777-300, 기체등록번호 HL7534기는 승객 302명 승무원 17명 등 319명을 태우고 하네다공항 제2터미날 전면에 해변가 방파제를 따라 있는 길이 3360m 34R 활주로를 이륙하던 중 1번 엔진(왼쪽 날개에 장착된 엔진)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1500m 를 앞둔 지점에서 급히 이륙을 포기하고 정지하였다. 사고 당시 승무원들도 급작스런 사고원인을 몰라 조종실과 교신을 한 후 급히 승객들을 사고엔진이 있는 반대편 오른쪽 출입문의 비상슬라이드로 모두 무사히 대피하였다. 이 과정에서 승객들은 안전벨트를 매고 있어 큰 인명사고는 없었다고 한다. 승객 중 30명 정도가 가벼운 부상을 당했고 병원으로 실려간 승객은 12명이지만 큰 부상은 아니었다고 한다. 1번 엔진을 감싸고 있는 엔진덮개의 아래 부분이 찢겨진 모습이었다. 엔진에서 누출된 연료가 활주로에서 불이 붙고 있었지만 긴급출동한 공항당국의 소방팀에 의해 엔진의 화재는 30분 만에 진화되었다. 대한항공에 의하면 사고기의 엔진은 2014년11월 교체된 것이라고 한다.

 

chobl-HND-34R

  • HANEDA 공항 34R 활주로에서 이륙하는 JAL Express B737NG
  • 이 지점이 대한항공 HL7534기 사고현장으로 추정.

 

혼란에 빠졌던 세계5위의 하네다공항 . . . 
하네다공항은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 4~5위에 있는 대형공항이다. 미국의 애틀란타공항(ATL), 중국의 베이징공항(PEK),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공항(DXB), 미국 시카고 오헤어공항(ORD)으로 순위가 이어지는데 작년 승객 수가 인천공항(4,900만명) 보다 무려 50%가 더 많은 7,800만명 이다. 이번 사고여파로 해당 34번 활주로는 5시간, 다른 활주로도 2시간 폐쇄되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하네다공항을 향하거나 하네다공항을 이륙하려던 약 400편이 취소되거나 다른 공항으로 회항하는 불편을 겪게 되었다고 한다.

사고 원인은 아직 뚜렷하게 밝혀지는 것은 없다. 기체결함 보다는 엔진 자체의 문제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륙 과정 중에 엔진에 새 등의 이물질이 빨려 들어가는 Bird Strike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대한항공은 B777-300과 B777-300ER, B777-200ER 등 세 가지 기종을 모두 42대 보유하고 있다. B777-300은 B777-200 보다 동체길이가 길어 탑승객 정원이 많다. ER은 Extended Range의 약자로 항속거리가 긴 기종이다. B777-300(정확히는 대한항공 소속을 의미하는 B777-3B5)는 대한항공이 보유한 B777기 중에서 정원이 가장 많은 338명으로 주로 아시아지역을 운항하고 있다. 사고기 HL7534기는 최근에는 김포-하네다 노선만 전담으로 하루 두 차례 왕복하고 있었다. B777-200ER, B777-300ER은 유럽과 미주지역 등 장거리에 취항하고 있다.

 

항공기의 엔진, 항공기 제작사와는 별도로 제작된다 !
이들 세부 기종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는 것은 엔진이다. 원래 항공기는 완제품으로 주문하는 자동차와 달리 주문하는 기체동체와 엔진이 별도로 생산된다. 물론 별개의 회사다. 항공기제작사가 새로운 기종을 개발할 때는 엔진제작사와 협력아래 항공기제작사에서 요구하는 스펙에 맞춰 엔진을 개발하고 최종소비자인 항공사들이 엔진을 선택하게 된다. 따라서 똑같은 기종이라도 항공사에 따라 엔진이 다를 수가 있다. 예를 들면 국적항공사들이 모두 보유하고 있는 A380기종을 보면 대한항공(A380-861)은 미국계열의 Engine Alliance사의 GP7200 엔진을 장착하고 있으며 아시아나항공(A380-841)은 유럽계열의 Rolls Royce Trent720 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이번 대한항공 B777기의 엔진은 미국 P&W (Pratt & Whitney)사의 PW4098 이다. 만일 이번 사고의 원인이 엔진자체의 결함이라면 항공기제작사인 Boeing 보다는 엔진제작사인 P&W의 부담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chobl-A330-engine-RR-CX-GE-CI

  • A330-300기의 엔진 , 항공사의 선택에 따라 엔진이 다르다.
  • (왼쪽) 캐세이퍼시픽항공 Rolls Royce사 엔진 (오른쪽)  중화항공의 GE사 엔진

 

엔진 하나로 3시간 정도는 비행이 가능

 

일각에서는 만일 사고기가 이륙 후에 엔진화재가 발생했다면 대형사고가 날 뻔 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충분히 예측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엔진의 폭발로 파편이 동체에 큰 타격을 가하지만 않는다면 우려할 상황에 빠지지 않는다. 실제 우리가 항공재난영화에서 보는 것이 황당무계한 것은 아니다. 엔진이 하나 고장 나도 나머지 한 쪽 날개로 비상상황을 모면할 정도의 비행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ETOPS라는 규정을 의미하는데 엔진이 2개인 항공기는 비상시를 대비하여 한쪽 엔진으로 비행할 능력을 검증받게 되어 항로도 이에 따라 정해진다. 예를들면 ETOPS120은 비상시 두 시간 이내에 비상착륙할 수 있는 공항이 있도록 항로가 결정된다. 이는 B707, DC-8, B747 등 엔진 4개가 기본이었던 시절에서 엔진이 두 개인 기종이 개발되면서 만일을 위한 안전조치로 규정한 것인데, 지금은 강력하고 안전도가 높은 엔진들이 개발되어 웬만한 기종들은 ETOPS 규정이 180 이상으로 엔진 하나로 3시간 정도를 비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보면 된다.

 

대한항공 1999년 이후 무사고 17년 기록이 깨지나 ? 

 

대한항공은 한 때 1990년대 말기 까지는 잦은 추락사고로 안전불감증에 빠진 불명예스런 항공사로 인식되었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지금은 SkyTeam 항공동맹을 이끌고 있는 세계적인 항공사로 1999년 12월 런던 스텐스테드 B747-200F 화물기 추락사고 이 후 단 한 차례의 항공기사고도 없었다. 다행히도 인명피해가 없는 탓인지 aviation-safety에는 사고(accident) 리스트에는 분류되고 있지 않다. 준사고(incident)로도 분류되지 않고 있다. 물론 조사결과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번 사고가 Bird Strike 등의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엔진결함이나 정비불량에 의한 것으로 밝혀지면 대한항공의 안전도 문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incident로 판정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도 항공교통, 생각 보다는 안전한 편 !

 

항공기사고는 막대한 인명이 손상될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한편 그에 대한 대비도 지상의 교통편 보다 철저한 편이다. 여러가지 통계로 증명되고 있듯이 안전성에서 우려할 교통수단은 아니다.

아직 정확한 사고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단순히 사고기가 1998년에 제작된 것이라는 것으로 일부 언론에서 기체 노후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항공기의 수명을 감안하면 섣부른 판단이 아닌가 생각된다.

6 Comments

  1. 백두현

    2016년 5월 29일 at 9:51 오후

    저기 틀린부분 있으세요 ㅋ 상하이 사고때 기종은 B747-400F가 아닌 MD11F였습니다 수정부탁드려요 ㅎㅎ

    • drkimdj

      2016년 5월 29일 at 10:23 오후

      그렇군요. 샹하이 추락사고 가 MD 11 였고 런던 스텐스테드 추락사고 기종이 B747-400F 있지요. 지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 윤상욱

    2016년 5월 30일 at 4:32 오후

    Pw4098이 아니고 pw4090입니다 수정부탁드립니다

    • drkimdj

      2016년 6월 1일 at 12:41 오후

      제가 사진 속의 기체번호를 잘못 기입하는 바람에 생긴 착오입니다.
      사진 속의 엔진은 B777-3B5에 사용하는 PW4098이 맞습니다.
      제가 사용한 사진은 2015년11월 타이베이공항에서 촬영한 것입니다.
      사진을 설명하면서 기체번호를 HL7734로 잘못 기입하는 바람에 오해가 생긴것 같습니다.
      (요즘 저의 멘탈상태가 조금 안 좋답니다.)
      HL7734는 B777-2B5ER로 윤상욱님의 지적대로 PW4090을 장착하고 있습니다.(지금은 Jin Air 소속)
      이런 지적은 저의 글을 정독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내용이지요.
      저의 글에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3. 신용각

    2016년 5월 31일 at 9:20 오전

    늘 선생님 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보는 분이 많을 것 같아서 수정 부탁드려요.
    ER Extended Range입니다

    • drkimdj

      2016년 6월 1일 at 12:43 오후

      신용각님의 지적을 정정하였습니다.
      한동안 글을 올리지 않아서 제가 자료를 확인하는 것에 소솔히 하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Leave a Reply

응답 취소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