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항공 비행중 화재발생 . . . TU-204는 어떤 기종인가

어제 평양을 이륙하여 베이징으로 비행하던 북한의 고려항공 JS151편(등록번호 P-632), TU-204이 비행 중 화재로 중국 심양공항에 비상착륙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일부 종편 TV에서는 이 뉴스를 전하면서 고려항공기가  너무 낡아서 고장이 나지 않았나 한다는 멘트를 전했다.  오늘 아침 한 종편에 출연한 패널은 사고기가 낡았다는 것은 1990년대에 개발되었다는 것이지 사고기는 새 비행기라고 서로 엇갈린 설명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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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비행중 화재가 발생했던 고려항공 TU-204기(P-632), 베이징공항에서 촬영.

 

그렇지 않아도 2년 전에는 김정은이 비행기를 이용할 때 마다 새로운 전용기라고 보도하여 졸지에 김정은 전용기가 세 대나 소개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당시 새로 등장한 기종은 소형기로 장거리비행이 불가능한 기종이인데도 한 공중파 TV에서는 김정은 전용기가 낡아서 모스크바 방문을 위해 새로 도입한 것이라는 분석기사까지 내보냈다. 북한이 워낙 베일에 쌓인 사회라 정보가 부족한 탓도 있지만 이 정도 수준의 정보라면 나 같은 아마추어 매니아들도 인터넷을 찾아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일인데 언론의 항공분야에서의 전문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아쉬움을 주고 있다.

 

어제 고려항공 화재사고의 내막은 ? 

어제  로이터 외신에 전해진 기사에 따르면 사고기가 평양 순안공항을 이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기체에서 연기가 탐지되었다고 한다. 승무원은 곧 착륙할 것을 승객한테 알리고 당황하지 않도록 상황설명을 하였다. 좌석 위의 산소마스크가 내려오고 일부 승객은 객실의 산소가 부족하여 호흡에 곤란을 겪었다고 한다.

항공기의 운항상태를 알려주는 flightradar24.com 의 기록을 추적해 보면 고려항공 사고기는 이륙 후 20분 정도가 되면 국제선 제트여객기의 운항고도인 30,000피트 이상을 날아야 하지만 22,000피트 상공에 도달하였고 25분 후에는 30,000피트에 도달하였다. 그러나 사고기는 곧 바로 25분간 계속 하강하여 심양공항에 착륙한 것으로 나타난다. 즉 순항고도에 올라가서 제대로 비행을 하지도 못한 채 바로 긴급상황에 빠진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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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국제공항 JS151 / JS152편 조회결과 >

 

심양공항에 착륙한 후 기체는 정밀점검에 나섰지만 특별한 이상을 찾아 내지는 못했다고 한다. 어제 베이징공항 도착안내를 보면 사고기는 예정시간 보다 5시간30분 늦은 오후 3시29분에 착륙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JS151편의 복항편인 JS152편을 flightradar24.com에서 추적해 보면 기종이 P-633으로 대체된 것으로 보아 P-632 사고기는 심양공항에 그대로 남았고 고려항공은 급히 P-633기를 베이징공항으로 보낸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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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항공 TU-204, P-633, 2016년 3월 방콕수완나붐공항에서 촬영

 

고려항공 사고기 TU-204는 어떤 기종 ?  . . . 26년간 79대 생산

이번에 문제가 되었던 고려항공 TU-204기는 엔진이 2개인 중단거리용 제트여객기로 우리나라 대한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B737-900 이나 아시아나항공 A321기와 비슷한 스펙의 기종이다. TU-204기는 러시아의 투볼레프사가 3발엔진인 구형 TU-154기를 대체하기 위해 1989년에 개발한 기종이지만 TU-154기가 1000대 정도 생산된 것에 비하면 개발된지 20년이 넘어도 평균 생산대수가 파생형인 TU-214를 포함해도 연간 3대에 불과한 79대에 그치고 있다. planespotters.net의 자료에 의하면 그나마 현재 항공사에서 취항하고 있는 것은 절반 정도에 그치고 나머지는 폐기되었거나 지상에서 방치된 상태다. 한 마디로 항공사에서 인기가 없는 기종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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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U-154M (위), TU-134B (아래),  2010년 다마스커스공항에서 촬영 >

 

TU-204 . . . 러시아 Aeroflot도 외면한 러시아의 대표기종

이는 구소련이 붕괴되고 동유럽에도 자유화바람이 불게 되자 TU-154의 고객이었던 동유럽항공사들은 물론 러시아의 대표 국적항공사인 에어로플로트까지 러시아기종을 외면하고 보잉이나 에어버스를 선호하게 되면서 러시아기종의 수요가 크게 감소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기종을 보유하고 있는 항공사는 모두 공산국가인 러시아의 마이너항공사들, 쿠바, 고려항공, 중국 등과 이집트의 항공사들로 서방세계의 항공사에서는 한 대도 보유하지 않고 있다.

 

사고기 TU-204, P-632는 노후기체 ? . . . 고려항공 기종 현대화 제1호기 

항공기전문사이트인 planespotters.net와 러시아항공기전문사이트인 russianplanes.net에 의하면 이 기체는 초기에 해당되는 1993년에 제작된 것으로 나타난다. 원래 러시아의 한 항공사가 주문한 것인데 찾아 가지 않아 투볼레프사 관련회사(Tupoloev Breau)가 보유하고 있었다. 고려항공은 기존의 노후된 기체문제의 타개책으로 기종 현대화 제1호기로 이 기체를 개조하여 2007년에 도입하였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2007년 도입한 사실을 확인한 언론에서는 사고기가 노후기체는 아니라고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 기체는 TU-204-300으로 비즈니스좌석 12석, 일반석 150석을 갖추고 있다. planespotters.net이 공개한 TU-204 생산리스트에 의하면 고려항공 P-632는 12번 째 제작된 기체로 현재 운항되고 있는 TU-204기 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산된지 23년 정도라면 그리 노후문제가 거론되지는 않는 것 같다. 대한항공도 21년 된 B747-400기가 두 대 남아 있고, 아시아나항공도 B747-400E, B767기 두 대가 기령이 21~22년 되었다. 캐세이퍼시픽항공도 20년이 넘은 A330기를 인천노선에 띄우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세계적인 항공사들도 20년이 넘은 기체들을 아직도 운항시키고 있다. 다만 부품공급이 원활하고 기체 정비 및 보수 등 유지관리가 잘 되는 서방항공사의 기준을 그대로 고려항공에도 적용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북한이란 나라가 부실하고 고려항공이 세계최악의 항공사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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