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고려항공의 이색 외화벌이 ?

지난 번 고려항공 TU-204기의 화재사건과 관련된 기록을 추적하면서 특이한 점이 나타났다. 당시 사고와 관련된 뉴스에서 한 일부 매체에 출연한 패널이 사고기가 노후기체는 아니지만 고려항공이 불과 4대만 국제선취항이 가능하기 때문에 돌려막기 식으로 무리한 운행을 한 것을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제는 사실이지만 이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 같다. 고려항공이 보유한 24대 중에서 TU-204기 2대, AN-148기 2대 등 모두 4대만 국제선취항에 규제를 받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려항공이 현재 운항하고 있는 노선을 보면 사실 4대 만으로도 벅찬 일정은 아니고 오히려 서방세계의 항공사들과 비교하면 항공기 가동율은 떨어지는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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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년 3월13일 방콕 수완나붐공항에서 촬영한 고려항공 TU-204기 P-633.
  • 최근에 대북제제로 태국은 고려항공의 방콕취항을 금지시켰다.

 

고려항공 국제선 . . . . . . 하루 평균 두 편도 안되 ! 

현재 고려항공이 취항하고 있는 정기노선은 평양-베이징(784km), 평양-샹하이(966km), 평양-센양(327km), 평양-블라디보스톡(713km) 등 모두 비행시간이 2시간 미만인 단거리 노선이며 일주일에 모두 11편으로 하루 평균 두 편도 못된다. 고려항공은 이 외에도 쿠웨이트에 해외근무 노동자를 수송하기 위한 항공편이 있고  가끔 중국의 다른 도시에 전세기도 운항하고 있지만 빈도는 낮은 편이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방콕과 쿠알라룸푸르 노선도 주1~2회 정도 있었지만 그나마 최근에 모두 단항되었다. 고려항공이 공개한 운항시간표에는 유일하게 국내선도 한 노선이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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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항공 …  쿠바항공(CUBANA)에 비행기 빌려주고 외화벌이 ?  

그런데 고려항공기의 운항기록을 추적해 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된다. flightradar24가 공개한 고려항공소속 P-632기의 운항기록을 보면 쿠바항공(Cubana)의 이름으로 토론토-하바나 등 캐리브해의 노선에 취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 번 비행중 기내에 연기가 발생해 센양공항에 비상착륙했던 P-632기가 그 사이에 태평양을 건너 카리브해에서 운항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일정 기간이 아니라 한반도와 카리브해를 번갈아 오가며 운항한다는 것은 무척 특이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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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lightradar24.com에 공개된 7월25일 CU9181편 토론토-하바나 상황판
  • 운항기종이 고려항공 TU-204 기종의 P-632라고 소개하고 있다.

또 한 가지 특이한 것은 Cubana항공의 이름으로 콜럼비아의 보고타와 에콰도르의 퀴토, 파나마시티 등 제3국 노선에도 취항하고 있다.  쿠바항공은 고려항공과 같은 기종인 TU-204 4대와 AN-146 6대 등 14대를 보유하고 있는, 고려항공에 비해 훨씬 큰 항공사이지만 일찌기 토론토-하바나 노선에 취항하고 있어 서방국가의 관광객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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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항공 P-632기 운항기록, JS는 고려항공편명이지만 Cubana 편명으로 운항한 기록이 보인다.

고려항공이 카리브해를 운항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년 전 김정은 전용기가 화제가 되었을 때 고려항공기의 운항상황을 추적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TU-204 (P-632기)가 평양과 중국을 운항하는 틈틈히 토론토-하바나 노선에 운항한 기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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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북한의 상황을 보면 여유있게 항공기를 구매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은 김정은의 전용기가 낡아 새로운 전용기를 도입하기 위해 러시아와 금광채굴권과 TU-204기의 교환을 제의하다 거절당한 적도 있었다. 한편 planespotters.net에 의하면 고려항공이 도입한 TU-204기 P-633기도 IFC(Ilyushin Finance Co.)에서 리스로 들여온 것이라고 한다. 아마 외화부족으로 공항에 세워두기 보다는 리스비용을 벌기 위해 태평양을 건너 외화벌이 마실을 나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1 Comment

  1. flexpac

    2016년 8월 1일 at 4:38 오후

    흥미있는 기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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