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 노래 가사에 나타난 아버지의 위상

요즘 동요라는 단어의 의미는 많이 바뀐 것 같다. 요즘 아이들한테 동요의 정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어릴 때 부르던 노래다. 하기는 세월이 흘러가는데 1920, 30년의 동요와 1960,70년대의 동요, 그리고 2000년대의 동요가 같기를 바라는 것이 무리인것 같다.  지금 50~60대 세대는 80~90대 세대와 정서를 공유하고 있지만  요즘 아이들한테는 아닌 것 같다.

chobl-WVC-album          chobl-WVC-disk-labe

1976년 나온 ‘선명회 합창단 동요집’ 음반에는 50~60대 세대까지 유효했던 동요들이 나온다.  이 음반은 처음에는 독일의 세계적인 음반회사 PHILIPS의 이름으로 출반되었지만 그때 유럽의 유명한 음반회사  PHILIPS, GRAMMOPHONE 등과 라이센스계약을 맺어 클래식음반전문회사인 성음사에서 기획하여 제작한 음반으로 19곡의 동요가 실려 있다.

 

이 동요들이 발표될 때는 일제시대와 1950년대로 적어도 우리 나라가 태평성대를 누리던 때는 아니었다. 이 동요들에는 당시의 사회상을 엿 볼 수 있는 가사들이 많이 나온다.

” …(일자리를 구하러) 서울가신 오빠는 … 비단 구두 사가지고 ..”(오빠생각),

”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는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섬집아기),

” 보일듯이 보일듯이 보이지 않는 … 내 어머니 가신 나라 해돋는 나라 ” (따오기),

모두 나라를 잃은 슬픔과 살기 어려웠던 시절의 시대상을 알 수 있는 노래들이니, TV를 통해 애, 어른을 구분않는 대중문화매체에 빠져든 아이들한테는 먹혀 들어갈 여지가 없는 노래들이다.

그러나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동요가 있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 . . ‘ 설날 때 부르는 노래다. 물론 요즘 아이들이 별로 부르지는 않는 것 같지만 TV나 라디오에서는 설날에 배경음악으로 반짝 나오는 정도다.  설날 노래는 윤극영(1903년-1988년) 선생께서 작곡한 정도만 알려졌을 뿐 정확한 연도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폭 넓게 잡아 일제시대에 나온 것은 확실하다.

보통 우리는 이 노래의 1절 정도만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을 뿐이지만 4절 까지 이어지는 가사를 지금 들어 보면 60대 세대한테도 다소 생소한 표현도 나오고 당시 한 가정에서 아버지의 위상을 알 수 있는 구절이 나온다.

이 노래의 2절에는 “아버지와 어머니 호사내시고 …”라는 노랫말이 나온다. 아마 좋은 일을 많이 만들어 내라는 의미거나 고생은 그만하시고 호사롭게 지내시라는 의미로 들리는데 우리 60대 세대도 접하지 못했던 표현이다. 그리고 4절에는 ‘무서웠던 아버지, 순해지시고 …우지 우지 내동생, 울지 않아요 !’라는 노랫 말이 오랜 만에 듣는 나의 귓전을 때린다. 대부분 이 곡은 일절만 불려지는 계절적인 노래였고, 이 음반을 통하여 이 노래 전곡을 들은 때는 내가 대학생 때로 아직 아버지가 아니었고, 또 내가 어릴적도 아버지를 그리 무서워 한 기억이 없어서 그 부분을 마음에 담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 곡이 나왔을 때의 부자간의 관계가 생각보다는 훨씬 엄했을 것이라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다.

요즘 자식들한테 벌벌 떠는 신세대 부모들과 그 아이들이 들으면 이상한 노래라고 생각할 것 같지만 ……

 

 

매년 설에 무심코 들었던 설날 노래를 4절까지 전곡을 소개한다.

  1.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들이고, 새로 사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

2.우리 언니 저고리 노랑 저고리, 우리 동생 저고리 색동 저고리
        아버지와 어머니 호사내시고, 우리들의 절받기 좋아하셔요

3.우리집 뒤 뜰에는 널을 놓고서, 상 들이고 잣 까고 호두 까면서
언니하고 정답게 널을 뛰고, 나는 나는 좋아요 참말 좋아요

4.무서웠던 아버지 순해지시고, 우리 우리 내 동생 울지 않아요
이 집 저 집 윷놀이 널뛰는 소리, 나는 나는 설날이 참말 좋아요

조선블로거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4 Comments

  1. 참나무.

    2017년 1월 22일 at 1:56 오후

    좋은 지적이십니다
    2절까지는 겨우 생각나는데
    4절 첫줄도 기억나는데
    3절가사는 정말 생소하네요
    구정을 앞둔 요즈음이라
    4절까지 불러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새해 인사 저도 드립니다
    소망하시는일 이뤄지는 한 해 되시길바랍니다

    • 김 동주

      2017년 1월 25일 at 10:44 오후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 데레사

    2017년 1월 22일 at 7:15 오후

    김선생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어릴 때 즐겨 부르던 동요를 음미하며
    잠시 추억에 젖어 봤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 동주

      2017년 1월 25일 at 10:42 오후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Leave a Reply

응답 취소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