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당한 김정남, 왜 저비용항공사 AirAsia를 타려했나 . . . . . .

어제 오후 말레이지아 친구로 부터 김정남이 죽었다는 메시지가 왔다. 서둘러 TV를 켜 보았지만 사실일 경우 속보 자막이 뜰텐데 공중파나 종편 모두 아무런 소식이 없다. 북한과 관련하여 난무하는 추측기사이겠지 하며 무시했는데 TV 조선에서 김정남 피살사건이 특종으로 보도하였다. 자세한 소식이 궁금하여 공중파방송으로 채널을 옮겼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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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알라룸푸르국제공항 제2터미날 야경모습 >

이어서 모든 방송에서 김정남 피격사실이 보도 되기 시작하였다. 피격장소는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김정남이 마카오로 향하는 항공편의 탑승수속을 하는 과정에 젊은 여자의 습격을 받았다고 한다.

김정남 암살사건과 관련되어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TV뉴스의 배경설명에는 아침 시간은 쿠알라룸푸르국제공항이 가장 바쁜 시간이며 특히 쿠알라룸푸르공항은 출국장과 입국장을 함께 사용하고 있어 무척 붐비는 곳이라고 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독침에 의해 독살되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오늘은 독침이 아니라 미상의 액체가 묻은 수건이 김정남의 얼굴을 덮쳤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암살자의 국적도 의문이라고 한다. 물론 북한이 암살 임무를 맡긴 대원한테 북한여권을 지니게 했을리가 없었을것 같다. 일부는 김정남이 탑승하려 했던 항공편이 저비용항공사인 AirAsia라는 점에도 의문을 두고 있다.

 

나는 경찰수사관도 아니고 아무런 정보도 없기에 이런 추측기사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을 보탤 입장은 아니지만 관련 공항과 항공사는 자주 이용하고 있기에 내가 알고 있는 fact를 기준으로 사고 장소의 배경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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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상공에서 촬영한 공항 전경 >

    

왜 김정남은 AirAsia를 선택했나 ?   

김정남은 서방세계에 playboy로 알려진 인물이다.  비록 아버지 김정일 눈에 벗어나 북한 밖에서 낭인 생활을 해왔지만 김정일은 돈 줄까지 막지는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편 김정일이 사망한 후에 김정남의 후원자였던 고모부 장성택도 처형되어 김정남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빠졌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이번에 김정남이 저비용항공사인 AirAsia를 이용한 것도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속담에 ‘부자가 망해도 3년 간다.’라는 얘기가 있는데 과연 김정남이 불과 USD.300도 안 되는 항공료가 부담이 되었을까 ? 참고로 AirAsia의 쿠알라룸푸르-마카오 항공요금은 편도 기준 USD.60-120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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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LIA2는 AirAsia를 비롯한 저비용항공사들이 사용하고 있다. >

우리는 보통 저비용항공사라고 하면 규모가 작은 항공사를 연상하게 된다. 우리나라에 취항했던 태국과 캄보디아 등의 저비용항공사들이 사실은 영세항공사였고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사도 작은 규모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AirAsia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저비용항공사로 비록 기종은 A320기가 주종이지만 말레이지아항공 보다 규모가 큰 항공사다. 얼마 전 TV 드라마 ‘공항으로 가는 길’의 PPL로 나왔던 항공이기하며 내가 동남아시아를 여행할 때 자주 이용하는 항공사다.

내 개인적인 생각에는 김정남이 저비용항공사를 이용한 진짜 이유는 지극히 간단하다.  마카오와 쿠알라룸푸르 노선에 논스톱으로 취항하고 있는 항공사는 AirAsia가 유일하다.  김정남이 사망하던 날 탑승하려했던 항공편은 10시50분 출발하는 AirAsia AK8320편 인것 같다.

양쪽 국적항공사인 Air Macau나 Malaysian Airlines 모두 이 노선에 취항하고 있지 않다. 만일 김정은이 일반석만 있는 저비용항공사 외에 비즈니스클래스가 있는 일반항공사를 이용하려면 방콕이나 하노이에서 환승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환승도 같은 항공사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두 항공사의 항공편이 연결되며 운항시간대도 많지 않아 논스톱으로 3시간50분 걸리지만 경유편의 경유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린다.

즉 우리 속담에 ‘부자가 망해도 3년 간다.’ 라는 말이 있지만 김정남이 저비용항공사인 AirAsia를 예약한 것은 경제적인 이유 보다는 이 항공사가 유일한 논스톱항공편이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만일 김정남이 Web check을 이용했다면 . . . . .

한 가지 김정남의 피살과정을 보면 한 가지 아쉬움은 있다. 김정남은 KLIA2 출국장에 있는 자동탑승수속대에서 사고를 당했다. KLIA2 출국장의 구조를 보면 메인홀 한 가운데 탑승수속대(check-in island)가 늘어서 있고 많은 승객들이 이 사이로 움직이게 된다. 그러나 자동탑승수속대는 check-in island의 뒷 쪽 공간에 있기 때문에 이동하는 승객들의 수가 적은 곳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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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남이 피살된 장소, 쿠알라룸푸르국제공항 제2타미날 Self check-in Kiosk >

만일 김정남이 공항에 오기 전에 미리 인터넷으로 탑승수속(Web Check-in)을 하고 보딩패스까지 인쇄하여 지참했다면 자동탑승수속대에 서 있을 필요 없이 곧장 출국장의 출국수속대로 들어 갈 수 있었다. 이번 사고가 처음 알려진 독침에 의한 것이 아니라 뒤에서 독극물이 묻은 수건으로 얼굴을 덮쳤다면 많은 승객들이 지나고 있는 메인홀에서 과감하게 뒤에서 덮치기는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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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rAsia Web Check-in Boarding Pass, 집에서 미리 인터넷으로 탑승수속을 하면 공항에서는 탑승수속대를 거치지 않고 바로 출국수속장으로 들어간다. >

하긴 지금 뉴스를 들으면 암살자가 죽은 채 발견되었다고 하니 죽기 살기로 했다면 무슨 수로 피할 수 있겠는가 생각하겠지만 그래도 다소 암살자는 위축될 수 밖에 없으니 실수를 할 확율도 높았을 것 같다.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은 ?  

일부 TV 보도에서 사고지점인 쿠알라룸푸르국제공항은 출국장과 입국장을 함께 사용하고 있어서 무척 붐비는 곳이고 사고시간인 아침 10시는 가장 바쁜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일부는 맞지만 이번 사고와는 관계가 없는 설명이다.  쿠알라룸푸르국제공항에서 출국장과 입국장을 함께 사용하는 곳은 제1터미날이고 사고 장소인 제2터미날은 인천공항처럼 출국장과 입국장이 분리된다. 그리고 사고 장소는 Land Side 이기 때문에 애당초 출국승객과 입국승객이 분리되는 곳에 있다.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KLIA)은 인천공항 보다 앞서 1998년 개장한 공항이다. KLIA는 저비용항공사인 AirAsia 등의 저비용항공사를 위해 대형 창고와 같은 LCCT(Low Cost Carrier Terminal) 저비용항공사 전용터미날을 별도로 운영하였지만 AirAsia의 급성장에 따라 2013년 저비용항공사가 이용하는 KLIA2를 새로 개장하였다.  그러나 KLIA2는 저비용항공사라는 이미지와는 달리 KLIA 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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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알라룸푸르국제공항 제1터미날 출국장 내부, 야자수와 유목민텐트를 연상시키는 천정이 볼만하다. >

 

국제공항은 일반인들이 출입국심사대를 기준으로 일반인들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Land Side와 여권과 항공권을 가진 승객만 이동하는 Air Side로 구분 된다. 루알라룸푸르 메인터미날의 경우는 Air Side에서 출국장과 입국장을 함께 사용하지만 Land Side는 출국수속장소인 탑승수속대가 있는 공간과 입국승객이 짐을 찾은 후 나오는 장소는 인천공항 처럼 위 아래 층으로 분리 되어 있다.

정확한 피격장소는 KLIA2 제2터미날

한편 김정남이 습격당한 장소는 저비용항공사들이 사용하는 KLIA2 제2터미날의 자동탑승수속대(Kiosk)다.  이곳은 승객이 아직 출국심사를 받기 전이기 때문에 Land Side에 속한다. 이곳에는 일반 탑승수속대(check-in counter)와 별도로 승객 스스로 탑승수속을 할 수 있는 Kiosk도 마련되어 있다.  요즘은 대형항공사들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주요 공항에 자동탑승수속대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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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알라룸푸르국제공항 제2터미날 KLIA2, 제1터미날 보다 승객이 훨씬 많다. >

KLIA2는 Air Side를 출국장과 입국장이 함께 사용하는 KLIA 메인터미날과 달리 우리 나라 공항처럼 Air Side는 출국장과 입국장을 분리하고 있다.  따라서 김정남이 피살된 장소는 출국장과 입국장을 함께 사용하여 복잡한 곳은 아니라 KLIA2 이용승객이 메일터미날 이용승객 보다 많기 때문에 출국승객만으로도 복잡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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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알라룸푸르국제공항,  예전에 사용하던 저비용항공사전용터미날(LCCT) 내부 >

KLIA2가 생기기 전에 사용하던 저비용항공사전용터미날(LCCT)는 대형쇼핑몰처럼 창고형 모습이다. 승객의 편의보다는 항공사의 필요성이 우선이었던 터미날이다. 그러나 KLIA2가 저비용항공사 전용이라고 해서 시설이 뒤떨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KLIA 메인터미날 보다 훨씬 규모도 크고 대형쇼핑센터와 붙어 있다. 특히 KLIA2는 탑승게이트가 늘어서 있는 pier(또는 concourse로 표현)가 항공기가 이동하는 유도로(taxiway)를 사이에 두고 길게 뻗어 있고 두 pier를 유도로 위로 연결한 Sky Bridge가 명물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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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LIA2의 Sky Bridge, 항공기가 이동하는 유도로(taxiway) 위로 탑승동을 연결하고 있다. >

 

 

2 Comments

  1. 비풍초

    2017년 2월 16일 at 10:21 오전

    아하..그런거였군요… 신문기자들보다 원장님이 훨 정확하십니다. ㅎㅎ

    • 김 동주

      2017년 2월 16일 at 11:47 오전

      김정남이 경제적인 문제로 AirAsia 저비용항공사를 선택했다는 추측을 하려면 다른 선택이 가능했는지 확인을 먼저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

      일반인들이 개인적인 잡담에서는 얼마든지 그런 얘기를 할 수 있지만, TV 뉴스 앵커나 패널 등의 경우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추측성 발언은 피해야할 것 같습니다.

      오늘 한 TV 뉴스에서도 기자가 쿠알라룸푸르공항 제2터미날에 직접 가서 보도를 하면서도 쿠알라룸푸르공항은 출국장과 입국장을 같이 사용하기 때문에 아주 붐빈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그 얘기는 제1터미날에만 해당되는 경우인데 . . . . . .

      찾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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