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로 시작한 인도여행, 사기꾼택시기사가 맞아주다.

오랜 만에 인도여행을 다녀왔다.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소식을 인도에서 의료봉사하면서 들었으니 벌써 10년 지난 셈이다. 인도는 1990년 처음 여행한 이후 거의 10번 정도 여행하였다. 인도는 우리나라와 비자면제협정이 없어 매번 주한인도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아야 했었다. 1990년대만 해도 미국, 캐나다, 일본, 대만 등 우리나라와 외교관계가 좋았던 국가들도 비자를 받아야 했던 만큼 인도비자를 받는 일을 번거롭게 생각하지 않았던 시기였다.  한 때는 인도공항에서 Arrival Visa가 가능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사전비자 없이 공항에 도착하여 수수료를 납부하고 비자를 받는 방식이다.

그 후 인도비자정책은 또 몇 차례 변경 되었다.  비자정책을 보니 우선 비용이 만만치 않다. 여행사에서 대행하는 비용이 15만원 선이다.  그것도 유효기간이 최장 1년 뿐 이다. 시간도 일주일 남짓 걸린다. Arrival Visa 제도가 폐지되고 전자비자 e-VISA 제도가 생겨 인터넷으로 e-VISA를 신청하기로 했다.

e-VISA의 신청도 쉽지 않다. 인터넷 검색창으로 e-VISA를 찾으면 여러 사이트가 나온다. 한 사이트 https://www.indiavisa.org.in 를 검색하면 비자수속방법과 비용이 나와 인적사항을 기록하는데 다음 단계에서 수속비가 VISA fee가 USD.50, 그리고 Service fee가 USD.35 별도다. 인터넷주소가 비영리단체들이 주로 사용하는 ‘.org’ 이지만 알고 보니 비자수속대행업체다.  다시 찾아 보니 인도정부의 정식 e-VISA 창구는  https://indianvisaonline.gov.in 이다. 이곳에서는 서비스수수료가 없고 e-VISA fee만 USD.50 와 2.5%의 신용카드수속비 USD.1.25가 추가되어 USD.51.25 뿐 이다. 어차피 필요한 내용을 인터넷으로 기입하는데 대행업체가 나서는 것이 웃기는 일이다. 대행업체에서는 내가 인적사항만 기록하고 결제를 하지 않으니 이메일로 결제를 채근하고 반응이 없자 직접 국제전화로 친절하게(?) 결제를 하면 곧 비자가 나온다며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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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이트가 인도정부가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전자비자 e-VISA 사이트 이다. 수속비는 USD.50  

 

거짓말을 요구하는 e-VISA 신청서

e-VISA 신청서에 기입하는 항목이 적지 않다. 돌아가신 아버님과 아내의 이름도 적어야 한다. 국적도 출생으로 자동으로 취득한 것인지, 귀화한 국적인지도 기록해야 한다. 가장 곤혹스러웠던 것은 인도여행이 처음이 아닌 경우다. 전에 인도를 여행했다면 마지막으로 여행했을 때 받은 VISA 내용을 기입해야 한다. 벌써 10년이 지나 여권도 바뀌었는데 VISA 번호를 알 수가 없다. 그렇다고 공난으로 비워 두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고 unknown, no record 등으로 기입하면 정확한 번호를 기입하라는 빨간 문구로 경고가 뜬다.

이번 인도여행이 처음이라고 거짓으로 기입하여 넘어가는 수 밖에 없다. 사실 해외여행에 필요한 서류에 너무 완벽한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여행객들은 선의의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여행지의 연락처와 숙소다. 공무로 여행하는 경우야 번듯한 숙소가 예약되어 있겠지만  backpacker 들은 숙소 예약없이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현지 체류지를 기록하지 않으면 입국심사할 때 걸려 거짓으로 아무 호텔이나 적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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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항공업계 발전의 상징인 에어인디아 B787 Dreamliner, 2016년9월 나리타공항에서 촬영.

 

Best Airport in the World . . . . . Delhi Indra Ghandi International Airport

말레이지아항공 MH190편으로 쿠알라룸푸르에 오후 9시50분 도착하였다.  델리 인드라간디 국제공항 제3터미날은 새로 지어 깨끗해졌다. 모든 통로에 카페트가 깔리고 전보다 훨씬 분위기도 밝아졌다. 곳곳에 세계공항협의회(ACI)에서 선정한 세계최고공항평가에서 2500만명~4000만명 규모의 공항그룹에서 2014년, 2015년 연속으로 세계최고의 공항에 선정되었다는 대형안내판이 보인다. 그동안 10차례 인도를 여행하면서 느낀 것과는 전혀 딴판이다. 1990년대만해도 Air India는 세계에서 최악의 항공사 중의 하나로 꼽혔고 델리공항의 평가도 나쁜 편이었지만 Air India도 보잉의 첨단기종 B787기를 23대 보유하는 등 기종의 현대화와 서비스개선으로 많은 발전을 가져왔으며 뉴델리공항도 터미날3를 새로 건축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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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델리국제공항 도착층(왼쪽)과 입국심사대(오른쪽)

 

여담이지만 델리공항이 2500만명~4000만명 규모의 공항에서 세계최고의 공항에 선정된 것은 인천공항의 덕분이다. 원래 이 규모 공항에서는 인천공항이 부동의 세계최고의 공항자리에 올랐지만,  인천공항의 이용객이 늘면서 2014년 부터 인천공항은 4000만명 이상의 초대형공항으로 평가그룹을 옮기게 되어 델리공항이 1위 자리를 이어받은 것이다. 한편 델리공항은 규모에 관계없이 평가한 그룹에서는 세계1위 인천공항에 이어 2위의 자리에 올랐지만 세계1위라는 타이틀을 위해 2500만명~4000만명 규모공항이란 꼬리표를 달고 광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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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델리 인드라간디 국제공항의 세계 제1의 공항 수상 광고문.

 

기다림이 필요한 나라 . . . . . . INDIA

어쨋든 세계최고그룹의 공항을 느끼는 것은 잠깐, 입국수속과정은 여전히 과거의 델리공항을 떠 올리게 만들었다. 입국수속창구는 일반 창구와 e-VISA 창구로 분리되는데 e-VISA 창구에 승객이 훨씬 많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승객들의 줄은 별로 줄어들지 않는것 같다. 이 정도의 승객이라면 웬만한 공항에서는 길어야 30분 정도 기다리면 될 것 같았지만 ‘기다림이 필요한 나라, 인도’에 왔다는 것을 실감하게 만든다. 창구에 점점 다가오자 수속이 느린 이유를 알 것 같다. 입국수속을 할 때 지문을 등록하는데 보통 다른 나라에서는 양쪽 두 번째 손가락을 동시에 등록하는데 인도에서는 열 손가락을 모두 등록해야한다. 그것도 오른쪽 네 손가락, 왼손 네 손가락, 그리고 마지막으로 양쪽 엄지손가락 등으로 세 단계로 등록을 하니 시간이 많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입국심사대에 그림으로 이 과정을 표시하고 있지만 승객들한테는 익숙하지 않아 공항관리가 일일히 절차를 설명해주는 것이 보인다. 막상 내 차례가 가까이 오자 약간 긴장을 하게 된다. 인도여행이 10번 째 정도 되지만 e-VISA를 받기 위해 이번 인도여행이 처음이라고 거짓으로 기록한 것이 께름칙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짓으로 꾸며댄 e-VISA의 입국심사는 별 일 없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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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뉴델리국제공항 e-VISA 수속대

 

그리 승객이 많은 편은 아닌데도 입국수속에 무려 1시간20분 걸렸다. 주한 인도대사관을 직접 방문하여 비자를 받지 않고 편하게 집에서 인터넷으로 받은 댓가를 특특히 치루었다. 그래도 여행사나 인도대사관을 찾아 정식 VISA를 받는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에 비하면 집에서 편안하게 e-VISA를 받았으니 나름 기꺼이 치뤄야 할 댓가로 넘기는 것이 속 편하다.

 

공항에서 환전 . . . . . . 시내 보다 환율이 나쁘지만 

다음 날 일찍 카주라호로 가는 국내선을 이용해야 했기에 시내에서 환전할 시간여유가 없어 공항환전소에서 환전을 했다. 공항환전소의 환율은 USD.1 = INR.60, 기대했던 환율이 INR.64 정도인데 내일 일찍 카주라호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 하기 때문에 공항에서 환전하는 수 밖에 없다.

 

나를 처음으로 맞은 인도인 . . . . . 사기꾼 택시기사 

비행기는 정시인 오후 9시50분에 도착했지만 입국구속을 마치고 공항터미날을 빠져 나온 시각이 벌써 오후 11시20분이 넘었다.  이미 공항열차는 막차가 떠났고 택시 밖에 교통수단이 없다. 항상 하던 대로 Prepaid Taxi 창구로 갔다. 델리 시내까지 INR.460, 약 8200원 정도. 인도는 나름 10번째 방문이라는 자만심 때문에 인도에서 예상치 못한 첫 번째 시련이 시작되었다.  원래 Prepaid taxi 영수증은 목적지에 내릴 때 기사한테 주게 되어 있는데 Prepaid taxi 부스의 창구에 있던 택시기사가 내가 예약한 호텔을 안다며 안내해준다면 영수증을 직접 챙겨가개 한 것이 나의 불찰이었다.

기사는 나름 점잖을 빼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시내로 들어가는데, 바리케이트로 길이 막힌 골목 앞에 차를 세우더니 호텔로 가는 길이 막혔다며 호텔예약바우처를 달라고 한다. 바우처의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를 하더니 갑자기 목소리를 높힌다. 손님을 받아 놓고 공사를 하는 호텔이 어디있냐며 투덜거리면서 전화를 바꿔준다. 전화속의 목소리는 미안하다며 이미 지불한 호텔비는 자동적으로 환불처리 되니 다른 호텔로 가라며 택시기사를 바꿔 주면 호텔을 추천해주겠다고 한다. 뻔한 거짓말이란 것은 경험상 쉽게 알 수 있다. 기사한테 일단 호텔이 있는 빠하르간지로 가자고 하니 그 일대가 모두 공사중이라며 시내관광안내소에 들러 다른 길을 찾아 보자면서 차를 돌린다. 정식 관광안내소가 심야에 길을 잃은 관광객을 위해 밤새 문을 열고 있을리는 없다. 택시기사가 안내한 곳은 Tourist Information 간판을 달고 있는 사설 여행사다. 안내소의 직원도 택시 운전사와 똑 같은 짓을 한다. 호텔바우처를 보고 전화하는 척 하면서 그 일대가 모두 공사중이라 못들어 간다고 하며 다음 날 일정을 묻는다. 이른 아침 비행기로 카주라호로 간다고 하니 컴퓨터를 보는 듯 하면서 그 비행기가 취소되었다며 기차로 가야하는데 이미 만석이지만 자기들이 침대칸 표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요금은 특실침대칸이라 USD.60인데 커미션 없이 USD.50에 주겠다고 한다. 사실 이 구간을 기차로 이용할 생각도 했지만 시간이 없어 항공편을 이용하게 되었는데 실제 요금은 INR.1350, 약 23,000원 이다.

여기서 이들이 사기치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항의하는 것은 현명치 못한 일이다. 점젆게 일단 호텔과 가까운 뉴델리 기차역에 나를 내려달라고 하자 그곳도 못 가겠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가방을 가지고 사무실을 나와 스마트폰으로 택시번호판을 촬영하려하지 당황하면서 손으로 막더니 줄행랑 친다.  택시기사는 Prepaid taxi 영수증을 이미 공항을 출발할 때 받았으니 요금은 나중에 받을 수는 있었다.

 

델리공항 천문학적 공사비로 얻은 명성 . . . . . .  한 사기꾼 택시기사가 흠집내   

이렇게 10년 만에 찾은 나를 처음 반긴 인도인은 택시기사였다. 인도 택시기사의 악평은 이미 많이 들었지만 직접 체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Prepaid taxi 제도는 택시기사의 바가지요금 농간을 막기 위해 마련한 제도라 인도를 방문할 때 마다 안심하고 사용했었는데 이제 택시기사의 사기술이 Prepaid taxi까지 뻗치게 되었다.

 

 

 

 

 

2 Comments

  1. 김 수남

    2017년 5월 1일 at 11:50 오후

    의료봉사를 가시는 그 발걸음이 참으로 귀하고 아름답습니다.선생님의 의술을 통해서 더
    많은 인도 분들이 혜택을 받고 몸과 마음의 치료를 얻게 되길 기도합니다.

    인도는 펀잡 지방쪽에 남편이 단기 선교를 다녀오면서 많이 관심을 가지고 기도하는 나라입니다.그동안 여러 나라를 단기 선교 다녀왔지만 인도가 제일 어렵고 힘들었다고하는데
    선생님은 10번정도나 벌써 방문하신다니 대단하십니다.

    그냥 단순 여행은 아니시고 의료봉사 목적이실텐데 방문하실 때마다
    그곳에 가신 아름다운 목적을 잘 이루시고 오시길 기도합니다.
    저희 아들들이 메디칼쪽에서 일하고 공부하기에 김동주원장님 글은 또 더욱 반갑습니다.감사합니다.

    • 김 동주

      2017년 5월 2일 at 1:02 오후

      과찬의 말씀입니다.
      인도를 여러번 여행하면서 알게 된 말레이지아의 한 단체에 참여하여 몇차례 의료봉사에 참여한 것 뿐이지요. 말레이지아에 인도출신이 많아서 이런 단체도 있나봅니다.

      이번 여행은 10년 전 의료봉사때 알게 된 지인을 찾아가는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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