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싱가폴에 B747기를 부탁한다고 ?

북미정상회담을 불과 몇 일 앞두고 또 다시 김정은이 타고 올 항공편에 혼선을 가져오고 있다.  오늘 외신으로 전해진 기사를 보면 김정은이 중국을 경유하지 않고 제3국 비행기를 이용하여 싱가폴까지 논스톱으로 올 것이란 얘기와 함께 북한이 미국대통령전용기 Air Force One과 동급인 요청했다는 설도 포함되어 있다.

이 기사가 나오기 전만 해도 김정은이 지난 5월 전용기’ 참매 1호’를 타고 중국의 대련을 방문한 이후에는 김정은이 북미정상회담에 ‘참매 1호’를 타고 올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였다. 다만 구소련의 IL-62M기를 개조한 ‘참매 1호’가 생산된지 30년이 넘어 기체상태가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여 중국의 한 도시를 경유하여 기체점검과 급유를 받을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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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Air Force One과 동급인 B747-200B기종을 원한다고 ? 

그러나 오늘 이 문제를 지적한 기사의 내용을 보면 너무 추상적인 얘기가 많다. 이른바 ‘소식통’이라고 하는 기사의 소스가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 의심이 갈 정도다.  자존심이 강한 북한이 중국이나 제3국에 미국대통령기와 동급인 B747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은 그렇다 쳐도 싱가폴항공이 미국대통령기의 상용기모델인 B747-200B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을 보면 전혀 전문성이 없기 때문 이다. B747-200은 보잉사의 점보기 중에서도 구형에 속하고 있으며 세계 1류 항공사들은 이미 이 기종을 처분한지 오래며 싱가폴항공도 B747-200 보다 훨씬 신형인 B747-400을 이미 6년 전에 퇴역시켰기 때문 이다. 싱가폴항공이 에어포스원의 기종인 B747-200B를 보유하고 있다는 기사가 외신기사의 원본에 포함된 얘기라면 이 기사의 소식통은 정말 전문성이 없는 어처구니 없는 기사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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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최고위층의 전용기로 사용하고 있는 Air China 소속의 B747-400기종, 베이징공항에서 촬영.

 

자존심이 강한 북한이 중국항공기나 제3국 항공기를 원해  ? 

북한에는 평양에서 싱가폴까지 약 6~7시간 걸리는 비행을 감당할 조종사가 없다는 지적도 사실과 다르다. 북한에는 김정은 전용기로 사용하고 있는 ‘참매 1호’외에 두 대의 IL-62M기(P-881, P-885)를 보유하고 있다. 비록 2014년11월 최룡해 일행이 김정은 특사로 모스크바로 파견될 때 김정은 전용기와 같은 기종인 IL-62M기를 타고 가다 기체 고장으로 회항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북한의 고위인사들과 공연단을 태우고 매년 모스크바까지 다녀 온 기록이 있다. 2015년 러시아 승전70주년기념식에 참석한 김영남 일행도 북한이 보유한 IL-62M 기를 타고 다녀왔다. ‘참매 1호’의 기체상태가 못 미더우면 북한이 보유한 다른 IL-62M기를 이용할 수도 있겠지만 ‘참매 1호’가 장시간 비행을 한 기록이 없을 뿐이지 장시간 비행을 못할 정도는 아닐 것이라는 것이 상식적인 판단이다.  실제 ‘참매 1호’는 2014년 등장한 이후에 1시간 이상 비행한 기록이 없다. 그중 가장 장거리 비행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황병서 일행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김여정 일행이 타고 왔을 때다. 지난 5월 김정은이 중국 다롄에서 시진핑을 만나러 갔을 때 ‘참매 1호’를 이용한 것이 유일하게 한반도를 벗어난 비행이었지만 실제 거리는 평양에서 인천공항 보다 짧은 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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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콕 수완나품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는 고려항공 TU-204, P-633기. 평양에서 동남아시아 취항이 가능하다.

 

또 하나 북한이 선택할 옵션이 또 하나 있다. 고려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TU-204기 이다. 이 기종은 IL-62M기 보다 크기가 약간 작지만 우리 항공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B737-800 기종과 비슷한 크기로 북한이 보유한 항공기 중에서 유일하게 유럽취항금지목록 EU BAN에서 제외된 기종 이다. 고려항공은 TU-204기 두 대를 보유하고 있는데 그중 P-632기는 평양-싱가폴 노선을 논스톱으로 운항이 가능하며 실제 대북경제제재가 있기 전에는 평양-쿠알라룸푸르 노선에 취항했었다. 비록 TU-204가 ‘참매1호’ 처럼 전용기가 아니라 내부 구조가 럭셔리 하지는 않지만 6시간 정도의 비행이라면 일반 상용기라도 비즈니스클래스 좌석을 이용할텐데 불편하지는 않을 것 같다.  북한이 싱가폴까지 논스톱으로 운항할 비행기와 조종사가 없다는 것도 잘못된 정보에 의한 것 같다.

김정은이 자신의 전용기 ‘참매 1호’로 싱가폴까지 가는 것이 불안하다면 평양-쿠알라룸푸르 노선에 취항하기도 했던 고려항공의 TU-204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존심이 강한 북한이 중국이나 싱가폴에 김정은이 타고 갈 비행기를 빌린다는 것은 의외가 아닐 수 없다.

 

 

3 Comments

  1. 비풍초

    2018년 6월 10일 at 1:21 오후

    오늘 기사를 보니, 김원장님 분석이 맞았습니다 ^^ 역시 전문가이십니다요.

    • 김 동주

      2018년 6월 10일 at 4:53 오후

      아닙니다. 아주 헷갈리게 만드는 사람들이지요. 비상식이 상식인 세상이니 . . . . . . .

      반전에 반전 . . . 결국 Air China 를 탔다고 하니 체면이고 뭐고 살아남는 것이 우선이니까 !

  2. 김 동주

    2018년 6월 10일 at 5:01 오후

    김정은이 가장 확실하게 생각하는 안전한 여행 . . . . . .
    내 전용기의 성능이 의심쩍은 것이 아니라,
    감히 누가 중국비행기를 공격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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