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네다공항에서 만난 꼬마 항공사진 매니아

일본을 여행할 때 마다 공항에 일찍 나가는 습관이 생겼다. 도착할 때도 여유 있게 도착하면 공항에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일본의 공항들은 크고 작고 규모를 떠나서 거의 모든, 내가 다녀 본 일본공항에는 예외가 없이 옥외전망대가 있어 항공기와 친숙한 사람들은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다. 도쿄의 나리타공항과 하네다공항, 오사카의 간사이공항과 이타미공항, 나고야 주부공항, 사뽀로의 뉴치토세공항 등 대도시 공항에는 터미날에 식당가가 있는 대형쇼핑몰이 함께 있어 항상 승객과 송영객 그리고 시민들로 붐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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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네다공항 제2터미날 옥상 전망대. 가족단위로 외출나온 시민들이 많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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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네다공항 제1터미날 쇼핑센터

 

일본의 공항터미날은 체크인카운터 주변에서 벗어나면 공항인지 백화점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공항전망대도 형식적인 것이 아니고 비행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쉽게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모습을 보고 사진촬영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어린이들을 데리고 가족동반으로 외출 나온 시민들도 많다. 활주로를 오가는 비행기를 배경으로 어린이들의 사진을 찍어 주는 다정한 모습이 보기에 좋다. 전망대가 메인터미날과 멀리 떨어진 간사이공항을 제외하면 탑승수속을 마치고 보딩패스를 받고 옥상에 있는 야외전망대에서 자기가 타고 갈 비행기가 착륙하는 모습을 보고 출국수속을 받으면 시간이 딱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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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네다공항 34L 활주로에 착륙하는 일본항공 B777, 제1터미날 전망대에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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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네다공항 16L 활주로에서 이륙하는 일본항공 B777, 하네다공항 제2터미날 전망대에서 촬영.

도쿄의 하네다공항도 내가 자주 찾는 공항 중의 하나다. 하네다공항에는 국제선터미날, JAL계열항공사의 국내선이 이용하는 제1터미날, ANA계열항공사의 국내선이 이용하는 제2터미날 등 세 곳 모두 다른 특색을 가진 전망대가 있다. 국제선터미날 전망대에서는 B777, A330, B747등 대형기종들을 볼 수 있고 제1터미날에는 도쿄만을 끼고 착륙하는 항공기들이 멀리서 어프로칭하는 모습 부터 34L 활주로에 착륙하는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제2터미날의 경우 16L/34R 활주로와의 거리가 가장 가까워서 바다 건너의 도쿄시내를 배경으로 이착륙하는 항공기들을 생생하게 지켜 볼 수 있다. 서로 멀리 떨어진 국제선터미날, 제1, 제2터미날은 무료로 운행되는 셔틀버스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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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ennta군과 여자친구가 착륙하는 항공기를 추적하고 있다. 하네다공항 국제선터미날 전망대에서.

 

지난 4월 말 김포공항에서 하네다공항에 도착하는 날 친구와 만날 시간에 여유가 있어 국제선 전망대에 올라갔다. 전망대에는 항공기를 기다리는 많은 승객들과 함께 가족동반하여 나들이 나온 시민들도 보인다. 그리고 외항사의 대형기종이 이착륙하는 시간을 맞춰 대형 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를 들고 이리 저리 뛰어 다니는 아마추어 항공사진 매니아들이 항상 몰려 있다. 이들 중에는 도쿄에 거주하는 듯한 외국인들도 보인다. 아마추어 항공사진가들의 연령대는 어린 학생부터 70이 넘은 노인까지 다양하다. 이들의 카메라도 디카 똑딱이와 스마트폰부터 전문가급 CANON이나 NIKON DSLR과 500mm가 넘는 줌렌즈 등 나이 차이만큼 폭넓고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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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가 60~70대 되는 항공사진매니아들이 잠시 그늘 벤치에 모여 휴식하고 있다. 하네다공항 국제선터미날

일부는 무전기를 허리 춤에 차고 관제탑과의 교신을 도청(?)하는 듯 하고 일부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로 항공기의 출발과 도착상황을 실시간으로 소개하는 사이트에서 정보를 얻고 있다.  금년 24인 겐타군도 여자친구와 함께 하네다공항 옥외전망대에서 Canon EOS 7D mark II 카메라에 줌렌즈를 달고 스포팅에 열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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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네다공항 국제선터미날에서 이륙하기 위해 활주로로 이동하는 Lufthansa A340-600.

도쿄에서 일을 마치고 하네다공항에서 후쿠오카로 가는 날에도 공항에 일찍 나갔다. 국제선터미날을 경유하여 제2터미날로 돌아가는 셔틀버스 안에서 큼지막한 카메라를 들고 있는 일본 소년들을 만났다. 이들은 셔틀버스가 국제선터미날 가까이 가자 좌석에서 일어나 출입문으로 미리 가서 기다린다. 버스가 정차해야 좌석에서 일어나 하차하는 일본승객들의 모습이 아니다. 나도 시간에 여유가 있어 이들 소년을 따라 내렸다. 어디를 그리 급히 가느냐고 물으니 5분 후에 독일 Lufthansa항공의 A340-600기가 이륙하기 때문에 그걸 봐야 된다며 서둘러 에스칼레이터에 오른다. A340-600기는 경제성이 없어 항공사들이 점차 퇴역시키고 있는 인기가 없는 기종이지만 그 결과 희소성도 있고 당당히 엔진을 4개씩이나 장착한 외형은 엔진이 두 개 뿐인 A330 기에 비해 훨씬 비주얼이 좋아 보여 이 소년들이 서두르는 심정을 이해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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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유키 미네무라(峰村優希)군과 (오른쪽) 다이지로 츠카모토(塚本大次郎)군

 

이들을 따라 공항전망대에 서둘러 도착하여 숨을 돌린 후 잠시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꺼내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다. 금년 13살, 중학교 2학년인 유키 미네무라(峰村優希)군과 다이지로 츠카모토(塚本大次郎)군은 학교가 일찍 끝나는 날이라 항공사진을 찍기 위해 공항에 나왔다고 한다. 이들은 special, special을 연거푸 외치며 결코 학교수업을 빠지고 온 것이 아니라는 변명을 하는 것 같다. 또 한명의 친구 노시다 도시노리(野下俊就)군도 곧 합류했다.

유키군은 초등학교 2학년부터 항공사진촬영을 취미로 시작했다고 하니 벌써 6년차 베테랑 이다. e-mail로 보내 온 자신이 촬영한 사진을 보면 화일 크기로 봐서 트리밍한 것도 아닌데 아주 구도가 안정된 이미지로 어린 학생의 작품 같지가 않다. 유키군의 카메라는 캐논 Kiss 본체에 55-250mm EFS 줌렌즈. 처음에는 컴팩트 디카인 Canon Power Shot을 사용했지만 돈을 모아 DSLR을 자기 돈으로 마련했다고 한다. Canon Kiss는 전문가용 고가품은 아니지만 학생신분에는 부족함이 없는 모델 이다. 유키군은 현재는 만족하지만 앞으로 용돈을 모아 CANON EOS 80D를 갖고 싶다고 한다. 유키군의 줌렌즈 후드에는 나리타공항(NRT) 스티커와 보잉 B747기의 스티커 붙어 있다.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기종이란다. 그의 페이스북을 보면 B747 사진이 많다. e-mail ID도 b744로 시작한다. 장래 학업을 마치면 항공사나 무역회사에서 일하기를 원하는 유키군은 보통 한 달에 한 번 정도 공항을 찾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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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 B747-4B5F(ER) 화물기.  (Yuki Minemura 군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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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A항공 A380 제1호기 JA381A가 나리타공항에 착륙하는 모습,  ( Yuki Minemura군 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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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tihad 항공의 B787의 착륙하는 모습, (Yuki Minemura 군의 작품)

 

이들은 아직 나이가 어려 여행을 많이 하지는 못했지만 아주 어릴 때 일본항공의 B747-300기를 타봤는데 아쉽게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작년에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사인 진에어(Jin Air)를 타고 하와이를 다녀올 때 한국에 가봤다며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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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과 대화하는 틈틈이 유키군은 스마트폰으로 flightradar24.com을 검색하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항공기가 도착하는 상황을 지켜보는 열의를 보이며 곧 샹하이항공의 B787이 착륙할 것이라고 알려준다. flightradar24.com에서는 공항에 접근하는 항공기들의 실시간 위치가 지도에 표시되어 어느 활주로에 착륙하는지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잠시 시간에 여유가 생기자 자신들이 오늘 하네다공항에서 촬영한 ANA 항공의 Star Wars 특별도장을 한 B777기 사진 등을 자랑스럽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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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A항공 B777 Star Wars가 하네다공항 34L 활주로에 착륙하고 있다. 제1터미날 전망대에서 촬영. 600mm 줌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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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샹하이항공 B787 Dreamliner, 하네다항공 국제선터미날 전망대에서 촬영.

 

B787 얘기가 나와서 내가 2011년 ANA B787 제1호기가 출고될 때 월간항공의 칼럼니스트 자격으로 보잉사 초청을 받아 시애틀 근교에 있는 Everett 보잉 공장에 직접 가서 B787 First Delivery 행사에 참석했다고 자랑하니 놀라며 마치 대단한 사람이라도 만난 것처럼 좋아한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꼬마 친구들과 더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마냥 그들의 시간을 빼앗을 수도 없고 나도 후쿠오카행 항공편 출발시간이 되어 이들의 이름과 e-mail 주소를 받고 아쉬운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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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후 유키군과 구글번역기의 도움으로 이메일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50이 넘는 나이 차이를 떠나서 새로운 친구를 얻은 기분이 든다. 그의 페이스북을 보니 5월31일이 생일이다, 내가 한창 여행 다닐 때 수집한 플라스틱 모델비행기들이 방구석에 쳐 박혀 있는데 새 임자를 만났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수집한 모델항공기의 사진을 보내주며 좋아하는 것을 생일선물로 보내 준다고 했더니 루프트한자나 일본항공 등 세계적인 항공사의 B747-400을 원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파키스탄항공의 B747-200기를 선택한다. 아마 B747-200기는 지금 웬만해서는 볼 수 없는 기종이라 그런 것 같은데 항공기에 대한 안목이 제법 전문가답다.

5월 마지막 주 일요일에 도쿄에 있는 친구와 약속이 있어 다시 도쿄를 방문한다. 유키군이 마침 시험이 끝나는 주라 일요일 나리타공항 전망대로 나를 마중 나오겠다고 한다. 나도 이왕이면 유키군을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 가장 좋아하는 B747-400 점보기로 운항되는 아시아나항공의 OZ102편으로 예약했다. 유키군이 B747 모델비행기를 생일선물로 받고 환한 웃음을 지으며 기뻐하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면 절로 즐거워진다. 이번 호 월간항공이 출간되어 보내주면 자신의 이야기가 실린 월간항공잡지를 받아 보고 어떤 표정을 지을까 ?

4 Comments

  1. 비풍초

    2019년 5월 1일 at 12:28 오후

    멋진 취미입니다.

    • 김 동주

      2019년 5월 5일 at 9:24 오전

      일본의 공항은 시민들한테 개방되어 있는 모습이 부럽습니다.
      시민들이 자연히 비행기와 가까이 할 수 있는 분위기도 되고.
      어느 공항에 가든지 전망대에는 휴대폰 카메라 부터 대형 렌즈를 장착한 전문사진가들 까지
      남녀노소 뒤섞여 붐빈답니다.

  2. Yuki Minemura

    2019년 6월 6일 at 4:42 오후

    Dear Mr.Kim.
    先日は誠にありがとうございましたm(_ _)m
    そして、雑誌の掲載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
    くださった飛行機グッズの数々、一生の宝物です!大切にします‼今後ともよろしくお願い致します‼

    • 김 동주

      2019년 6월 6일 at 4:52 오후

      아래 일본어로 올려진 글은 기사의 주인공인 Yuki Minemura군이 일본어로 댓글을 올린 것으로 구글번역기로 번역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전은 정말로 감사합니다 m (_ _) m
      그리고 잡지 게재 감사합니다.
      주신 비행기 수집품들 평생의 보물입니다! 소중히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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