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코프스키 콩쿨의 실수

정경화씨가 런던에서 데뷰할 때 협연상대였던 런던심포니 단원들이 리허설때 있었던 해프닝 이다. 런던심포니 단원들은 예정된 레퍼토리였던 Tchaikovsky 협주곡 대신에 Mendelssohn을 갑자기 연주했다고 한다. Tchaikovsky는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거의 1분 가량 진행된 뒤에 바이올린 독주가 나온다. 반면 Mendelssohn의 경우는 오키스트라와 한 마디 정도 뒤에 바이올린 독주가 나오니 정경화씨는 상당히 당황했을 것 같다.  그래도 정경화씨는 이에 맞서 Mendelssohn 협주곡을 무리 없이 연주하여 런던심포니 단원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는 일화가 있다. 당시 정경화씨는 유럽의 음악계에선 무명에 가까웠는데 이날 연주도 원래 협연자였던 Itzhak Perlman이 예정되었지만 갑작스런 사정으로 취소하게 되자 미국 레벤트리트 콩쿨에서 Pinchus Zukerman과 공동우승한 정경화씨가 대체 연주자로 나설 때의 일이라고 한다.  이렇게 출발은 다소 안 좋았지만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은 정경화의 연주에 찬사를 보내 그 후  정경화씨는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와 Tchaikovsky Violin Concert, Sibelius Violin Concert 등 좋은 음반을 녹음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였다.

 

Tchaikovsky & Sibelius Violin Concerto 정경화 Previn LSO

* 정경화 & London Symphony Orchestra 연주, DECCA 성음사 라이센스음반, 1970년 정식으로 나온 우리 나라 클래식 음반 제1호다. 

 

연주곡목을 뒤 바꾸고 러시아어 안내만 한 Tchaikovsky Competition 

이와 비슷한 일이 작년에 개최된 러시아의 제16회 Tchaikovsky Competition에서도 있었다고 한다. Tchaikovsky Competition은 4년 마다 러시아에서 개최되는 콩쿨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권위 있는 콩쿨이다. 미소냉전시대였던 1958년 미국의 Van Cliburn이 피아노 부분에서 우승하여 미국을 흥분에 빠뜨리기도 하였고 1974년에는 정명훈씨가 2등에 올라 김포공항에서 시청까지 카퍼레이드를 펼칠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화제에 올랐던 콩쿨 이다.

Tchaikovsky Piano concerto Van Cliburn

* 차이코프스키콩쿨 1위한 Van Cliburn의 음반, RCA Victor, 1958년 발간.

 

 

 

문제가 된 해프닝은 작년에 개최된 Tchaikovsky Competiton의 최종결선무대에서 발생했다.  10명의 결선에 오른 참가자 중 중국의 Tianxu An이 해프닝의 희생자다. Tianxu는 최종결선에서 Tchaikovsky Piano concerto No.1와 Rachmaninoff의 파가니니주제에 의한 Rhapsody 두 곡을 연주할 예정이었다. Tianxu An은 첫 곡으로 Tchaikovsky를 연주할 줄 알고 피아노에 앉아서 지휘자와 눈 인사로 준비되었음을 알리고 연주는 시작되었는데, 막상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곳은 피아노협연자가 준비하고 있었던 Tchaikovsky가 아니라 Rachmaninoff 였다. Tchaikovsky곡은 첫 악장이 Allegro(빠르게) 이나 처음은 약간 느린 템포로 피아노 부분은 여섯 째 마디 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피아노 협연자는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시작되어도 마음의 준비를 할 여유가 있는 편이다.  그러나 Rachmaninoff의 광시곡은 이보다 약간 빠르기의 Allegro Vivace지만 2/4 박자이고 바로 세 번째 마디에 피아노가 시작되어 거의 오케스트라와 동시에 시작된다고 봐야한다. 당연히 피아노 연주자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Tianxu An은 용케 오케스트라를 따라 붙었는데 머리 보다는 아마 연습으로 다져진 손가락의 반사운동의 덕으로 생각된다. Tianxu An은 피아노 연주를 계속하면서 속은 부글 부글 끓었을 것 같고 지휘자를 향해 원망이 가득찬 눈초리를 보냈지만 지휘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연주를 이어갔다.  다행히 최종결선에 오른 실력자 답게 연주는 무난히 마칠 수 있었다.

관련 동영상을 자세히 리뷰해 보니 내용의 전개는 다음과 같다.  연주자 대기실에서 Tianxu An은 지휘자 Vasily Petrenko와 함께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안내방송이 시작되었다. 안내방송은 연주장면을 사진촬영이나 비디오 촬영은 금지된다는 내용의 러시아어와 영어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러시아어로 시작된 방송에서는 Tianxu An, China, Tchaikovsky, Rachmaninoff 등의 단어만 알아 들을 수 있는 러시아어로만 안내방송이 나왔다.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한 Tianxu An은 이런 단어를 들으며 자연스럽게 Tchaikovsky Piano Concerto를 먼저 연주하고 Rachmaninoff를 연주한다는 내용으로 들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옆에 있던 지휘자 Vasily Petrenko의 얼굴표정을 보면 이상한 점이 나온다.  방송으로 Tchaikovsky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그의 얼굴 표정은 이상하다는 듯의 찌그러진 표정이었고 곧 이어 Rachmaninoff라는 말이 나오자 ‘그럼, 그렇지’ 하며 풀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관련된 기사를 보면 러시아어의 방송내용은 ‘다음은 China 출신의 Tainxu An이 Tchaikovsky를 연주하겠 … 아니 죄송합니다. Rachmaninoff를 연주하겠습니다.’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앞서는 비디오와 사진촬영을 하지 말라는 안내는 러시아와 영어로 안내방송했는데, 실수로 당황한 탓인지이니 Tchaikovsky가 아니라 Rachmaninoff를 먼저 연주한다는 내용은 영어로는 방송하지 않았다.

한 연주자가 두 곡 이상을 연주할 때 어떻게 결정하는지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이미 오케스트라 단원과 지휘자의 보면대에는 Rachmaninoff 악보가 놓여져 있었고 지휘자인 Vasily Petrenko도 이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은 확실한 것 같다.

당연히 연주가 끝난 후에 Tianxu An은 이의를 제기했고 주최측에서는 이런 상황에 대해 시인하였다. 그리고 Tchaikovsky Competition의 피아노부분의 심사위원장이었던 Denis Matsue는 Tianxu An에게 다시 연주를 할 기회를 주겠다고 제의했지만 Tianxu An은 이 제의를 거절했다고 한다. Matsue는 이 콩쿨의 1998년 피아노부분 1등 수상자 이다.

최종 결선 결과는 Tianxu An은 4위에 그쳤다. 그리고 주최측은 실수를 인정하고 이를 보상하는 차원으로 이 용기(?)있는 연주자에게 ‘Special Prize’를 수여했다. 1위 수상자는 주최국인 러시아가 아닌 프랑스의 Alexandre Kantorow. 만약 러시아 연주자가 1위에 올랐다면 텃세 내지는 편파시비가 나올 수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프랑스 연주자가 1위를 한 때문인지 오케스트라의 관련된 직원을 해고하는 것으로 그쳤고 더 이상의 잡음은 없었다고 한다.   결국 Tianxu An은 4위에 그치고 1위 상금 USD.30,000 대신 USD.5,000에 만족할 수 밖에 없었지만 3위 까지의 입상자 명예를 놓친 것은 어디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Queen Elisabeth Competition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씨와 임동혁씨도 불공정한 콩쿨의 희생자로 알려지고 있다. 강동석씨는 나와 중학교 1년 선배로 중학생 때 이미 동아콩쿨에서 우승하고 미국유학을 떠날 정도로 유망한 바이올리니스트였다.  강동석씨는 1976년 벨기에 Queen Elisabeth 국제공쿨에서 3위에 그쳤지만 당시 대가였던 Menuhin이 강동석이 최고라며 이의를 제기했다는 정도의 얘기만 전해진다.  강동석씨가 엘리자베스콩쿨에 입상한 후 그라모폰사에서 나온 음반이 기억 난다. Queen (King)을 의미하는 한자어 ‘王’과 여왕의 이름 첫자인 E를 절묘하게 디자인한 로고가 돋보였는데 이 로고가 Queen Elisabeth 콩쿨의 심볼이라고 한다.

Sibelius Violin Concerto 강동석

* 강동석 수상기념 음반, Grammphone 성음사 라이센스음반.

 

수상을 거부한 임동혁 . . . 내가 쟤 보다 못하다구 !  인정 못해 

임동혁씨의 경우는 좀 다르다. 2003년 Queen Elisabeth 콩쿨에서 3위에 입상하자 수상을 거부하여 큰 논란을 가져왔다. 임동혁씨의 경우 2000년 부조니콩쿨에서 예선에서 1위의 성적에도 불구하고 결선에서 3위에도 오르지 못하는 불행한 일이 있었지만, 이 문제로 다음해에는 심사위원이 전부 교체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2003년 경우에는 예선 부터 실력에서 뒤쳐진 중국인 연주자가 2위에 오르자 많은 사람들이 수긍을 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당사자가 3수상을 거부한 것은 쇼킹한 일이었다고 한다. 당시 1,2위 입상자의 지도교수가 콩쿨의 심사위원이라 어느 정도 편파 심사는 있을 수 있지만 2위 수상자는 인정할 수 없었다는 임동혁씨의 주장이었다.  심사위원장은 자기가 ‘위대한 Great’ 음악가라고 부른 음악가의 태도에 실망한다는 평을 하고 4위를 3위로 올리지 않고 3위를 공석으로 남겨 놓았다.  이 문제가 생긴 후에는 콩쿨에 나선 연주자의 스승이 심사위원이 되는 것을 비판하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고 한다.

 

Chopin Competition  . . . . . . 피아노 소리가 왜 이래 ? 

임동혁씨는 2005년 쇼팽콩쿨에서 친형인 임동민과 함께 공동 3위 수상자로 뽑혔다.  그런데 임동혁씨가 결선에서 쇼팽협주곡 2번을 연주할 때 1악장이 끝나자 지휘자한테 피아노에 이상이 있다며 점검을 요구하여 연주가 잠시 중단된 일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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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동혁씨가 1악장 연주를 마치고 지휘자한테 피아노점검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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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율사가 지휘자와 임동혁씨가 지켜보는 가운데 피아노 건반을 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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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노 안에서 작은 조율기구가 나오자 임동혁씨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임동혁의 요구에 조율사가 피아노를 점검한 결과 피아노 속에서 작은 조율기구가 나왔다. 연주는 계속 되었지만 임동혁씨로서는 연주의 맥이 끊어질 수 밖에 없어 최고의 연주를 할 수 없었겠지만 그나마 다행스럽게 형과 함께 2등이 없는 3등을 차지했다.  이렇게 임동혁, 임동민 형제가 실질적인 2, 3위를 한 셈인데 다음 회에는 조성민이 1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Chopin Competition . . . . . 필립 앙뜨르몽한테 최저 점수를 받고도 우승한 조성진 

사실 음악 분야의 각종 경연대회에서는 잡음이 많이 생기는 편이다. 기록으로 나타나는 스포츠와 달리 음악을 점수로 표현하는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 이다. Chopin Competition 2015에서 1위의 영예에 오른 조성진의 점수표를 보면 쇼킹한 내용이 있다. 10명의 심사위원 중에서 Philippe Entremont는 조성진한테 낙제 점에도 못 미치는 10점 만점에 1점을 주는 용감한(?) 심사를 했다.  조성민 보다 2위 한테 더 많은 점수를 준 심사위원은 3명이며 모두 1점 차이지만 Philippe Entremont는 무려 7점을 더 주었다.  그러나 조성민은 심사위원 중에서 역대 쇼팽콩쿨에서 1위에 올랐던 선배 수상자들인   Martha Argerich (MA, 1965), Garrick Ohlsson(GO, 1970), Dang Thai Son(TD, 1980),  Yundi Li (Y, 2000) 등의 절대적인 1위 평가를 바탕으로 2위를 5점 차이로 여유있게 따돌리고 1위의 영광을 차지하였다.

chopin-competition-scores

* 1위(조성민) 부터 6위 까지 점수표, 심사위원 PE Philippe Entremont, MA Martha Argerich

조성민한테 1점을 준 Philippe Entremont는 당시 81세로 내가 60년 전 Rachmaninoff Piano Concerto를 처음 들었던 음반의 연주자라 호감을 갖고 있었다.  들리는 얘기로는 Philippe Entremont가 조성진의 스승과 앙숙관계라고 한다. 그러나 조성진한테 이 콩쿨 심사위원의 점수 중에서 유일하게 1점을 준 그의 폭거는, 이런 부당한 점수에도 불구하고 1등을 한 조성진의 명성을 오히려 도와주는 결과가 되었다.

Rachmaninoff Piano Concerto No.2 by Philippe Entremont

* 조성진한테 1점을 준 필립앙뜨르몽(오른쪽)의 1958년 음반.

 

  • 위에 소개된 Van Cliburn의 Tchaikovsky Piano Concerto 의 RCA 음반과 Philippe Entremont의 Rachmaninoff Concerto 의 Columbia 음반은 부친한테 물려 받아 지금도 소장하고 있어 자주 듣는 명반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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