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회 공공의 적 . . . . . ‘안다 박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콘서트를 직접 찾는 것은 훌륭한 연주를 찾기 위한 것은 아니다. 좋은 연주를 들으려면 집에서 고가의 오기오 기기와 음반을 통해 세계최고 수준 음악가들의 연주를 들으면 된다. 직접 콘서트장을 찾는 사람은 아무리 세계최고 수준의 연주라도 전자음향과학의 힘으로 잘 정제 된 소리 보다는 연주 테크닉 등은 아직 세계수준은 아니라도 생생한 악기 소리와 현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느끼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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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송도신도시에 세워진 아트센터인천 ACI 전경. 4월2일 촬영

그런데 실제 콘서트의 성공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는 연주자 보다는 청중들 이다. 사실 국내 악단은 분명 연주면에서 top 5 정도는 서열은 있겠지만 많이 상향 평준화 되어 있다. 서울시향 뿐만 아니라 내가 자주 접하는 경기필하모니, 인천시립교향악단, 부천필하모니, 경기필하모니, 코리아챔버심포니 등의 연주는 주저하지 않고 찾아가고 있으며 연주에 만족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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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시립교향악단 제393회 연주회, 연주 끝나고 무대인사하는 모습. 4월 2일 촬영.

어느 음악회나 처음 연주가 시작된다는 안내방송 다음에는 관객들한테 감상하는 매너를 알려 준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무분별한 박수 금지와 연주 중의 사진촬영과 녹음을 금지하는 것 이다. 사진촬영은 연주가 끝나고 앵콜 때 무대인사의 경우만 촬영이 허용되는 정도다.  사진촬영 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부적절한 순간의 박수 소리다. 성악의 경우 한 곡이 끝날 때 마다 박수를 칠 수는 있다. 오페라의 경우도 중간에 난이도가 높거나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유명한 아리아가 끝나고 나면 박수를 치고 가수도 잠시 인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기악곡의 경우 여러 악장으로 구성된 곡은 악장 사이에는 박수를 치지 않는 것이 기본 예절 이다. 물론 일부 연주가들은 악장이 끝날 때 박수소리에 개의치 않는 경우도 있지만 연주하는 감정의 흐름이 끊어질 수 있기에 박수를 치지 않는 것이 좋다.  악장 사이에 나는 박수 소리 보다 연주분위기를 망치는 것은 곡이 끝날 때 완전히 끝나기 전에 치는 박수 소리다. 이는 ‘안다 박수’로 불리는 것으로 다분히 음악을 모르는 관객 보다도 이 곡을 잘 알고 있다고 과시하려는 사람들의 몰지각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어제 인천 송도신도시 아트센터인천(ACI)에서 인천시립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가 있었다. 이번 달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교향악축제기간 중에 인천시향이 똑 같은 곡을 연주하지만 예술의 전당 보다는 ACI 공연장이 마음에 들어 오랜만에 인천시향 연주회에 찾아 갔다. 레퍼토리도 모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들 이다. Sibelius 슬픈월츠 Valse Triste는 보통 앙콜곡으로 많이 연주 되는데 이날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었다. 두 번째 곡은 Schumann 피아노협주곡 A단조, 마지막 곡은 Tchaikovsky 교향곡 제6번 비창.  우리 나라 특유의 암기위주의 교육 때문에 웬만한 사람들은 이 곡을 들어 보지는 못했어도 차이코프스키 비창은 들어 본 적이 있을 정도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곡이다.

어제 이병욱 지휘의 인천시향의 연주는 모든 곡 아주 흡족한 연주였다. 그러나 차이코프스키 비창교향곡을 연주할 때 일부 청중들의 박수 소리는 아쉬움이 많았다.  비창교향곡은 4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3악장의 끝 부분은 모든 악기가 총동원되어 소리를 내뿜는 박력있는 연주로 마무리 되어 얼핏 이 곡의 끝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 일부 관객들이 서둘러 박수를 쳤지만 다른 관객들의 호응이 없자 곧 멈추었다. 그러나 마지막 4악장이 끝 날 때 그 관객들은 또 한 번 실수를 하게 된다. 4악장의 마무리는 3악장과 달리 아주 여린 음이 지속되면서 끝이 나는데 마지막 음이 끝나도 여운을 느끼는 순강이 필요한 부분 이다.  이런 때 관객들은 먼저 박수를 치기 보다는 지휘자의 동작이 완전히 끝나는 것을 보고 박수를 치는 것이 예의다.  그런데 일부 관객들은 자기는 이 곡을 잘 알고 있다고 과시하듯 미처 연주의 마지막 음이 나오기도 전에 이른바 ‘안다 박수’를 쳐서 연주회 분위기를 망치고 있다.  그래도 악장 사이의 박수는 클래식 음악에 밝지 못한 사람의 실수이니 애교로 봐 줄수 있지만 연주 곡을 알고 있다고 과시하듯 연주가 미처 끝나기도 전에 나오는 ‘안다 박수’는 연주를 망치게 하는 볼썽 사나운 경우다.

비창 뿐만 아니라 여러 곡들이 곡을 완전히 모르는 관객이라면 끝 부분으로 잘 못 알고 실수하게 만드는 것이 있다.  대표적인 곡이 Massnet 작곡의 Meditation from Thais 타이스의 명상곡 이다. 이 곡의 마지막에 바이올린이 서서히 고음에서 소리를 길게 연주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이 곡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 부분이 연주 끝인줄 알고 박수를 치는데 바로 이어 저음의 후렴부가 나와 박수친 관객이 당황하게 된다.  또 하나 Weber의 Invitation to the Dance ‘무도회의 권유’도 관객들이 박수를 실수하게 만드는 곡이다. 이 곡은 한 쌍이 춤을 추는 것을 그린 곡인데 처음에 춤을 추기 전에 한 쌍의 남녀가 서로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 장면을 묘사한 음악에 이어 본 곡이 나온다. 그리고 춤이 끝나면 부분에서 관객들은 이 곳의 끝으로 잘 못 알고 박수를 치게 되는데 바로 이어서 처음에 도입부분으로 나온 인사하는 장면을 묘사한 음악이 또 나와 마무리를 하는 곡이다. 이 두 곡의 경우 유튜부로 조회해 보면 클래식음악의 본고장인 유럽에서도 관객들이 실수를 하는 것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물론 연주회장을 찾는 관객들이 모든 곡을 다 외우고 있을 필요는 없다. 주된 멜로디는 귀에 익은 곡이라도 마지막 부분을 정확히 모를 수도 있다.  이럴 땐 박수를 치는 타임을 남들이 하는 대로 대세를 따르면 되는데 일부 아는 체 하는 사람들 때문에 연주 분위기를 망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 Massenet 작곡의 타이스의 명상곡 Meditaion from Thais의 마지막 부분.  1970년 선명회합창단 오스트레일리아 공연 연주실황 중에서 편집한 부분. 바이올린독주 김영근
  • 홍콩필하모니의 Weber작곡 무도회의권유 연주 (지휘 Perry So) 마지막 부분 편집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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