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음악 . . . . . . 부유층의 전유물이라고 ?

내가 학창시절인 1970년대에 클래식은 비교적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계층이 즐기는 음악이었다. ‘유행가‘와 ’흘러간 옛 노래‘로 구분 되는 대중음악은 라디오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지만 클래식은 당시에 새로 시작한 FM방송을 통해서 한정 된 시간에만 들을 수 있었다. 클래식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음반을 사고 최소한 그것을 틀 수 있는 초기 오디오 음향기기의 클래식한 이름인 ‘전축’ 세트가 있어야 했다.

1960년대 말 까지는 음반이 외국의 음반을 불법복제한 백판을 싸게 구입할 수 있었지만 1970년대에 국내에서 외국 음반회사의 라이센스를 받은 라이센스 음반이 나오면서 선택 폭이 넓어졌지만  1200원 정도로 당시 물가에 비하면 상당히 비쌌다.  마침 의사이셨던 아버님도 클래식 음악을 좋아 하셔서 나는 쉽게 클래식 음반을 수집할 수 있었지만 당시 고등학생 신분의 용돈으로는 라이센스 음반을 수집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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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0년대  미군 PX를 통해 시중에 유통된 RCA와 Columbia 클래식 음반. 음반은 모두 1958년 제작.

 

Tchaikovsky & Sibelius Violin Concerto 정경화 Previn LSO

*  성음사에서 우리나라 라이센스 음반 1호로 출간된 정경화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음반.  1971년 구입

 

공연의 경우 그때는 광화문의 시민회관(현재 세종문화회관 자리)이 화재로 없어지고 나서 남산의 국립극장이나 이화여대 강당 뿐이고 그나마 클래식공연만 열렸고 대중음악 가수들은 일반 극장에서 공연할 정도인데 입장료는 클래식 공연이 훨씬 비싼 것으로 기억된다.  내가 대학생 때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국립교향악단의 1년 정기티켓을 구입할 정도로 영화관의 입장료 보다 훨씬 비쌌던 기억이 난다.

강산이 수 차례 바뀐 지금은 어떨까 ? 현업에서 은퇴하고 나서 클래식 공연장을 자주 찾게 되어 티켓 값이 은근히 신경 쓰이게 된다. 세월이 흘러 경로우대를 받게 되는 나이가 되니 공연을 선택하는 기준에 ‘경로할인’의 여부가 큰 팩터로 작용한다. 작년의 큰 공연이었던 비엔나 필하모니, 조성진 독주회, 조수미와 I MUSICI 공연도 모두 경로우대 50%할인 혜택이 있어 찾아 가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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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연말 조수미 I MUSICI 공연의 무대 인사,  50% 경로우대 할인혜택을 받았다. 인천송도 아트센터인천 Art Center Incheon

 

작년에 공연을 검색하면서 티켓 값을 보니 이젠 대중음악과 클래식 공연의 입장료가 역전 되었다. 비엔나 필하모니 공연 등 특별한 공연을 제외하면 국내 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는 클래식공연계의 쌍벽을 이루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나 KBS교향악단이 가장 비싼 좌석이 7~12만원 정도이며 가장 싼 좌석은 1만원 이어서 선택 폭이 넓다. 그러나 대중가수의 경우 좋은 좌석은 15만원 정도까지 이르며 제일 싼 좌석도 5만원 정도로 가장 싼 좌석의 경우 대중가수 공연이 클래식 공연의 다섯 배가 넘는다. 대중가수의 공연은 경로우대도 없다. 주요 고객들 중에서 노년층 비중이 높기 때문 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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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공연 필수품 8배 배율의 쌍안경. 최소한 좌석 등급을 두 단계 업그레이드 해준다.

나의 경우 평균 한 달에 10번 정도 공연장을 찾기 때문에 연주회는 가장 싼 좌석인 B석 10,000원 좌석을 주로 이용한다. 무대에서 멀긴 하지만 똘똘한 쌍안경이 있어 거리가 먼 단점을 충분히 보완해 준다. 특히 오페라나 발레공연의 경우 쌍안경 만 있으면 B석이라도 R석, S석 부럽지 않다.  음향시설이 좋은 롯데콘서트홀이나 인천송도아트센터 등의 경우는 요금이 싼 무대 옆 좌석이나 합창단석을 선호한다. 무대 뒷 쪽의 좌석이 좋은 이유 중의 하나는 지휘자의 모습을 정면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간혹 좋아하는 연주자의 공연인 경우 경로할인혜택이 있으면 과감히 R석에서 제일 가까운 S석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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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 옆과 뒤의 좌석. 무대와 가까워 지휘자와 연주자의 표정을 읽을 수 있어 좋다.  사진:잠실 롯데콘서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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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교향악단 정기연주회 티켓 비교. (단위: 만원)

  • SPO 서울시향   KSO 코리안심포니  KCO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 BPO 부천시향   IPO 인천시향

 

정동원 공연 . . .  조성진 독주회 보다 훨씬 비싸

당장 이번 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신년음악회는 전석이 2만원 이다. 이 공연은 시민을 위한 특별 기획이라 그렇지만 보통 서울시립교향학단의 정기연주회 티켓값은 최저 1/2/3/5/7만원 또는 1/3/5/7/9만원 이다. 그러나 같은 달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트롯트 신동 정동원 군의 공연은 최저 99,000원/110,000원/121,000원 그리고 최고가는 143,000원 이다. 클래식 연주자 중에서 가장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조성진 독주회 티켓도 정 동원 군 공연 티켓의 최저값은 1/2 부터 최고값은 3/4 정도다. 정동원 공연의 가장 싼 값이면 서울시립교향악단이나 KBS 교향악단의 상반기 시즌을 모두 볼 수 있다. 작년 말 인천시립교향악단의 정기공연도 티켓 값이 R석 10,000원 이지만, 일주일 뒤 같은 장소에서 열린 50대 중반의 인기 대중가수의 공연은 9만9천원부터 14만3천원으로 최소한 10배가 넘었다.  클래식 공연에는 코로나백신 접종자한테는 20% 할인혜택을 주지만 대중가요 공연에는 그런 혜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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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정동원 군의 공연안내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에서 캡쳐한 이미지)

 

클래식 공연에서도 크로스오버로 대중적인 인지도가 있는 음악인이 끼면 그 공연은 티켓가격이 조금 더 비싸진다. 모 방송국의 오디션프로인 팬텀싱어에서 뽑힌 음악인들이 평범한 교향악단과 협연을 하면 최저 입장료가 만원에서 5만원으로 점프 한다. 모 종편방송에서 7대 트롯트 가수에 뽑힌 한 명도 테너 가수에서 7대 트롯트 가수로 변신하고 나니 몸값이 엄청 뛰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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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교향악단에서 발행한 2022년 상반기 공연리스트와 티켓요금. (KBS교향악단 배포)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시장이 형성되는 것인 만큼 이를 무어라 따지거나 하는 얘기는 아니다.  단 이쯤 되면 방송계에서는 몰라도 입장료를 내야 하는 공연계에서는 일부 계층이지만 인기 높은 대중가수의 경우 ‘대중’이란 단어의 의미가 무색해 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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