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드미 감독

달콤쌉싸름한꿈의시학,자크드미

프랑스누벨바그엔혁신적인기운이있었다.1960년대초반고다르를비롯한영화감독들은영화에관한글을썼고,윗세대영화인들에대해단절을선언하기에이르렀다.거리로카메라를지니고뛰쳐나간몇몇영화인들의작품은결국창조적인영화운동이되기에이르렀고,당시젊은영화인들은열광했다.이누벨바그의흐름에이어,독창적인영화세계를구축한영화감독으로꼽을수있는인물이자크드미다.자크드미의이름을우리가쉽게기억할수있다면,그것은<쉘부르의우산>(1964)이라는영화탓이다.전쟁으로헤어짐을받아들일수밖에없는연인들의이야기를담고있는<쉘부르의우산>은,앳된카트린드뇌브의모습과함께오랫동안기억되는영화가될것이다.

운명에이끌리는여주인공그린데뷔작<롤라>

1931년생인자크드미는원래단편영화작업등을거친뒤<롤라>라는영화로본격적인영화인생을시작했다.드미의첫장편영화<롤라>는막스오퓔스감독의후기걸작<롤라몽테>에바치는헌사와도같은영화이다.이영화에서주인공인‘롤라’라는이름은의미심장하다.오퓔스영화의주인공이름을빌려온것이자조셉폰스턴버그의<푸른천사>(1930)에서마를렌디트리히가연기한캐릭터의이름과도겹치는것이다.다시말해서<롤라>는영화사적걸작들에대한존경의언급같은작품이자비슷한시기프랑스에서움트기시작했던누벨바그의기운에자크드미감독이영향을받았음을암시하는작품인것이다.<롤라>를통해자크드미감독은자신의몇가지성향을드러냈는데그중하나가여성의삶을강조하는주제의식,그리고인생의낙관과비관이교차함을바라보는감독의독특한시선일것이다.막스오퓔스감독이그랬듯자크드미역시운명적힘에의해어딘가이끌려가는여성주인공의이야기를즐겨다루게되는것이다.

예컨대오퓔스감독의<롤라몽테>의여주인공은“나에게삶은하나의움직임이다”라는이야기를하곤했다.드미감독의<롤라>에서도여주인공은만남과헤어짐,사랑과이별의순간을마치자연의흐름처럼받아들이고있다.어느비평가는남성들에둘러싸여있지만궁극적사랑을찾는‘롤라’라는여성에대해단순하게하나의캐릭터에그치는것이아니라,자크드미감독의거대한‘주제’에가깝다고지적한바있다.다시말해서그의영화<천사들의해안>이나<로슈포르의숙녀들><쉘부르의우산>등의영화에서발견할수있는,방황하는듯무엇인가를애타게찾는여성의운명이라는주제가이캐릭터에잘스며들어있다는의미일것이다.

드미의동반자,아녜스바르다,미셸르그랑,라울쿠타르

자크드미감독

드미감독에게중요한,그의영화에서잊을수없는세사람이있다.첫번째는아녜스바르다.흔히누벨바그의대모로일컬어지는바르다감독은다큐멘터리와극영화등을꾸준히만들어온프랑스여성감독이다.그녀는자신이암에걸렸을지모른다는공포에시달리는어느여성의일상을보여주는<5시에서7시까지의클레오>가대표작이며혹자는이영화가남편인드미가만들었던<쉘부르의우산>과정확히‘상반되는’,거울의양면같은특징을지닌다고지적하기도했다.일상과판타지의양면말이다.아녜스바르다는남편인자크드미의삶을몇편의다큐멘터리로만들기도했다.이밖에도바르다감독은영화<롤라>에서여주인공이부르는노래작업에참여하기도했으며드미감독의영화에단역으로출연하기도하면서그의영화에대해무한한애정을과시했다.바르다감독은드미감독영화의조언자이면서그의영화를가장정확하게이해하는사람이될지도모른다.

두번째는미셸르그랑.재즈와프랑스대중음악,그리고남미음악의색채에이르기까지다양한스펙트럼을보여준미셸르그랑의음악은자크드미감독의영화에서중요한요소가아닐수없다.<롤라>에서부터시작한드미감독과미셸르그랑의공동작업은<쉘부르의우산>외에도<로슈포르의숙녀들>등으로이어진바있다.특히<쉘부르의우산>은등장인물의대사가모두노래로처리되어있어다른뮤지컬영화들과확연히구분되기도한다.이영화는그래서‘필름오페라’라는수식어를달기도했다.프랑스뮤지컬이라는장르를언급할때자크드미의이름을빠뜨릴수없는것처럼,미셸르그랑의음악이없는그의영화를상상하기란어렵다.

세번째는라울쿠타르.고다르의<네멋대로해라>의촬영감독이기도했다.그는사진기자에서출발해다큐멘터리미학을영화영역까지확대한촬영감독으로평가된다.고다르영화뿐아니라<피아니스트를쏴라>와<쥘과짐>등의누벨바그걸작은모두그가촬영한것.라울쿠타르는드미감독의<롤라>를촬영했다.공간감을활용하고있는<롤라>의촬영은감각적이면서또한누벨바그의현장감을중시하는영화노선을충실히따르고있다.빛의장난스런움직임을포착하는,매혹적장면이연이어이어지는이영화를언급하지않고서자크드미의영화를설명하기란불가능하다.

프랑스전통희극의계승

<달착륙보다훨씬중요한사건>이나<추억의마르세이유>등비교적후기에발표된그의영화들은동화적이거나장식적색채가짙어졌다.코미디의감각은확장되었으며춤과노래를향한그의찬미는계속이어졌다.드미감독의영화를설명하는좀더적극적태도는,그의영화를프랑스의전통희극을계승하는의미로받아들이는것이된다.<사랑과우연의희롱>이라는작품등을발표한18세기프랑스소설가겸극작가마리보,즉여성의심리에관한미묘하고섬세한분석을특징으로하는그의희극전통을잇고있음을일컫는다.비평가로빈우드는“개인을강조하면서이렇듯모두다른개인들의세계가서로호환될수없음,그우스꽝스런아이러니를드러내는것이드미영화의특징”이라며지적하기도했다.

어쩌면,자크드미의영화들은‘씁쓸함’이라는감각을무기로하는것인지도모른다.영화<쉘부르의우산>연인들은절절한사랑에빠져있었지만세월이흐르고서로다른사람과가정을꾸린뒤,우연하게재회한다.그리고씁쓸하게돌아선다.보는이를안타깝게만들면서또한공감할수밖에없도록하는것,현실을빼닮은멜로드라마적결말인것은아닐지.자크드미의영화는‘꿈의시학’이라는수식어를달곤했지만그의영화들은늘달콤하지는않다.삶의순간들이그렇듯.

-영화평론가/김의찬


<작품소개>

롤라
어느항구,카바레댄서인롤라는7년전에떠난연인미셸을기다리며아들을키우고있다.그녀는어린시절친구롤랑,미국인해병프랭키의구애를받지만미셸에대한변함없는사랑으로그들을거부한다.<롤라>는1960년대프랑스영화에서가장로맨틱한작품중하나로꼽힌다.사랑을찾는인물들의모습을아름답게그려낸자크드미의장편데뷔작이다.라울쿠타르의탁월한촬영,경쾌한미셸르그랑의음악이인상적이다.배우아누크에메는영화를찍은뒤“자크드미는내가처음으로작업했던거장중한사람”이라고논했다.<롤라>는그녀연기인생에서대표작중하나다.

천사들의해안
폴린카엘이“마술적작품”이라명명했던영화.자크드미는장비고,장콕도등의감독에게서적지않은영감을끌어오기도했다.<천사들의해안>에서는시정가득한장면들을선보이고있는데이는장비고의영향을감지하게한다.은행직원인장은니스의카지노에서도박광자키를만나게된다.전재산을잃을위기에처한자키에게장은뜻밖의행운을가져다주고,이때부터두사람의동반관계가시작된다.해변을배경으로애정의유희를펼치는것이다.영화에서니스의골목들을근사하게담아낸화면은장비고의다큐멘터리<니스에대하여>를떠올리게한다.

쉘부르의우산
1964년칸영화제황금종려상수상작.자크드미감독의명실상부한대표작이다.쉘부르우산가게의딸쥬느비에브는이웃의자동차정비공기이와사랑하는사이이지만,어머니는둘의결혼을반대한다.그러던중기이가알제리전쟁에징집되어떠나고,뒤늦게임신사실을알게된쥬느비에브는기다림의나날을보내게된다.사랑의슬픔과고통에관한고전뮤지컬.영화의대사전체가노래로처리되어있는영화로,미셸르그랑이작곡한음악이인기를끌었다.기차역에서두주인공이헤어지는장면,마지막엔딩에서재회하는장면등은이후적지않은멜로드라마에인용되기도했다.

로슈포르의숙녀들
카트린드뇌브,자크드미,미셸르그랑콤비가다시모인뮤지컬영화.1996년복원판에서는아녜스바르다가영화를손보기도했다.로슈포르의쌍둥이자매델핀과솔랑쥬는무용과피아노를가르치며언젠가다른곳에서멋진사랑을하게되리라꿈꾸고있다.그러던어느날미국인작곡가앤디가친구시몽을찾아로슈포르에온다.이들사이에서뭔가사건이벌어진다.카트린드뇌브와프랑수아즈도를레악이영화속자매로출연하고있다.거리에서펼쳐지는춤과노래의향연은자크드미가프랑스에서독특한장르영화를추구했음을증명하고있다.원색의의상역시영화볼거리.

당나귀공주
이색적인동화적작품.샤를페로의원작을각색한것이다.먼옛날어느왕국,상냥하고예쁜왕비가갑작스럽게세상을떠나자국왕은아내와닮은공주와결혼하려한다.아버지와의결혼을피하기위해온갖요구들을하던공주는당나귀가죽을뒤집어쓰고궁에서도망친다.영화의환상적분위기는기시감을느끼게하는데장콕토감독의<미녀와야수>등을연상케한다.초현실적분위기로가득찬<당나귀공주>에선장마레가국왕으로열연하기도했다.화려한의상과세트가인상적이다.자크드미의판타지적성향을남김없이보여주는실험작이라할만하다.

달착륙보다훨씬중요한사건
코믹하면서긴영화제목으로잘알려진작품.카트린드뇌브,마르첼로마스트로이안니가출연해익살맞은코미디연기를보여준다.특히마르첼로마스트로이안니의경우,다른작품에서찾기힘들만큼유쾌한코미디연기를과시한다.파리의자동차교습소에서일하는마르코는어느날현기증을느끼고의사를찾아간다.의사는정밀검사뒤그가임신4개월이라는진단을내린다.의사들과언론은이사건이인류에달착륙보다중요한진보를가져올것이라흥분하지만마르코와그의연인이렌느는혼란스럽기만하다.남자의임신,이를둘러싼소동극을통해현대문명을풍자하고있다.

추억의마르세이유
가수겸배우인이브몽탕이출연해춤과노래를선사한다.그가실명으로출연하는점도이채롭다.마르세유에서젊은시절을보낸이브몽탕은자신의지난날을그린뮤지컬공연을위해마르세유를방문한다.공연연습도중그는아리따운가수지망생마리온의방문을받게된다.자크드미의유작으로,자크드미가할리우드뮤지컬영화들에바치는일종의헌사와도같은작품이다.배우들이탭댄스를추며<사랑은비를타고><뜨거운것이좋아>등의주제가를부르는장면은놓쳐서는안되는명장면이다.자크드미연출작중에서시각적묘미가가장뛰어난작품중하나다.

낭트의자코
<낭트의자코>는1990년세상을떠난남편자크드미의유년시절에관한영화로,아녜스바르다감독작이다.낭트의어린소년자코는정비소를운영하는아버지와미용사인어머니사이에서행복한나날을보낸다.세상은전쟁으로어수선하지만,자코에게는여전히인형극과영화를보는것이큰행복이다.<낭트의자코>는자크드미가어린시절에겪었던일과그가나중에만든영화장면을번갈아보여준다.유년시절감독의경험을이후그가만들어낸작품과연결하는실험은아녜스바르다이외의감독이라면연출이불가능했을것이다.노년의자크드미의모습도볼수있다.

로슈포르,25년후
흥행적으로크게성공한<쉘부르의우산>과함께자크드미에게세계적명성을안겨준뮤지컬영화가<로슈포르의숙녀들>이다.이작품의개봉25년을기념하여제작한다큐멘터리.당시영화의배우들과스탭들이인터뷰에응했다.흥미로운것은당시영화에엑스트라로참여했던로슈포르주민들이등장하여경험을말해준다는것이다.출연자들은영화의제작과정에얽힌여러이야기들과이영화가자신들의삶과로슈포르라는작은마을에어떤영향을끼쳤는지를들려준다.이제는프랑스여배우의대명사가되어버린카트린드뇌브등의출연자들이세월을뛰어넘어출연하고있다.

자크드미의세계
스스로영화감독이기도한아녜스바르다가남편자크드미에대한애정을담아만든다큐멘터리.자크드미의영화에서발췌한장면들과함께배우와스탭,가족들이들려주는영화를둘러싼뒷이야기들을만날수있다.자크드미가영향을받았던영화감독에관한에피소드역시담겨있다.자크드미의영화세계가자신들을어떻게변화시켰는지고백하는관객의이야기또한감동적이다.아누크에메를비롯해자크드미영화에서주연을맡았던대부분의여배우들이인터뷰에기꺼이응했다.자크드미의영화에출연할뻔했던해리슨포드의인터뷰도포함되어있어흥미롭다.

(출처/http://www.cine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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