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경험접목’웰빙인생’
8월보름한가위다.이름만들어도가슴이설렌다.밀집아파트,잿빛건물속에서일상에지친직장인들에게는일종의해방구요,탈출구라고해도과언이아니다.무채색삶의공간에서아련해진추억을되새기고그리운사람들과의정(情)에취할수있기때문이다.그래서사람들은짧게는몇시간,길게는꼬박하루를길에서허비하는’고행’을각오하고서라도앞다퉈고향길을재촉한다.그런데요즘은그런팍팍한일상을단호히거부하고농촌에서제2의인생을설계하는귀농(歸農)인구가늘고있다.아예단체로농촌에둥지를틀고귀농마을을형성하고사는사람들도적지않다.제2의고향넉넉함에취해이웃이모두사촌인곳.홍천군동면’미리내마을’도그런곳이다.명절준비에바쁜미리내마을의추석맞이풍경을잠시엿보는것만으로도마음은이미고향에와있다.
’넓은벌동쪽끝으로/옛이야기지줄대는실개천이휘돌아나가고/얼룩백이황소가/해설피금빛게으른울음을우는곳/그곳이참하꿈엔들잊힐리야.’
홍천동면노천리공작산자락에위치한’미리내마을’.가을들녘은추수준비로분주하고한가위를맞을풍성함과인정이가득한전형적인농촌마을이다.넉넉한산을등지고맑은냇물이흐르는한적한모습이정지용시인의’향수’의한구절을절로생각나게한다.
이곳은몇몇도시민들이최근에는느끼지못하는옛고향에대한향수와자연을자녀와후손들에게물려주기위해정착한귀농전원마을이다.
원래울창한산림지역이었던이곳은지난98년부터서울등대도시에서청정자연을찾아귀농의발길이이어졌다.
강원도특유의청정자연과친환경적인삶이바쁘고고단한나날을보내는도시민들이하나,둘모여들어현재이마을에는6가구가자연을벗삼아삶의터전을일구고있다.
마을주민들은이곳에정착한이유를"조금이라도힘과능력이남아있을때자녀들과친지들에게푸근한마음의고향을마련해주기위해"라고입을모은다.
공작산자락의밤하늘에비치는은하수가아름다워주민들은마을이름을순우리말인’미리내’로부른다.전직교사에서부터사업가,공무원등경력도다양한사람이옹기종기모여일군소중한일터이자안식처인셈이다.
"저도서울에서만반세기를살았죠.아마요즘아이들에게고향이어디냐고물으면,산부인과병원아니면아파트단지라고대답할겁니다.젊었을때는몰랐지만나이가들수록자녀들과손자들에게자연과마음의안식처가돼줄새로운고향을만들어줘야겠다는것을깨달았습니다."
지난98년서울에서홍천동면미리내마을로내려와정착한전직교사인조규은(60)씨가귀농을결정하게된배경이다.
처음에는어설펐지만시간이지날수록농사에대한노하우도터득했다.
미리내마을주민김규식(56)씨는"예전에는몰랐는데농촌생활이계속될수록농작물이매일매일자라는것이느껴진다"며"이제는나도농군이다됐구나"라는느낌을받는다고했다.
노촌1리이장최동운(52)씨는"도시민의귀농은단순한농촌인구증가차원이아닌도시생활로축적된경험과정보를접목해지역농업의발전의계기가될것으로기대된다"며"이곳미리내마을의경우기존에살고있던주민들과긴밀한유대관계를통해’농촌장수마을’지정을추진하는등새농촌모델이되고있다"고말했다.
요즘미리내마을에서도추석준비가한창이다.
서울에서내려올가족과친척들을위해손수가꾼친환경농산물수확에한창인모습이"추석이정말코앞으로다가왔구나"하는생각이절로든다.또무공해의참맛을고향에전해주기위해잔뜩기대에부풀어있는주민들의모습을보기만해도풍성하다.
미리내마을6가구가운데4가구가이번추석에가족을이곳에서맞이한다.
이들이가족들을위해손수가꾼친환경농산물을살펴보니무공해토종밤콩에서부터대추,과일,전통장,인삼등그야말로’웰빙’이따로없다.또무엇보다진정한마음의고향만이가지고있는안식처를가족과자녀들에게제공하기위해분주한나날을보내고있다.
조규은(60)씨는"자녀들과손자를위해무공해농산물로차례상을직접준비할계획"이라며"이것말고도울창한숲,맑은공기등가족들에게자랑할것이너무많아걱정"이라고너스레를떨었다.
귀농후홍천국유림관리소의숲해설가로도활동하고있는조씨는"자신을비롯한후손을위해물려줄진정한고향을만들어주는것이우리세대의의무가아니겠냐"며"이번추석명절에찾아올자녀에게들녘과채소밭등을보여주며마음의고향이가진향수를느끼게해줘야겠다"고했다.
2년전이곳으로이주한윤인호(55)·배계화(47)씨부부는손수재배한무공해토종밤콩으로만든전통장과청국장을밤새준비중이다.이부부도명절에미리내마을에찾아올친지들을위해편안한잠자리와웰빙음식을준비하고있다.
이들부부는귀농전철저한준비로부인배씨는전통장제조기능을,남편윤씨는재료공급과판로개척을맡아영문이니셜인’BGHJANG’이라는브랜드를선보인’신지식농업인’.이번추석에는안락함,웰빙등전원생활의장점을친지들과지인들에게설명해줄생각이다.
부인배계화(47)씨는"주말이면내려올친지에게웰빙음식을제공해전원생활의매력을알려줘야겠다"고말했다.
또서울로상경하는주민들도미리내마을에서추석을맞이하지는못하지만자연과고향의푸근함을전해줄희망에부풀어있다.
지난98년부터10년째이곳에서생활하고있는박동호(60)씨는"지금도직접일군무공해먹거리를친척과지인들에게선물할생각을하니마음이설렌다"며"어린아이처럼빨리명절이왔으면좋겠다는생각이든다"고멋적어했다.
제2의고향에정착한이들미리내마을주민들은진정한마음의안식처를만들어가고있다.홍천/유주현·박은성
강원도민일보예요축하할일은더욱못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