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자배기와 박재삼의 시

첫사랑그사람은/박재삼

첫사랑그사람은
입맞춘다음엔
고개를못들었네
나도딴곳을보고있었네

비단올머리칼
하늘속에살랑살랑
햇미역냄새를흘리고

그냄새어느덧
마음아파라
내손에도묻어있었네

오,부끄러움이여,몸부림이여
골짜기흘러보내는
실개천을보아라
물비늘쓴물살은울고있고
우는물살따라
달빛도쪼개진채울고있었네

울음이타는가을강

마음도한자리못앉아있는마음일때
친구의서러운사랑이야기를
가을햇볕으로나동무삼아따라가면
어느새등성이에이르러눈물나고나

제삿날큰집에모이는불빛도불빛이지만
해질녘울음이타는가을강을보것네.

저것봐.저것봐.
네보담도내보담도
그기쁜첫사랑산골물소리가사라지고
그다음사랑끝에생긴울음까지녹아나고
이제는미칠일하나로바다에다와가는
소리죽은가을강을처음보것네. 슬픔을탈바꿈하는 아무리서러워도
불타는저녁놀에만미치게빠져
헤어나지못해서야되겠는가.
이윽고밤의적막속에그것은깨끗이묻어버리고
다음날에는비록새슬픔일지라도
우선은아름다운해돋이를맞이하는심사로
요컨대슬픔을탈바꿈하는너그러운지혜가없이는
강물이오래흐르고
산이한자리버티고섰는
그까닭근처에는한치도못가리로다 박재삼의생애와시세계

박재삼은시와시조를쓴시인이다.이분의시에는눈물이많고, 흔히말하는恨의정서의극치를보여주는분이기도하다. 박재삼의시를읽다가(아니다육자배기를듣다가), 저절로내머릿속에박재삼의시들이떠올랐다. 육자배기가락과같은가락이박재삼의시와시조에녹아있어서 어릿어릿한그의슬픔이아름답고,따뜻하다. 우리아낙네들의낮은떨림이흐르는육자배기를들으며..소리에취하고. 박재삼의시에도같은가락의떨림이담겨있다. 남도의바닷길과지난한삶의이야기가실린육자배기와박재삼의시마다얼룩져있는눈물들로 나의슬픔을다둑여가는이가을, 가을이붉고푸르다. *사진은오래전에꿍쳐둔박종인기자님것임.

육자배기/박녹주박초선

*육자배기:전라도의대표적인민요.

<보렴>〈화초사거리><흥타령><개구리타령><새타령><성주풀이〉등과함께

남도잡가(南道雜歌)또는남도선소리에포함된다.

<육자배기>는6박의느리고긴육자배기뒤에3박의자진육자배기를잇대어부른다.

*삼천포미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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