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그리워하지 않는 사람

어느초겨울날,맨해튼그거리

맨해튼의초겨울초저녁은

내가언젠가보았던한국시골의초겨울,초저녁하고는딴세상이다.

‘저녁이되었으니,모두힘든몸을쉬기위해집으로,보금자리로돌아간다’는

그런귀향의푸근함,안식의따듯함이거의느껴지지가않기때문이지….

그저사람들은회색의거리를걸어서,회색의빌딩수풀사이로빠르게빠르게사라져갈뿐

따뜻함이라고는없는,망향자들의오로지바쁘고급한귀가길…

얼어붙은듯이단단한회색의인도를남편외투주머니에내손을집어넣은채

어느쪽을향해서인가어슬렁어슬렁걸어가고있는데,

어느순간남편이걸음을멈추더니

‘가만…..잠깐기다려봐……’

‘왜.?’하면서남편이뒤돌아보는곳을돌아봤더니

그곳에흑인홈리스한명이차가운회색거리에쓰러져있었다.

‘왜그래….?’

남편이그홈레스가있는쪽으로되돌아가면서하는말이

‘저홈리스죽었어."

하는것이었다.

…….

앰블란스가떠나고우리는다시갈길을가기시작했다.

남편이제주머니에들어있는내손을더꼭잡아주었다.

갑자기같이살아있어준다는것이,함께체온을나누며살아줄사람이있다는것이

은혜롭게여겨졌기때문이다.

미국경찰들이언젠가한말이지금생각나

살인사건이발생했을때제일해결하기어려운사건들은

피살자가’그어느누구도그리워하지않는사람일경우’라는것이다.

죽었든지살았던지간에

그어느누구도관심이없고,죽고없어도그리워할사람이없는사람이

죽으면사건해결이제일힘들단다.…..MoonRiver

아무도그리워하지않는사람

문리버온냐가쓴이글을읽다가어느홈리스의죽음을목격하고,

‘아무도그리워하지않는사람’의죽음이란귀절이

내겐얼마나마음아프게느껴졌던지,

세상에아무리힘든일이많아도살아있는일자체가기쁨이며

죽음은여전히두렵고슬픈일이다.

거기다홀로길거리에서죽어가는무연고자일경우엔

나는그상황을상상하는것만으로이렇게마음이아픈데,

그렇게죽어가는사람은얼마나힘들고외로웠을까?

사실나라고어떤죽음을맞이하게될지어떻게아나,

혼자사는나같은사람은이홈리스의죽음과별반차이없이,

죽고난지한참후에야발견될지도모른다.아니오히려더늦게..

종종독거노인들의외로운죽음에대한기사를보게되는데,

이게남의일이아니다.

누구라도인간의존엄성이상처받는이런죽음을맞지는말아야할텐데…

솔직히이맘때같은성탄절,연말이겹치는때는아무리송년모임이많아도

마음이쓸쓸하고서글퍼지는게현실이다.

내스스로선택한삶이긴해도역시그렇다는말이다.

가장아끼는후배의아버님이얼마전갑자기세상을뜨셨다.

그야말로같은일에종사하는분들의모임에갔다가약주드시고거리에서쓰러져

응급실로실려갔지만,그대로몇시간만에돌아가신거다.

한달여만에후배의초췌해진얼굴을보며이런갑작스런죽음은가족이있는사람도힘이드는데,

아무도그리워하지않는사람의죽음이란얼마나쓸쓸하고마음아픈일인지…

갑작스런아버지의부음으로후배는엄마손에이끌려미사에참석하게됐는데,

-언니,다른건몰라도,’내탓이요,내탓이요,내큰탓이로소이다.’하는귀절있잖아

그말정말마음에와닿더라.

모두가다내탓이라한다면얼마나좋을까?

-그래나도늘노력하는데잘되진않아,모두가다내탓이라고생각하면

이세상이,사는일이훨너그럽고아름다워지겠지…

속절없이
속절도없이

나는너와만나친해지고
기다렸다속절없이

눈내리고비내리고
천둥번개모두왔다가고

어여쁜햇님방긋피어올라
부기부기아가야
내품에서춤추렴

속절없이놀다지치면
속절없는슬픔만남아
기다리는데

어느날인가저무는해등에지고
기별도없이돌아오는네
빈손

모두가내탓이고내탓이고

내탓이니
하늘문두드리며
속절없이무릎꿇는다

-拙詩<속절없이>전문

나사는동안누구도미워하지말고,누구에게도그립지않은그런사람은되지말자.

다시한번스스로에게되새긴다.

*사진/최민식(http://www.kcaf.or.kr/art500/choiminsick/main.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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