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와 세뱃돈

외할아버지살아생전에나도늘세뱃돈을받았다.

그것도빳빳한신권으로일금2만냥씩,

세뱃돈은액수가중요한게아니라집안의어른한테인사드리면어른이아,울자손이쁘다하고

내려주시는것.할아버지가돌아가시고나니까나도세뱃돈받을곳이없어졌다.아버지도돌아가셨고,

이젠어머님뿐인데..엄마한테받는세뱃돈은세뱃돈이아닌것같다.

오히려내가챙겨드려야할어른이니,내가챙겨드린다음,다시돌려받으니..그렇다.

난울외할아버지얘길하고싶다.

할아버지처럼강직하고부지런한분이세상또어디있나할정도로할아버지는그런분이셨다.

이북=함경북도청진이고향이신데,할아버지는홀어머니외아들이시라(고모할머님한분빼곤,)

홀어머니가삯바느질로아들공부를시켰다는,-이거이무슨전설의고향같다!

정말로할아버지는졸업장이라곤하나도없으시다.홀어머니밑에서어떻게구소련까지공부하러가셨는지

모르겠지만,암튼할아버지는거기서의사자격증을따셨다.

그옛날에5개국어(영어,러시아어,독일어,일본어,중국어)를하신분이시다.

암튼할아버지는러시아서공부하시고고향에서병원을개업하셨지만,

한국전쟁이터졌다.

할아버지한테들은이야기중에기억나는것이라곤,러시아군인들이밀려들어와선

동네의시계란시계는모두뺏어갔다는것.소련군인들마다팔뚝에시계너댓개씩차고있었다는이야기.

전부한국인과그때까지남아있던일본인들한테빼앗은것들.

할아버지는전쟁이터지자가족들을이끌고부산으로피난,

부산시내한복판에병원을개업하셨고(지금은사라진국제신문사옆건물이할아버지병원이었다.)

그리고도일주일에3일은인근메리놀병원에서자원봉사(무료진료)를하셨다.

알짤없이,왜이렇게말하냐면그때내남동생이장티브스에걸려심하게앓았는데,

할아버지의딸인엄마가매일아침메리놀병원앞에몇시간씩줄을서고서야동생을진찰받았던것!

물론개인적으로집안에서보면할아버지는다정한분이시다.하지만딸이라고선처해주시지도않은걸보면

매정한분이시기도한것같다.

평생을근검절약을실천하며사신분이신데..말하자면쓰시는안경하나도50년이넘도록고쳐쓰신분이다.

집안의가구도전부50년을넘긴거고,할아버지사전에는낭비란전혀없다.

이런외할아버지의유일한사치이자취미가사진찍기이셨다.

지금에사디카값이란게좋은핸드폰가격의반값정도이나..그시절엔카메라값이집한채값이었단다.

그걸눈딱감고구입하신게유일한낭비셨던분.

(내기억으론그카메라가아사이펜탁스카메라)

그래어릴때집안에암실이있었다.

지금도기억이생생한게병원2층복도끝에암실이있었는데,어린내가젤로궁금해하던장소이기도하다.

할아버지는가족들사진찍어주는걸좋아하셨고,

아직도그시절에찍은흑백사진들(할아버지가직접현상,인화하신것)이남아있다.

그래서당대의유명한사진쟁이들은다할아버지댁을들락거렸다.

우리할아버지가알고있는현상기술의노하우를배우려고몰려들었던것.

할아버지는부산의큰병원을팔고서울로올라오신뒤병원을못여셨다.

큰외삼촌이사업을한다고돈을다가져다쓰신것…

그래도친구병원에공용직의사로일하셨고,은퇴후에도잠시도공부하는걸쉬지않으셨던분이시다.

나이드시고는한의학에깊이매료되셨다.해서약사인이모를한약사자격증까지따도록권유하시기도했고,

한의학에빠지기전에도의사인할아버지시지만,왠만하면약처방은안해주시던게기억난다.

우리는정말로급한경우가아니면약처방이란걸받아본적이없다.

배탈이나면하루이틀꼬박굶어야했고,감기걸리면검정엿끓인걸싫어도먹어야했다.

또간단한수술에는마취도안해주셨다.내가어릴때겨드랑이에염증이생겨수술받아서잘안다.

역시마취없이직접,아직도내겨드랑이엔그때의흉터가남아있다.(그때의통증의기억도함께..)

외할아버지의추억도추억이지만,내가주변에아는분중에자식들에게세뱃돈을주는것이아니라

오히려세뱃돈을받는분이계시다.

울동네안에서그야말로알부자소리를들을만한분이신데,미용재료외판원으로시작해서지금은빌딩이몇채,

그리고동창회장이란직함을초,중,고,대학까지다가지고계신분이시다.왠만한체육회후원자겸이사이시기도하고,

한마디로내가주변에아는분중에가장부자인분이신데,이분말씀이’난울애들한테세배돈달라고혀.’이시다.

아하,세배돈이란게받기만하는건줄알았던나는정신이번쩍!’야세뱃돈달라는부모도있구나..!’

이분말씀이’내돈자식들다안줘,물론집한채는사줄건데,나머지는알아서들해야지.’

그많은재산은전부장학기금으로남길거라고일찌감치못박으신분이시다.

이분또한울외할아버지버금가게검소한분이시라,번듯한자가용에전용기사까지달려있어도왠만하면지하철을이용하시고,낭비란것도전혀모른다.10년전상처하시고는가끔선을보시는데,그후일담이’여자가사치스러운것같아..!’

그런말들으면난’에잇,회장님사치부릴줄아는여자가귀엽잖아요.것도여자의특성중하나예요.’하고말한다.

안그런가완전쑥맥인여자보다는사치도좀부리고,욕심도낼줄아는사람이더애교도많은건데…

말은이렇게하지만,참어른들이다이렇다면얼마나좋을까하는생각도든다.

검소란치졸한게아니라우아하고아름답기도하다는걸나의외할아버님과이런분들한테배운다.

자,어른들께세뱃돈을드립시다.이제부터는세뱃돈받는게아니라돈내고절합시다.

*할아버지가찍어주신사진이내게도몇장남아있는데..이걸컴에올려두지못해서..다음에올려보겠습니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