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꿈 뒤에> 유미리의 슬픈 꿈 이야기
BY esse21 ON 9. 1, 2008
비와꿈뒤에(雨と夢のあとに)/유미리지음/소담출판사
재일교포작가유미리의몇년만에나온소설집인데..
이제까지의그녀의작품과는다른느낌의책이다.
한마디로유미리답지않은?그러면서도역시유미리스타일의소설.
왜냐하면이소설은제목부터가몽환적인분위기를주는데다가주인공이초등학교6학년의소녀이어서인지
동화적인색채가강하다.당연히문장도부드럽고줄거리도그렇다.
유미리란작가를좋아하기도하고,부분적으론거부감도가지고있다.
일본에대해느끼는상반된감정들이그대로반사되는것인지는몰라도
재일교포작가란존재는이것도저것도아닌,어정쩡한존재(?)..라고하면너무심한것일까?
아무튼유미리에대해서는처음엔그선명한감각에혹했었다가
그다음엔이작가가가진특유의감각이못미덥달지,지나친성향이란느낌이들었었다.
가족이야기를쓴적나라한초기작들-‘돌에서헤엄치는물고기”가족시네마”풀하우스’
기타의여러산문들..이,이사람자기가족을부끄럽게,못미덥게여기는구나..하는느낌을많이받았다.
그런데조금지나고나서생각해보니,살면서솔직히자기가족이자랑스러운사람이얼마나될까?
오히려어느일본영화감독의말처럼가족이란누가지켜보지않으면내다버리고싶은존재들이아니던가!
이소설의전체에담긴것은진한그리움이다.
"비를맞으며걷고있는데,공원입구에있는공중전화박스에서……전화박스안에서여자가울고있었다……훌쩍훌쩍혹은흑흑우는게아니라전화박스밖으로울음소리가샐정도로……그렇게큰소리로우는사람을나는태어나서처음봤다……걸음을멈추고……내가있는걸여자가알아차릴때까지,난비를맞고서있었지……여자한테는사귀던사람이있었다……아내와아이가있는사람이었어……전화로헤어지자는이야기를하고……둘이서근처다방으로갔다……나는비를뚝뚝……여자는눈물을뚝뚝……이야기를하고……또하고……더알고싶었다……더……모든걸……알고싶었다……이해하고싶었다.”
소녀아메(雨)의아빠토모하루(朝晴)는젊은사진작가다그것도나비를전문으로찍는사람,
그아빠가대만으로촬영을갔다가사고를당한다.그리고펼쳐지는아메의꿈이야기들.
아빠와소녀를버리고집을나가버린엄마에대한원망,아빠의부재,
그아빠에대한아메의그리움이꿈과현실의경계를허문다.
소설은장자의꿈이야기처럼몽롱하고투명한빗방울들로가득차있다.
위의인용한부분은아빠가한참연상인엄마를어떻게만나아메의아빠가되었는지이야기하는부분인데,
저울고있던여자가낳은유부남의아이가주인공인아메이다.아빠는길러준사람을아빠라하는것이고..
이렇게보면역시이작품에도유미리실제의삶,그틀이그대로반영되어옮겨져있다.
늘자신의삶을대중에게가감없이드러내는것같은작가유미리
그솔직함이부럽기도했다가’아싫어.이제그만..’이런생각도들고,
미혼인상태로유부남의아이를가지고그이야기를그대로책으로펼쳐보인다거나-‘생명’
근자에는인터넷자신의홈페이지에다아이를학대한사진을올려다시불유쾌한입내림에오르내리는걸
보면,나름유미리에대한애정을가지다가도..혹시이것이어릴때심하게당했다던이지매가
굴절된습관으로굳어버린게아닐까싶은의혹도갖게된다.
책표지띠에도써있듯이이작품은일본아사히TV에서2005년4월부터6월까지방영된드라마
<비와꿈뒤에>의원작소설로,사랑하는사람을끝까지지켜준다는게어떤의미인지를감동적으로그려내어
일본열도를울린바있는작품이란다.
유미리의실제삶이어떻든또는이제껏내가읽어온그녀의소설들이어땟든,이소설은아름답다.
아슬아슬하게아름답다.소설적구성이뛰어나다거나문장이빼어나거나한것이아니고,
오히려주인공소녀의시각에맞추다보니..중간중간어설프고갑갑한이야기란느낌도주었는데,
그러다가마지막몇페이지를읽을땐눈물을줄줄흘리고말았다.
이책은한마디로유미리개인의평생의스승이자연인인연극연출가히가시유타카(東由多加)에
대한그리움을녹여낸사부곡이라고할수있다.
그러면서문장사이사이마다스며들어있는비,슬픔,그리움이..(나만의소감일진모르겠지만),
책을읽을때보다책장을덮고난후더잘보여서,한참감수성이예민한청소년이나
젊은이들이읽기에좋은소설인것같다.
빗소리가들리는것같아소녀는얼굴을들어하늘을보았다.
맑음.맑은후맑은후맑음같은맑은날씨다.-148p
소녀는창가에놓인침대에앉아실내화를벗었다바람에부풀어진엷은하늘색커튼에
무성한벚나무잎그늘이아른거린다.소녀는손을모아가슴위에얹고눈을감았다.
창문바로밑에서아이들의숨소리와재잘거리는소리,웃음소리가지나간다.
몇학년일까?달리는것만으로저렇게신나하니…분명히저학년일거야…
호루라기소리…피구?핸드볼?소녀는의식과몸이가벼워지는것을느꼈다.
교정을떠돌기시작한소녀의의식이히아신스뿌리처럼쭉쭉뻗어,남쪽교사
4층창으로자신이부재중인6학년3반교실을들여다보았다.
호쿠토다…엄청좋아했다…
귓속에서호쿠토의목소리가메아리쳐,소녀의의식이몸으로돌아왔다.-151p
갑자기소녀의눈에서눈물이흘렀다.나뭇가지를타고빗방울이떨어지는것처럼.
소녀는입을벌리고소리를내서숨을들이마셨다.-166p
유미리와그녀의고양이들(선우정기자님사진)
비와꿈뒤에(양장)
저자
유미리
출판사
소담(2007년11월20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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