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지고나서집을나선건,지난주이윤기선생님과대화도중,
..
내늘머릿속에선거길가봐야지하면서정말이지막상나가면
다른볼일에허둥대느라잊어버리고그냥돌아오곤했었던때문인데,
오늘은기필코<마리안느>엘가봐야겠어.마음먹고버스를탔다.
이젠인사동이나종로쪽으로갈때는지하철을안탄다.
서울시내버스노선이정말잘되어있다.
이부분은분명이명박전서울시장(오세훈현시장도)이가장잘한일이다.
과천에서명동으로나가는유일한9502번버스를타고
버스전용로로해서빠르게남영동까지간다.여기서내리면,
시내의거의모든버스정류장이길한가운데이다.그래내린자리에서
간편하게151번(구84번)버스로갈아타면된다.
버스가언제도착하는지하는안내판도있고,의자도있다.
이렇게헤화동까지갔다.(명륜대학교입구에서내리면,바로대학로근처니깐)
그리고윤강로시인선배님을만나
-선생님저<마리안느>좀데려다주세요.
-<마리안느>엔송명진씨랑몇번갔었는데,장사가잘안되는것같던데..
임영란씨가거길가고싶다면가야지…가자!
아마이시대최후의로맨티스트로남으실듯,..
환갑이훌쩍넘어일흔이가까우신데도소년같이맑은시인의마음이다.
우리는명륜동작은골목길을돌아찾아갔는데..
가시면서..저집은소설가가하는집이고,저집은000시인단골집..
몇년사이에명륜동골목도많이변했다.
그리고골목깊숙이들어가찾은<마리안느>는불이꺼져있고,
목적지가사라진우리는잠시미아가된다.
-어디로가지?참,좋은곳이있는데..화가들이잘가는술집이야.
헌데찾아간그집도입장이안된다.
(이집은일찍끝나기때문에늦게오는손님은안받는단다.)
우리는다른곳을찾아보자하고대학로를벗어나다시만만한혜화동쪽으로방향을잡았다.
그러다가내가윤강로선생님만나러가던길에서본깔끔한간판이떠오른다.
‘음,여기에새로술집이생겼네.언제한번들어가봐야지…’하고지나쳐온곳.
-저좋은곳생각났어요.그리로가요!
구세군나눔의집을지난곳의작은골목이있는모퉁이에있다.
(여기가원래는사진현상소자리였었다는혜화동백작님말씀.)
유리문안을들여다보니빈자리가하나도없는것같다.
그래도용감하게들어섰다.가까스로주방앞좁은바에끼어앉으면서
귀를울리는
우와,실내포장마차같은술집에서듣는게리모어라니..!
메뉴판을달라고하신윤강로선생님도조촐하고실속있는메뉴에감탄하신다.
-야,여기좋다!임영란씨날이쌀쌀하니까우리
자리에앉으면먼저이런기본안주가나온다.맛있는
우리가선택한최고의안주는
우리둘다감기에걸린상태니까심사숙고해서정종을뜨겁게덥혀달라고주문했는데..
술잔을만져보신윤강로선생님,
-술잔이뜨거운걸보니이집술을제대로덥힌거다.
-정종은조금만기다리면금방식으니까..천천히마셔요.
술중에가장지독한술이정종이야마시기쉬운것같으면서도정종에취하면
약이없어..특히찬정종이더그러니까정종은되도록이면따뜻한걸마시는게
좋아요.
혜화동터줏대감이자주력40년의베테랑이신술선배의조언이시다.
조리대앞에서서안주만들며웃고있는남자분이주인장인
이과천에서온촌여자신청곡을들려주기위해씨디를찾는중.
(이집에선주로재즈와블루스를틀어준다.)
아무리봐도스무평도채안될것같은(?)작은공간을
얼마나효율적으로멋지게활용했는지아늑하면서도친근하고편안하다.
그리고차림표의가격도대학가여서인지..저렴했다.
이가격이면울동네비슷한차림표의술집들보다안주값이싸다.
사진현상해주던집이었던전력탓인지?아니면다른세밀한인연이있는건지?
벽에는강운구씨사진전팜플릿이붙어있었다.
이여자분이안주인인지아르바이트생인지는모르겠는데..
이사진을찍은건이곳이아주마음에들었던임공주가선물로준감이
모과접시위에함께올려져있기때문이다.
(감나무집에사는탓에요즘은외출때마다감을한두개씩가방에챙겨넣는다.)
스스로자백한대로조블의소문난여자술꾼인임공주도
술집을들어가서감동해보기는처음이다.우리동네에도이런술집이생겼으면
좋겠다하는생각이들정도였는데..찬바람속에서따뜻한술생각나시거나,
막걸리를마시면서재즈를듣고싶으시다면,한번들려보시라고권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