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되어가는 것의 우직한 아름다움 <워낭소리>

-소문난영화<워낭소리>를보려고안양CGV를찾아가다.

내가보고싶어서찾아보는영화가있고,소문에들썩거려보게되는영화도있는데..

<워낭소리>는후자이다.모처럼극장가에걸려아슬아슬흥행의호조를보이는우리다큐멘타리영화

극장에서간판내리기전에봐야겠다고엊그제퇴근해들어왔다가가까운상영관을검색하고집을나섰다.

용산까지갈시간은모자랄것같아,안양CGV를찾아갔는데,

울집서안양1번가까지예상외로시간이많이걸린다.아마도여기는버스전용차선이없는탓이리라!

사실서울보다지하철노선이잘되어있지않은곳이야말로버스전용차선이더필요한게아닌지?

거리상으론안양이더가깝건만,실제론과천서용산CGV를가는것과시간차가거의없었다.

단이번<워낭소리>는안양상영관이좀더크기때문에안양으로가본거다.안양CGV는처음이고,

전용엘리베이터가있어바로매표소가있는7층까지올라갔는데..

엘리베이터로올라가는중간에서점이보이고사람도많고,서점구경이나할까?유혹을느끼다가..

‘앗,나영화보러온거잖아!ㅎㅎ’

극장은평일이어서인지?불경기가확실히시작된건지?썰렁했다.

하긴구정관람객들다지나가고,지금딱히볼만한영화도없는극장가이긴하다.

대부분의상영관이목요일이면영화를바꾼다.물론흥행이호조를보이면계속걸리는거고,

영화검색을했더니대부분의대형상영관에서<워낭소리>는막내릴조짐이보였다.

그래부랴부랴집을나선거고,그래도그간꾸준한관객동원이되었으니다큐멘타리영화로는

성공작인셈이다.

엉뚱한소리이지만,주말에티브이를보다보니,퀴즈에서도’워낭’이정확히뭔가에대한퀴즈도나왔다.

이영화가나오기전에워낭이뭔지알고있는사람이얼마나되었을것인가?흠,

난다큐멘타리도좋아한다.기회되는대로즐겨보기도하고,사실다큐멘타리라고해서무조건적으로

실지상황만촬영해대는것이아니고,다큐멘타리에도여러가지구성이있다.

이<워낭소리>는영화적인영상을보여주려는다큐멘타리였다.

다큐멘타리형식을빌려온영화에가깝다는말이다.

주인공인늙은소와늙은농부와그의아내,이렇게세사람이등장하는영화.

영화상영시간도짧아서,75분이다.평균극영화상영시간이110분내외인걸감안하면아주짧다.

하긴이런영화가길면그것도관객들에대한불친철이되지싶기도하고(?),

그런데영화가시작하자마자등장하는처참하게늙은소의가련한모습에눈물부터앞섰는데..

(솔직히너무마음이아파서내가이영화를끝까지참고볼수있을까?걱정되기도했다.)

영화도입부에수의사가등장,이소는앞으로1년정도밖에더못산다는진단을하고,

결국소는죽는다.<워낭소리>는바로이소가죽어가는과정을보여주는다큐멘타리라고하면

너무심한말일까?평균소수명이15년남짓이라는데40년을살은소는거의반은미이라같은상태인데

이소를끝까지부려먹는할아버지내외와이소만큼이나늙고병든할아버지.

누가누구를불쌍타해야할지?더구나최씨할아버지는다리한쪽을못쓰는장애인이다.

배경인경북봉화같은오지마을에선사실기계로농사짓는다는것도한계가있으리라

그러니우직한소한마리가한농가의살림,경제를다이끌어가는구조가될수밖에없는현실인데,

여기다주인공인최씨할아버지는소보다더한우직함을가진농부라,

눈뜨면바로소몰고나가일하는평생을살아오신분.’어려서남의집머슴을7년살았었어..’란

할머니의해명같은나레이션이아니어도할아버지의주름지고깡마른모습자체가소와너무도닮아있다.

우선은다큐멘타리란자체가많은시간과인내를요하는작업이란걸전제하고라도,

이영화에서는롱테이크를많이썼다는감독의자랑아닌자랑도읽었는데..

생각만큼롱테이크장면이많지는않았다.이것역시우리지형적인한계이지싶기도하다.

그래도봄부터시작한장면이계절을넘어가는모습은아름답다.참아름답다.

단사계절이골고루영상에담기지는않았는데..겨울부분이거의안보였다는아쉬움도있고,

대부분의관객들이이영화를보면서눈물흘렸다고하는데,혹자는이정도다큐멘타리라면

티브이<인간극장>과별차이를못느끼겠다는의견도더러있는걸로안다.

그러나티브이가보여줄수있는한계라는것이있다.보다가실증나면언제라도채널을돌릴수있는

티브이와달리영화란시간과공간의유한성이비슷한이야기를보더라도더진지하게

집중적으로접하게하는효과가있는데,<워낭소리>에겐고마운꼭필요한설정이었다.

올해가소의해이고,작년한해우리는광우병과촛불시위로소와함께

전국민이몸살을앓았던기억도생생하고,

화면은진솔하고,아름답고,늙은소와늙은농부의노동으로일관된생애가눈물겹기도한데,

아조금아쉽다.더긴시간을두고더세밀히찍어두었더라면어땟을까?하는아쉬움.

영화를보는내내늘’아파아파!’하는할아버지가먼저돌아가시려나

걸음도제대로못걷는소가먼저쓰러지려나조바심냈는데..결국소가먼저죽는다.

-소멸되어지는것들의아름다움에대해생각하다.

이소가평균수명의두배가넘게살수있었던것이바로할아버지와함께한고된노동의

결과가아니었을까?오지의농사꾼이가진부지런함과우직함으로부지런히몸을움직이고,

말썽많은공장에서생산된사료가아닌,농약안친꼴만을베다먹이는할아버지의고집덕에

소가장수하고건강할수있었다는은근한주장도보이는데..

난어째아우슈비츠정문에써있다는,‘노동이너희를자유롭게하리라.’란말이떠오르는걸까?

영화내내과묵한할아버지대신할머니가나레이터처럼내뱉는이야기대부분이,

‘평생죽도록일만했다.나나저소나주인잘못만나이고생이다.’하는소리.

우리부모님세대대부분이이런힘든노동의삶을사신것이아닐까?

이런식의재래식농사도거의사라져가는현실이고영화속의우시장에서도일소는구하기

힘들단말도나온다.소를이용한농사자체가이젠사라지는것중의하나인것이다.

이영화를보고난내감상의가장큰것은눈으로보이는화면보다

보이지않는것-죽음,사라짐,소멸에대해많은생각을하게해준다는것이다.

묵묵히일만하다가죽음을맞는소나그소와너무도닮은늙은농부를보며,

이영화의진정한주제는바로죽음이아닐까?하는생각이들었다.

그만큼영화전반적으로죽음이,소멸의서글픔이진하게깔려있다.저최씨할아버지같이

우직하게근면하게농사를지으며살이가더는있을것인가?

영화가짧고,또아름다운영상물을보여주기위한이충렬감독의욕심으로의도적으로연출된듯한

이미지들이조금눈에거슬리긴하지만,

사라지는것의아름다움과소멸의엄숙함에대해곰곰생각하게해준<워낭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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